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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영 판타지 소설 스카이 닥터 문 1
유리넷  2013-11-08 18:48:24, 조회 : 356, 추천 : 53

스카이 닥터 문
 
뽁..........!
검은 연기를 자욱하게 뿜어대며 검은 열차가 달리고 있었다.
열차는 지금 하얀 뭉게구름 위를 달리고 있었다.
9개 객차를 달고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객차 가득 혼령들이 실려 있었는데. 모두 밖으로 도망치려고 아우성 치고 있었다.
객차 문마다 험상궂은 저승사자들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었다.
세상에서 못된 짓을 많이 한 악인들이 죽으면 가는 곳 지옥.
이 열차는 지금 지옥으로 가는 열차였다.
지옥행 완행열차. 4444호.
 
뽁...........!
하얀 뭉게구름이 끝나고 시커먼 구름이 소용돌이치는 블랙홀이 나타났다.
블랙홀 입구에 커다란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검은 간판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붉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지옥입구.
 
끼익..........!
지옥행 완행열차가 갑자기 지옥 입구에서 급정거를 했다.
지옥행 완행열차를 세운 사람은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청년 두 명이었다.
청년 한 명이 객차 문을 지키는 저승사자 손에 누런 황금 덩어리를 건넸다.
저승사자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객차 문을 열어줬다.
청년 둘이 객차 안으로 들어갔다.
“자! 모두 여길 보아라! 너희들 중에 불치병으로 죽은 자는 손들어라!”
청년 한 명이 객차 안에 있는 혼령들을 보고 소리쳤다.
혼령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청년들을 바라보았다.
“뭘 하느냐? 어서 손들지 않고? 치료를 해주려고 하는 것이다. 어서 손들어라!”
“치료.........?”
혼령들이 치료란 말에 하나 둘씩 손을 들기 시작했다.
“모두 앞으로 나와라!”
청년 한 명이 손짓을 하며 말했다.
혼령들이 하나 둘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청년이 옆에 있는 다른 청년에게 눈짓을 했다.
가만히 서 있던 청년이 투명한 밧줄을 이용해 앞으로 나온 혼령들을 굴비 엮듯이 줄줄이 엮었다.
“가자!”
혼령들 20여 명을 밧줄로 엮은 청년들은 객차 밖으로 혼령들을 데리고 나갔다.
뽁.........!
지옥행 완행열차는 다시 객차 문을 닫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객차 문을 지키던 저승사자와 청년들은 눈짓을 하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지옥행 완행열차는 순식간에 검은 블랙홀 속으로 사라졌다.
“자! 다들 따라와라!”
청년들은 혼령들을 데리고 방금 지옥행 완행열차가 달려온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얀 구름을 지나 파란색 안개가 자욱한 동네에 도착을 한 청년들은 혼령들을 데리고 청색 큰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르르..........
혼령들을 데리고 청년이 기와집에 들어가자 갑자기 수많은 군인들이 기와집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잡았다. 여기가 혼령들을 빼돌려 생체 실험을 하는 닥터 문의 아지트다.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가슴에 감찰사란 명패를 달고 있는 수염이 하얀 노인이 청색 기와집을 포위한 군인들에게 명을 내리고 있었다.
“네!”
군인들이 일제히 대답을 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탕. 탕.
총소리가 들리고.
하얀 가운을 입고 혼령을 데리고 기와집 안으로 들어갔던 청년들이 도망을 치다가 총을 맞고 쓰러졌다.
군인들이 우르르 기와집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엑. 엑.
청색 기와집 안으로 들어간 군인들은 갑자기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걸레처럼 조각이 나서 널려진 혼령들...........
방금 데리고 온 혼령들도 그 장면 앞에서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런! 천하에 죽일 놈! 킹의 허락도 없이 이런 짓을 하다니. 아무리 의학 연구에 미쳐도 그렇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구나.”
감찰사란 명패를 달고 있는 수염이 하얀 노인이 치를 떨며 말했다.
“닥터 문은 어디에 있느냐? 이미 도망을 친 것이냐? 제기랄!”
총에 맞아 죽은 청년들을 발로 차며 신경질 적으로 노인이 말했다.
그런데...........
저 멀리 하얀 구름 위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남자가 흥얼거리고 걸어오다가 이 장면을 보고 얼른 구름 속에 엎드렸다.
“이런! 스카이 킹의 특별감찰반에 걸렸다! 제기랄! 이 닥터 문이 이젠 여길 떠날 때가 되었다. 혼령들을 상대로 의학 연구를 하기엔 너무 지겨웠는데........... 지구로 가야겠다. 인간들을 직접 상대해봐야 의학 연구에 도움도 되고........... 우선 내 목숨도 지켜야 하니까. 도망을 쳐야지.”
스카이 닥터 문은 하얗게 웃더니 슬쩍 몸을 돌렸다.
쓩...........
닥터 문은 하얀 빛으로 변해 저 멀리 지구로 빠르게 도주했다.
 
