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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선택한 엄마 제1회
주혜  2012-04-03 10:58:11, 조회 : 588, 추천 : 93

나는 아이큐 250의 소년이다.
내 나이 이제 6살이다.
나는 비정상적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인간의 두뇌개발을 위해 평생을 바친 한 늙은 의사의 손에 의해 태어났다.
늙어 죽어 가면서 내 뇌에 주입한 약물. 늙은 의사가 운명을 다하는 순간 손에 힘이 빠져 의도하지 않던 곳으로 주사기가 들어가면서 비정상적으로 내 뇌는 발달을 했다.
“으하하하.......... 이제 이 약만 투입하면 내가 만들고자 했던 전지전능한 두뇌를 완성할 수 있다.”
늙은 의사는 그렇게 마지막 약물을 내 뇌에 투입하고 죽음을 맞았다.
나는 누구의 아들이며 어디서 왔는지. 내 기억 속엔 늙은 의사의 손에 의해 수년간 수술대위에서 삶았다는 것 외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늙은 의사가 죽자 난 자유의 몸이 되었다.
난 겨우 나의 몸을 묶은 밧줄을 풀고 수술대 위에서 내려왔다.
몇 년간이나 풀 수 없었던 밧줄조차도 내 두뇌는 쉽게 풀고 탈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우선 늙은 의사의 집을 떠나면 당장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돈과 옷을 챙겨야 한다는 것도 나의 두뇌는 알려주고 있었다.
늙은 의사의 시신과 집을 뒤져 겨우 찾아낸 돈은 3만2천원.
내가 이곳에 올 때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노란색 점퍼와 검정색 바지를 혹시나 내 부모님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늙은 의사의 손가방에 넣고 난 그 곳을 나왔다.
그렇게 6살 소년 아이큐 250의 비정상적인 나의 기억 속으로는 아마 처음 햇볕을 봤을 것이다.
그렇게 처음 맞이하는 햇볕은 나에게 희망 보다는 절망을 안겨주었다.
아무리 돌아 다녀도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섬.
사람의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 없는 무인도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인도라 해도 늙은 의사가 육지로 왔다 갔다 할 수 있었던 것은 무슨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나의 두뇌는 빠르게 회전하며 늙은 의사의 자취를 찾아 숲을 뒤져서 겨우 찾아낸 조그만 고무보트.
“고무보트라면 이곳에서 육지는 그리 멀지 않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보아도 바다 저 끝에 육지는 보이지 않는데......... 고무보트로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가기란 불가능 하다.”
사람의 눈으로 확인이 안 될 정도의 거리라면 적어도 100km이상이 될 것이다.
아니 그 보다 더 먼 거리가 분명하다.
비록 아이큐 250의 비정상적인 소년이라지만 세상에 처음 나온 나는 다음날이 돼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다에 안개가 끼어 앞이 잘 안보였다는 것을.
예상외로 육지는 가까이 있었다.
썰물이 되어 물이 빠지면 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할 거리는 불과 1km정도.
6살 어린 소년 나는 그렇게 처음으로 육지를 향해 보트를 타고 힘껏 나아가고 있었다.

바닷물이 다 빠진 바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개와 낚지를 잡으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중.
유독 내 눈에 띄는 중년 여인이 있었는데.
돈이나 지식이나 뭐든 이곳에 몰려든 사람들 중 으뜸으로 보였다.
난 그 중년 여인에게 접근을 했다.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기 위해선 반드시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두뇌가 알려주는 것이고. 이왕이면 돈도 많고 지식도 풍부하고. 얼굴도 예쁘면 더욱 좋다는 생각에서 난 그 중년 여인을 택한 것이다.
또 하나 있다.
내 두되로 바라보건데. 그 여인은 나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과 함께 오히려 날 원할 것이라고 생각을 굳혔다.
그 이유로는 가족도 없이 홀로 바닷가에 나와 있는 것도 그렇지만 근처에서 가족들끼리 노는 장면을 마치 부러운 듯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저 여자는 분명 결혼을 안했거나. 결혼을 했어도 아직 아기가 없다거나. 아기가 있었으나 어쩌다 잃었다든지 아마 그 중 하나일 것이다.”
비록 6살 어린아이에 불과하지만. 아이큐 250의 비정상적인 인간인 나는 이미 중년 여인의 모든 것을 알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래! 너로 찍었다.”
난 천천히 그녀에게 접근을 했다.
“저.........! 아주머니! 여기가 육지인가요?”
오래된 고무보트를 질질 끌고 몸은 온통 흙탕물과 냄새로 포장을 하고 다 낡은 옷으로 겨우 중요한 부분만 가린 내 모습을 본 그 여인은 두 눈에 이채를 띠었다.
“응! 그래! 육지가 맞는데.......... 넌! 어디서 왔니?”
내 생각대로 그 여인은 나에게 무척 관심을 보이며 다정하게 물었다.
