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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영 최신작 추리소설 여고생살수 제8편
유리넷  2012-03-16 13:39:40, 조회 : 420, 추천 : 27

에티오피아와 수단의 국경지역 구바
정미가 유나를 구하기 위해 해적단을 소탕하던 마을.
집에 도착을 한 정미는 잠시 지난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유나를 구하려고 해적단을 소탕하고 있을 때였지.”
정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수단과 에티오피아의 국경 마을 구바는 맑은 물이 흐르는 강가에 위치해있었다.
정미가 단원들을 이끌고 해적단을 소탕하다가 잠시 어느 한 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놀랍게도 그 곳엔 유나가 있었다.
누군가와 은밀히 대화를 나누고 있는 유나는 이미 해적단에서 구출이 된 상태였다.
특히 유나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그 상대방이 정미로서는 잊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바로 스승 아사의 철천지원수 카멜.
아사의 제자였으나 아사를 배신하고 테러부대까지 차지한 카멜이다.

스승 아사가 죽음 직전 정미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사막 오아시스에서 유나를 구할 때. 그곳에서 죽은 사람들은 절대 유나 부모가 아니었다.
유나는 자신의 부모님이라고 슬퍼했으나 아사의 눈은 속이지 못했다.
스승 아사는 나중에 유나의 정체를 알았다라고 했다.
유나는 원수 카멜이 아사에게 보낸 살수였다.
어릴 때부터 적의 손에서 자라게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가짜 유나 부모를 죽이고 유나를 아사가 거두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멜 역시 한 가지 실수를 했으니.
그 것은 바로 아리 존재를 생각 못한 것이다.
아리와 어릴 때부터 정이 든 유나는 아사를 살해하지 못했고. 정미도 아리도 어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유나를 카멜이 해적단으로부터 구하고 정신 상태를 점검한 것이다.
정미가 내린 결론은 그랬다.
그러나 유나에겐 절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유나가 이제 슬슬 나와 대적하려고 한다. 고의적으로 실패를 하려고 했다. 그것 참! 내 동생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인가. 안 되는 것인가.........”
정미가 고개를 흔들었다.
잘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유나는 살수단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다. 조금은 의심을 하긴 해도 아직 나와 살수단의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아리다. 오늘 일로 아리는 살수단 가입을 보챌 것이다. 절대 아리는 살수단에 가입 시킬 수가 없다. 스승님이 아리를 용병으로만 키웠기 때문이다.”
정미는 혼자 말하고 그 답을 찾고 있다.
혼자 떠들고 고민하던 정미 두 눈이 반짝 빛났다.
“또 왔군!”
정미는 현관 쪽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문 밖에는 형사 강 영진이 와 있었다.
“.........!?”
강 영진은 벨도 누르지 않았는데 문을 열어주자 의외라는 표정이다.
“들어오세요. 10분만 있으면 유나가 올 겁니다.”
정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네. 그럼 실례를 하겠습니다.”
강 영진은 정미와 유나에겐 절대 반말을 하지 않았다.
강 영진이 반말을 하며 벽 없이 지내는 것은 오로지 아리다.
이유는 아리가 장난을 잘하기 때문이다.
강 영진 손엔 치킨이 도 마리 들려 있었다.
아리를 위한 뇌물이다.
아리가 반대를 하면 유나도 강 영진을 상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 한 잔 드릴까요?”
“네! 고맙습니다.”
강 영진은 정미가 안내한 소파에 다소곳이 앉았다
아쉽긴 아쉬운 모양이다.
“흠......... 이번엔 유나가 어떤 답을 줄까.”
정미는 그것이 흥미로웠다.
강 영진이 찾는 상대가 바로 정미 유나 아리기 때문이다.