쾅........
대문이 박살나며 군인들이 우르르 달려 들어왔다.
“무슨 일이에요?”
닥터 문의 귀염둥이 딸 소소가 놀라 뒷걸음질 치며 군인들에게 물었다
“너희 아빠는 어디 있느냐?”
감찰사란 명패를 가슴에 달고 있는 하얀 수염의 노인이 소소에게 물었다.
“저도..........잘......... 모르겠어요.”
소소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집 안을 샅샅이 뒤져라!”
노인은 군인들에게 명을 내렸다.
군인들은 우르르 방안 곳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특별 감찰사님!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소소가 노인에게 물었다.
“네 아빠가 지옥행 열차에서 혼령들을 빼돌려 생체실험을 하다가 걸렸다. 정말 어디로 갔는지 모른단 말이냐?”
“네?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네 아빠가 어디로 도망을 쳤는지 정말 모르겠느냐?”
“아마.........! 지구로 도망 가셨을 거 에요.”
소소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지구로?”
“네!”
“어째서냐? 어째서 네 아빠가 지구로 도망을 쳤다고 생각하느냐?”
“늘 지구에 사는 사람들을 상대로 의학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씀 하셨거든요.”
“뭐라고? 사람들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겠다. 이런! 큰일이다. 여봐라! 모두 철수한다.”
노인은 급히 군인들을 이끌고 떠나갔다.
“아빠..........! 결국 이 소소를 버리고 혼자 가셨단 말이죠? 아빠 없으면 어떻게 혼자 살아요. 저도 아빠를 따라 갈래요.”
소소는 결심을 한 듯 즉시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잠시 아쉬운 듯 하늘나라를 바라보던 소소는 하얀 빛으로 변해 지구로 향했다.
 
“뭐라고? 닥터 문 이놈이? 지구로 도망을 쳤다고? 지구인을 상대로 생체실험을 하겠다고?”
왕관을 쓴 중년남자. 하늘나라 왕. 스카이 킹은 분노했다.
“즉시 특별감찰사를 지구로 내려 보내 닥터 문을 잡아오너라!”
“네! 명받습니다!”
하얀 수염의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특별감찰사로 현을 내려 보내라!”
“네? 현을요?”
“그래! 즉시 실행하라!”
스카이 킹의 명에 고개를 갸웃 하던 노인은 마지못해 대답을 하고 물러갔다.
 
그리고 잠시 후 하늘나라에서 붉은 빛 하나가 지구로 내려갔다.
 
동해안 묵호항.
잡어 상회.
“야! 지수야! 얼른 얼음을 갖고 와야지. 뭘 꾸물대는 게야?”
어선에서 잡어만 받아 판매를 하는 조그만 어물전 주인 강릉댁은 있는 대로 짜증을 부리며 소리쳤다.
“아! 네! 네! 갑니다. 가요.”
지수는 얼음 창고에서 얼음 두 포대를 리어카에 싣고 급히 달려오며 대답했다.
지수 얼굴은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지수는 얼음 포대를 뜯고 삽으로 얼음을 퍼서 생선 궤짝에 담기 시작했다.
“빨리빨리 담아 생선 상하겠다. 에고. 무슨 봄 날씨가 이리 더울까.”
강릉댁은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투덜거렸다.
“용인호가 들어 올 시간인데.......... 얼른 갖다 올게요.”
생선 궤짝에 얼음을 다 채운 지수가 강릉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얼른 다녀와!”
시간을 잊지 않고 알아서 일을 하는 지수가 그래도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강릉댁은 가계 앞 그늘진 곳을 찾아 아무렇게나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강릉댁은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뭔가 찾는 강릉댁 모습을 본 지수가 얼른 생선 궤짝 뒤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찾아 강릉댁 앞에 놓고 리어카를 끌고 부둣가로 향했다.
“고년! 눈치는 제법이란 말이야.”
강릉댁 입가에 만족하다는 미소가 번졌다.
“아따 강릉댁은 복덩이가 들어와도 뭐가 그리 불만이요?”
옆 생선가계 주인 남자가 담배를 피우고 앉아있는 강릉댁을 힐끗 보며 말했다.
“암! 복덩이도 저런 복덩이가 어디 있어. 일도 알아서 척척 하지 돈도 싫다하지. 그냥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되니 그런 일꾼 어디가 구하려 해도 없는데 스스로 찾아왔으니 그런 복덩이가 어디 있다고 매일 짜증이나 부리고.”
두 집 건너 어물전 주인아주머니가 걸어오며 부럽다는 투로 한마디 했다.
 