“네 어려서 늙은 사람에게 납치되어 저 섬에서 살다가 겨우 도망쳤어요.”
난 이미 연극을 하려면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눈에 눈물까지 흘리며 은근히 여인에게 날 도와달라는 뜻을 보내기 시작했다.
여인의 두 눈이 반짝 빛났다.
“그럼! 넌 부모님도 누군지 모르고?”
“네! 이름도 모르고요. 너무 어려서 납치돼서...........”
결국 난 정말로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연극을 한다는 것이 나도 모르게 울었던 것 같다.
“저런! 어쩌다 그렇게..........! 이름도 모르고 부모님도 모르고? 그럼 나이는?”
“절 납치해갔던 늙은 사람이 어제 죽었는데 그 사람 말로는 제 나이가 6살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죽었다고?”
“네! 늙어서 죽었나 봐요. 갑자기 그냥 잠자듯..........”
“오!”
갑자기 여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무척 다행이란 뜻이 내포된 얼굴이었다.
내 느낌으로 이제 그 여인은 나에게 같이 살자고 제의를 할 것이다.
난 그 순간을 속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그럼.........! 얘야! 이 아줌마를 따라가지 않겠니?”
결국 그 여인은 내 계산대로 그 말을 하고 말았다.
한 번에 오케이 하면. 내가 앞으로 그 여인과 같이 살아가는데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많이 얻지 못하므로 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이 아줌마도 사실은 아직 결혼도 안하고 혼자 산단다. 외롭고 쓸쓸했는데.........네가 같이 있어주지 않겠니?”
“제가 아줌마 아들로요?”
난 슬쩍 동요하는 표정을 보였다.
더 놀란 표정을 짓거나 튕기면 혹시나 그 여인이 날 포기할까 염려돼서 내린 결정이다.
“그래! 이 아줌마가 공부도 시켜주고 맛있는 것도 다 사주고 그럴게. 어때?”
“좋아요! 저도 아줌마가 맘에 들었어요. 대신 제 이름도 멋지고 촌스럽지 않는 걸로 지어 주세요.”
난 이렇게 섬을 탈출하면서 바로 한 여인을 콕 찍고 그 여인 품으로 날아들고 말았다.
“그래! 그래! 우리 우선 옷부터 사서 입고........... 응?”
그 여인은 내 손을 꼭 잡고 나와 함께 바닷가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여기가 무슨 동네에요?”
생선들만 즐비한 시장 통에 들어선 나는 그 여인에게 물었다.
“여긴 소래포구란 곳이다. 조금 더 가면 옷 가게가 하나 있는데. 우선 그 곳에서 임시 입을 것을 사 주마.”
소래포구.
그 여인. 아니 이제부터 그 여인은 나의 엄마다.
난 그렇게 나의 엄마를 내가 선택해서 만들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만든 엄마.
엄마는 내게 희준이란 이름을 지어줬다.
윤 희준 이제부터 내 이름은 윤 희준이다. 성은 엄마의 성을 따랐다.
엄마는 윤 설주.
이렇게 설주와 희준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임시 싸구려 옷을 한 벌 사서 입히고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서울 강남에 있는 f아파트였다.
엄마 설주의 혼자 사는 집이다.
아니 이제부터 나와 둘이 사는 보금자리가 될 것이다.
“희준아! 우선 배고픈데 맛있는 것 먹고 백화점에 네 옷 사러 나가자.”
“네! 고마워요.”
“엥? 앞으로는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엄마가 아들 옷 사주는데 뭐가 고마워?”
“알았어요.”
“앞으로는 엄마에게 알았어요. 이게 아니고.......... 알았어. 이렇게 말해라. 그래야 빨리 정들지. 한 번 해봐.”
“알았어. 엄마!”
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엄마가 대신 해주니 정말 고마웠다.
사실 존댓말이란 거대한 벽이 앞을 가린 형식이라 좀 거추장스러웠다.
아무리 그래도 엄마와 아들 하기로 해놓고 아들이란 녀석이 먼저 반말하자. 라고 제의를 할 수는 없지 않겠나.
그런 연유로 엄마가 먼저 제의를 하니 무척 다행이지 뭔가.
“그래! 그래! 아유..........! 귀여워!”
엄마는 내 볼에 뽀뽀를 몇 번이고 했다.
엄마의 향긋한 화장품 냄새가 내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이젠 정말 나도 엄마가 생긴 것이다. 내가 선택한 나의 엄마가.
엄마는 날 데리고 아파트 앞 상가에 있는 갈비 집에 데려갔는데.
내 생전 처음 맡는 맛있는 냄새에 난 이미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참! 넌 아직 갈비구이를 못 먹어봤겠구나?”
“네!.........참 응! 뭐든 아직 다 첨이지 뭐.”
“그래! 앞으로는 엄마가 맛있는 것 다 사줄게.”