말없이 정미가 타다 준 커피를 마시던 강 영진 눈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유나가 들어 온 것이다.
“통닭은 사 오셨어요?”
아리가 또 장난을 친다.
“이번엔 큰언니가 답을 드려.”
유나가 묘한 미소를 남긴 체 정미에게 강 영진을 떠넘긴다.
“내가 뭘 알아야지.”
정미가 다시 유나에게 떠넘긴다.
“벌써 죽었어요.”
유나가 강 영진에게 준 답이다.
“네? 죽다니요?”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4시간 정도 가면 있다던데.......... 백도라고. 그 곳에 윤 대칠이란 자가 범인이에요. 헌데 오늘이 그자의 운명이 다하는 날이에요.”
“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 영진은 급히 일어서서 밖으로 사라졌다.
유나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욕실로 사라졌는데. 유나의 말에 무척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정미다.
지현을 백도로 보낸 것도 정미고. 윤 대칠이란 자를 배에서 폭파시켜버린 사람도 정미였다.
유나는 모를 것으로 알았는데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흠........”
정미가 놀라고 있을 때.
욕실로 들어간 유나는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언니가 놀란 표정이라니......... 나를 좋아하는 현태가 거기 있다는 것을 잊은 모양이야. 나도 그 일을 언니가 주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택시기사와 관련된 것을 알고 언니가 했을 것이라 짐작을 했는데 맞았어.”
유나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빙긋 웃었다.
“언니가 어떻게 지현을 그곳에 보냈고 윤 대칠이란 자를 알았느냐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 문제는 파파의 예상대로 어떤 단체를 갖고 있다는 것이야. 대체 무슨 단체일까? 혹시 아사의 원수를 갚으려고? 파파를 겨냥해서? 흠..........!?”
욕실에서 유나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미안해. 아리 그리고 언니. 내 손에 피를 묻히면 나도 자유로울 수가 없잖아. 당연히 언니와 아리 손으로 살인은 해야지. 후후......... 내 뜻대로 움직여 줘서 고맙고.”
유나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어렸다.

거실에서는 정미가 이제 막 현관으로 들어서는 알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유나가 강 영진 형사가 집에 있는 것을 느끼고 잠시 밖에서 택시 기사와 시간을 보내게 했던 것이다.
강 영진 형사가 나가는 것을 확인 한 택시 기사가 알리를 들여보낸 것이다.
“어서와! 알리 고생 많았지?”
“앗 살라무알레이쿰.!?”
“알레이쿰살람. 이거 알 리가 아직 한국말을 모르겠군!”
정미가 알리 손을 두 손으로 잡고 무척 반갑다는 표현을 했다.
한국말을 모르니 눈짓 몸짓으로 앉아서 밥을 먹으라고 했다.
정미의 몸짓에 알리는 얼른 식탁에 앉았다.
“밥 먹고 아리와 즐겁게 놀다가 오늘밤 안으로 이라크로 돌아가.”
정미는 알리와 아리가 동시에 들으라는 뜻으로 말했다.
“언니! 오늘밤으로? 더 있다가 가면 안 돼?”
“안 돼. 오늘밤 바로 부산으로 가서 배를 타고 떠나야해. 내 친구들이 잘 데려다줄 거야. 늦으면 알리 신변이 위험해져. 범죄조직에서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알았지?”
정미 말을 듣고 아리는 고개를 끄떡 거렸다.
어린 시절부터 스승 아사와 언니 정미 말이라면 한 번도 거스른 적이 없었다.
스승 아사를 부모처럼. 정미를 친언니처럼. 스승 아사가 죽은 후부터는 정미를 부모처럼 의지한 아리다.
유나 역시 아리가 가장 좋아하고 따르는 언니다.
“작은 언니는 욕실에 가서 왜 이렇게 안 나와.”
아리가 유나를 찾았다.
유나는 아직도 욕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는데.........