“지수야! 어서 와라!”
어선에서 50대 남자가 생선 궤짝을 내려놓다가 지수가 오는 것을 발견하고 반갑다는 투로 말했다.
“아저씨 오늘은 왕창 잡으셨네요?”
지수가 꾸뻑 인사를 하며 물었다.
“네가 가져갈 잡어만 네 말대로 왕창 잡았다.”
50대 남자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50대 남자는 지수를 바라보는 눈이 무척 다정다감해 보였다.
“많아요?”
“아니다! 한 번에 가져갈 수는 있을게야. 모두 5짝이다.”
50대 남자가 한 쪽에 쌓아 놓은 생선 궤짝을 가리키며 말했다.
“으으.......... 5짝이면 한 번에 어려운데........... 먼저도 가져 가다가 다 엎었거든요.”
지수가 엄살을 부렸다.
50대 남자는 빙긋 미소만 지었다.
지수가 엄살을 피운다는 것을 다 알기 때문이다.
생선 궤짝을 처음 나를 땐 5짝을 갖고 가다가 엎었지만 지금은 지수가 평소 나르는 것이 5~6짝이므로 충분한데. 지수가 엄살을 부리는 것이다.
“5짝이면 너무 무거운데........... 으으.......... 이걸 어떻게 한 번에 갖고 가지.”
지수가 투덜거리며 생선 궤짝을 하나씩 들어 리어카에 싣고 있었다.
“오늘은 아저씨가 바쁜데........... 같이 날라다 줄까?”
“네!”
50대 남자가 마지못해 한마디 하자 지수가 냉큼 대답을 했다.
“흐. 그 녀석! 이젠 꾀만 생겨 가지고.”
50대 남자가 지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으악! 그 손으로 때리면 제 머린 박살 난다구요.”
지수가 엄살을 피우며 얼른 피한다.
50대 남자는 그런 지수를 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가자! 뒤에서 밀어라!”
50대 남자가 리어카를 앞에서 끌며 말했다.
“헤헤.......... 고마워요!”
지수가 웃으며 리어카 뒤에서 밀기 시작했다.
“최씨! 그러니깐 둘이 꼭 부녀 사이 같구먼.”
비쩍 마른 60대 노인이 지나가다 한마디 했다.
“아빠 하기로 했어요.”
지수가 얼른 한마디 했다.
“제 딸 하기로 했어요.”
50대 남자도 한 마디 했다.
지수와 50대 남자는 한마디씩 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최씨.
용인호 선장으로 벌써 10여 년 전 아내를 잃고 홀로 살아가는 말 그대로 홀아비다.
강릉댁을 무척 좋아하는 최씨.
강릉댁 역시 오래 전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말 그대로 과부댁이어서. 최씨를 만나면서부터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고 짓궂은 동네 사람들이 한마디씩 할 때면 얼굴을 붉히기 일쑤였다.
“어머머! 강릉댁 얼굴 붉히는 것 좀 봐!”
짓궂은 동네 사람들은 그렇게 강릉댁과 최씨를 맺어 주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둘 사이는 발전을 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지수가 강릉댁 앞에 나타난 것이다.
외로움 속에서 지수를 만나 딸처럼 같이 일하다보니 스트레스도 짜증도 다 받아주는 지수에게 강릉댁은 어린아이처럼 자꾸만 투정을 부렸다.
강릉댁은 은근히 지수가 최씨를 데려오길 바랐다.
그런 강릉댁 심정을 알기에 지수는 엄살을 피우며 최씨를 강릉댁에게 데려가는 것이다.
최씨도 그런 지수 마음을 안다.
강릉댁 마음도 지수 마음도 다 알기에 지수가 엄살을 피우면 못 이기는 척 리어카를 끌고 강릉댁한테 가는 것이다.
서울에서 명문 의대를 졸업한 지수가 이런 시골에 내려와 이 고생을 하는 사정을 다 알기에 최씨는 지수가 늘 안쓰럽고 사랑스러웠다.
어려서 엄마를 잃고 아빠와 단 둘이 살아오던 지수는 의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려던 시기에 갑자기 아빠가 새엄마를 데려와 같이 살자고 하는 통에 화가 나서 집을 뛰쳐나와 이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오랜 나날을 홀로 살아 온 아빠로선 재혼을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지수가 화가 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빠와 그 새엄마란 여자는 알고 지냈던 사이란 점이다.
지수에겐 철저히 비밀로 하고 2집 살림을 꾸려온 아빠가 너무도 미웠던 것이다.
지수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그 시기부터 같이 지수 몰래 살림을 차렸단 사실을 알고 지수는 더욱 화가 난 것이었다.
아빠에게 속고 살아왔다는 분함을 힘든 일로 잊으려고 애쓰는 지수였다.
 