“응! 나도 앞으로 엄마를 무척 기쁘게 해줄게.”
난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정말 엄마를 기쁘게 해줄 것이니 기대를 해도 좋을 것이라고.
아이큐 250의 비정상적인 두뇌로 무엇을 어떻게 나를 위해 엄마가 되어준 윤 설주 여사에게 보답을 해야 하나. 생각했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갈비구이를 배가 불룩 하도록 먹고 엄마를 따라 옷을 사러 갔다.
k백화점이란 간판이 높은 건물 위에 걸려 있었다.
“저건 뭐에요?”
내가 그 k백화점 간판에 붙어있는 물체를 발견하고 엄마에게 물었다.
“저거야 이 백화점 간판이지.”
“아니 간판 말고 그 간판에 붙어있는 저 짐승 말이에요. 무슨 새 같은데..........”
“새? 내 눈엔 안 보이는데?”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그때부터 내 눈도 비정상적으로 시력이 높다는 것도 알았다.
“저 아줌마 귀 밑에 점이 3개나 있네.”
내 눈은 50m앞에 걸어가는 여인 귀 밑에 난 작은 점까지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엄마도 차츰 내 시력이 무척 높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백화점에 들어간 엄마와 난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비록 엄마는 내가 선택 했지만 옷은 모두 엄마가 혼자 선택했다.
아직 옷을 보는 눈이 난 촌스러웠던 모양이다.
“이거 어때?”
엄마가 물어보면 난 무조건 좋다. 라고 했다 내 눈엔 모두 예쁘고 좋아 보였으니깐.
그리고 그때 어떤 남자분이 엄마에게 아는 체 하면서.......... 난 엄마가 어떤 직장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의원님! 나오셨어요?”
무슨 의원 일까.
궁금했지만 난 묻지 않았다. 어차피 엄마는 내가 묻지 않아도 다 말해 줄 것이니깐.
“엄마! 요건 뭐야?”
난 엄마가 이상한 옷을 골라 쇼핑백에 담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네 속옷.”
“속옷?”
“그래! 네가 옷을 입을 때 가장 속에 입는 옷이야. 이건 팬티라 부르는 거야.”
“아하! 그런 옷도 있었구나!”
난 내가 늙은 의사에게 납치되어 왔을 때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옷을 기억해봤다. 그 곳엔 그런 것은 없었다.
“내가 처음 입었던 것으로 생각되는 것은 요렇게 생겼던데.........”
난 열심히 손으로 그림을 그려 보였지만 엄마는 이해가 안 가는 모양이다.
“이리와 봐!”
엄마는 내 손을 잡고 백화점 한쪽으로 갔다.
아기들 옷을 진열해 놓은 곳이다.
“아! 바로 이거였는데...........”
내 눈에 들어 온 한 가지.
난 그 물건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건 기저귀란 것이다. 아기 때 대. 소변을 못 가리므로 그걸 입히는 것이니 아마도 넌 아기 때 늙은 의사가 데려간 모양이다.”
“그럼! 내가 발견을 한 옷은?”
난 그 노란색 점퍼와 검정색 바지를 생각하며 엄마에게 물었다.
“기저귀 위에 그 옷을 입혔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그건 춥거나 어디 멀리 갈 때나 입힐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그래! 아마도 널 납치할 때 그 늙은 의사가 입혀서 데리고 갔을 수도 있어.”
으으.........
엄마의 추측이 맞는다면. 난 그 옷으로 내 부모님을 찾는 다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다.
“실망했니? 네 친부모님을 찾지 못할까봐?”
“아니!”
난 순간 보았다. 나에게 그렇게 묻는 엄마의 모습에서 나에게 실망을 하는 조그만 낌새를............
내가 내 친부모 이야기를 더 하면 할수록 설주 여사는 나에게서 멀어질 것이다.
찾을 땐 찾더라도 지금은 아니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엄마니깐. 엄마의 마음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찾을 생각 없어. 엄마가 이미 생겼는데..........”
내가 그 말을 했을 때 설주 여사는 무척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백화점에서 옷을 잔뜩 사 들고 아파트로 돌아 온 시간은 늦은 밤이었다.
“당분간 엄마랑 같은 방에서 자자.”
빨리 정들고 싶은 설주 여사의 생각이지만.
나 역시 처음으로 느끼는 엄마라는 존재가 단 한 순간이라도 내 곁에서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엄마와 난 긴 베개를 같이 베고 같은 이불을 덮고 잠을 잤다.
내가 선택한 엄마.
난 처음으로 그 엄마의 품이 정말 따뜻하다는 것을 알았고. 엄마의 냄새가 정말 좋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엄마 품으로 자꾸 파고들자 설주 여사 역시 나를 포근하게 앉아주며 엄마의 체온을 내게 전해줬다.
엄마! 그리웠던 엄마.
난 그렇게 내가 선택한 엄마 품속에서 처음으로 달콤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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