“그놈의 담배. 이젠 그만 끊지 못하겠소?”
입에 담배를 물고 있는 강릉댁을 발견한 최씨가 버럭 화를 냈다.
“낭군도 없는 년이 이거라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살까.”
강릉댁이 최씨 말끝에 한마디 하면서도 얼른 담배를 땅 바닥에 놓고 발로 쓱쓱 비벼댔다.
“아따. 강릉댁은 앞에 낭군을 놓고 무슨 그런 말을. 호호..........”
옆 생선가게 주인아주머니가 짓궂게 농담을 했다.
최씨는 그런 아주머니에게 무척 고맙다는 눈치를 보냈다.
최씨의 눈치를 받은 아주머니는 한쪽 눈을 찡끗 거리며 한마디 더 한다.
“강릉댁 얼른 국수 좀 주지. 국수 얻어먹으려고 기다리다가 눈 다 빠질라.”
강릉댁 얼굴이 홍당무로 변했다.
그런 강릉댁 얼굴을 바라보며 지수는 슬쩍 자리를 피한다.
“둘이 깨소금을 볶던 잡아먹던. 얼른 국수나 줄 생각하소.”
옆 어물전 남자 주인도 한마디 하고는 슬쩍 자리를 피한다.
그 옆 주인도 이웃 아주머니에게 눈치껏 피하라는 눈짓을 하며 하나 둘 자리를 피해주고.
최씨와 강릉댁 둘만 남겨 뒀다.
멍석을 깔아 준 것이다.
“시원한 냉커피라도 한잔 마시러 가시겠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 한 최씨가 은근슬쩍 강릉댁 옆에 앉으며 말했다.
“내가..........왜? 최씨와 같이 간단 말이요?”
얼굴이 홍당무가 된 강릉댁이 몸을 움츠리며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물었다.
“아따. 지수가 가게는 잘 지킬 터이니 같이 갑시다.”
용기를 낸 최씨가 강릉댁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어머나!”
잔뜩 몸을 움츠리며 빼는 시늉을 했지만 강릉댁은 결코 최씨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갑시다. 응?”
최씨가 다정하게 다시 말하자 마지못해 강릉댁이 최씨를 따라 일어섰다.
“갑시다.”
최씨가 강릉댁 손을 잡아끌며 앞장섰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 손 놓고..........”
마치 처음 연애하는 처녀처럼 수줍어하는 강릉댁 손을 최씨는 결코 놓지 않고 앞장서서 걸었다.
“됐다! 이젠 국수를 먹을 일만 남았군!”
자리를 피해 줬던 옆집 가게 주인 남자가 흐뭇한 미소를 띠며 저 쪽으로 걸어가는 강릉댁과 최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리를 피해줬던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다시 모여들었다.
“지수 네가 수고했다.”
그 옆 아주머니는 지수를 보며 눈을 찡끗 했다.
“두 분이 정말 잘 어울려요.”
지수도 밝게 웃었다.
“그나저나 큰일이군! 두 홀아비 과부 붙여 주려다가 지수만 힘들게 생겼어.”
옆집 가게 주인 남자가 지수를 보며 짓궂게 웃었다.
“큰일이라니?”
그 옆집 아주머니가 물었다.
“광명호 들어 올 시간이잖아. 얼른 가서 생선 받아 와야 하는데 누가 가게는 볼 고?”
“지수가 생선 받으러 가는 동안 내가 두 집 가게를 봐 주지 뭐.”
옆 가게 주인 남자 말에 그 옆 가게 주인아주머니가 말했다.
“지수가 땀 깨나 흘리겠네. 어제 날씨가 좋아서 오늘 많이 잡았을 텐데.”
옆집 가게 주인 남자가 마치 지수를 놀리는 투로 말했다.
“괜찮아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지수는 그 아주머니에게 가게를 맡기고 얼른 리어카를 끌고 부두로 향했다.
강릉댁 어물전에 늘 가장 많은 잡어를 대주는 배가 광명호였다.
부두엔 아직 광명호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늦네.”
지수는 리어카를 부둣가에 세워두고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목이 말라서 마실 것 좀 사려는 생각에서였다.
“지수 어서와!”
편의점 알바를 하는 친구 영혜다.
오늘따라 영혜 모습이 무척 불안해하는 것을 알아차린 지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영혜를 바라보며 눈짓으로 물었다.
영혜가 턱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편의점 한 쪽 구석에 마련된 탁자에서 험상궂게 생긴 남자 4명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벌써 많이 취해 있었다.
“술을 왜? 저렇게 많이 마시도록 놔둬?”
지수가 걱정스런 눈으로 영혜를 바라보며 속삭이듯 물었다.
“몰라. 어디서 이미 취해 가지고 와서.........”
“그럼 그냥 내보내지.”
“술을 안 판다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어.”
“이 짓도 쉬운 것은 아니구나.”
“어떡하지?”
“더 두고 보다가 위험하다 싶으면 주인을 불러. 아님 경찰을 부르던가.”
“응! 그래! 지수 넌? 뭘 사러 왔어?”
“너도 볼 겸. 목이 말라서.”
지수는 편의점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 커피를 하나 꺼내 들었다.
툭.
누군가 지수 어깨를 툭 쳤다.
“윽!”
화들짝 놀란 지수가 뒤를 돌아보다가 비명을 질렀다.
방금까지 탁자에서 술을 먹던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 중 하나였다.
“커피보단 술이 좋지.”
이 남자가 고의적으로 지수를 희롱하려는 생각이다.
지수 어깨를 잡은 손을 놓지 않고 악취 풍기는 누런 이빨을 보이며 히죽히죽 웃는다.
“뭐하는 짓이에요? 손님한테.”
영혜가 지수를 도우려고 한마디 하며 다가왔다.
짝.
술 취한 남자 손이 영혜 뺨을 후려쳤다.
“나도 손님이잖아. 미친년!”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남자 손이지만 뺨을 맞은 영혜는 그만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아니 이것들이!”
지수가 몹시 화가 났다.
술에 취한 남자 손을 뿌리치며 뒤로 확 밀어 버렸다.
남자는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나다가 벌렁 넘어져 버렸다.
“이.........! 이년이 사람을 치네.”
“햐! 고년 참! 야들야들 하네.”
탁자에서 술을 마시던 패거리들이 우르르 일어나 지수에게 다가오며 한마디씩 떠들었다.
지수는 영혜를 일으켜 세우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왜들이래요?”
지수가 다가오는 남자들을 보며 겁에 질려 소리쳤다.
“왜들이래요? 네가 먼저 그랬잖아?”
“요게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감히 대들어 대들긴?”
“야들야들한 게 데리고 놀만 한데. 잡아서 배에 태워.”
남자들 4명은 우르르 달려들어 지수를 꼼짝 못하게 잡았다.
아무리 술에 취한 남자들이라도 8개 손을 뿌리질 힘은 지수에겐 없었다.
“으악! 왜 그래요?”
지수가 비명을 질렀다.
“입 막아! 입부터 막아!”
남자 하나가 소리치며 지수 입을 큼직한 손으로 꽉 막았다.
“빨리 배에 태워.”
남자들이 지수를 번적 들고 편의점 문을 발로 걷어차며 밖으로 나갔다.
“으악! 사람 살려요.”
영혜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사람들이 영혜 비명 소리를 듣고 우르르 몰려들었다.
“윽! 저건! 춘길이 패거리 아녀.”
“왜 아녀. 저것들이 왜? 지수를.”
“어쩌나. 지수가 왜 저것들 손에 잡혔는고?”
우르르 몰려든 사람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기만 할 뿐 누구하나 지수를 구해 주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춘길이 패거리 하면 묵호항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불량배들이다.
그냥 불량배라고 하기엔 그 세력이 너무 방대한 조직 폭력배들이다.
이곳 관할 경찰들조차 그들을 상대하기 싫어하는 폭력배들.
어떤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은 어떤 단체에 속해 있으며 춘길이는 이곳 묵호항의 소 두목 이라 했다.
수없이 일어난 폭력사건들.
경찰에 신고를 하면 반드시 그 신고한 사람만 다쳤다.
묵호항에선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법자들이 춘길이 패거리들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서 지수를 들고 간 불량배들은 호화로운 보트에 올라탔다.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지수를 태운 보트는 고속으로 묵호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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