비쓰밀라 히르라마 니르라힘.
알 함두릴라힐 라삘 알라민.
아르라마 니르라 힘.........
알리는 헤어짐이 아쉬웠던가. 아리를 붙들고 이슬람 특유의 기도를 드리고 아리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밖에선 이미 택시 기사가 시동을 걸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서두르세요. 시간이 없어요.”
택시 기사가 말했다.
“근데 뭐라고 부를까요?”
아리가 택시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아내라 불러 주세요.”
“네? 아내요? 남편 아내 이런 거 에요?”
“아뇨! 모내 아내 이런 겁니다.”
“...........!?”
아리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 차츰 알게 될 겁니다.”
“저도 부산까지 따라가면?”
“안됩니다! 아가씨는 그들에게 드러나면 안 되거든요.”
그들이라 하면 바로 밀입국 관련 국제 범죄조직을 가리키는 말이다.
“알겠어요. 오빠가 그럼 우리 알리 잘 데려다 줘요.”
“오빠........!? 그냥 아내라 부르시면 되는데..........”
“아내라 부르는 것은 좀 이상해요. 오빠라 부를게요. 괜찮죠?”
“네!”
택시기사는 잠깐 미소를 보이다가 얼른 차에 올라탔다.
“잘 가!”
아리가 손을 흔들었다.
알리도 손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떠나가는 알리를 보며 아리 마음속엔 지난날 알리와 함께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스승 아사가 죽은 슬픔에 눈물을 흘리던 정미 유나 아리 앞에 천진난만한 이라크 소년 모하메드 알리 그가 다가왔다.
“부모님이 모두 미국과 반군의 전투 속에 참변을 당했대.”
아리는 아랍어를 할 줄 알기 때문에 금방 알리와 친해졌다.
알리는 아리를 무척 좋아했다.
어딜 가나 졸졸 따라다녔다.
“저쪽 루트바란 동네에 미군과 반군이 전투를 하면서 알리 친척들이 많이 죽었나봐. 우리가 도와주자. 응? 언니?”
아리의 성화에 못 이겨 처음으로  시작한 전투였다.
정미와 유나 아리는 반군이든 미군이든 모두 적으로 간주하고 민간인들을 보호하려고 전투를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아사에게 고도의 훈련을 받으며 자란 소녀들이지만 어디까지나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위험이 느껴지자 유나가 먼저 어디선가 사람을 데려왔는데. 용병이라 했다.
매우 훈련이 잘된 용병들.
그들은 유나를 도와 전투를 항상 승리로 이끌었다.
허나 어느 한 순간 그들은 유나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때부터 전투는 불리하게 작용했고. 불리하고 힘들다보니 어린 아리의 손속은 잔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걸 항상 안타깝게 지켜보던 정미.
어느 날 어디선가 젊은 청년들이 나타나서 아리를 따라 다니며 전투를 대신했고. 아리는 항상 전투에서 승리만 맛볼 수 있었다.
“그래! 그들. 그때 그 청년들. 지금 택시 기사 저 오빠와 분위기가 비슷했어. 큰언니였어. 내가 잔인해지는 걸 막으려고 날 따라다니며 돕게 했던 거야. 이제야 알겠어.”
아리가 지난날을 회상하다가 문득 깨달았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 중얼거렸다.
“헌데........ 한 가지 유나 언니를 돕던 그들은 저 오빠와 분위기가 틀려. 그들은 누구였을까? 유나 언니도 아직까지 그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있어. 왜지? 날 돕던 오빠들은 분위기가 차분하고 냉철했다면. 유나 언니를 돕던 자들은 저돌적이고 용맹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 그들은 누굴까? 혹시 작은 언니도 어떤 단체를 이끌고 있는 것은 아닐까? 흠........!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해.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 유나 언니 표정이 어떤 공포를 느꼈거든. 누군가에 의한 두려움 그것이었어. 언젠가 꼭 큰언니에게 그것을 물어 봐야겠다. 작은 언니는 말을 안 하니까.......... 큰언니는 알고 있는 눈치였거든.”
아리가 혼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아파트 앞 공원길을 거닐고 있었다.
“스승님이 왜? 나에게만 팔 힘을 기르는 훈련을 중점적으로 가르쳤는지 이제야 알겠어. 외나무 사다리를 두 팔로 매달려 다니며 밥도 먹고 공부도 하며 마치 원숭이처럼 그렇게 훈련을 시키셨지. 그 이유가 늘 궁금했는데.......... 바로 이곳 한국에서 필요한 훈련이었어. 무기를 반입 시키지 않고도 아무거나 내 손에 들면 그 것이 무기로 변하게 만들려고 시작한 훈련이었어. 돌멩이 하나를 던져도 난 빠르고 정확하니까. 표창이든 총이든 별로 필요가 없다 이거야. 즉 한국에서 사용하기 쉬운 무기를 내 몸에 심기위한 훈련이었어. 나보고 여기서 살라고? 난 내 고향 인도가 좋은데.......... 한국어와 한국에서 사용할 몸속의 무기. 스승님은 나보고 여기서 살라고 하시네.”
“그래! 네 고향은 인도지만 사실 네 부모 중 한 분은 한국인이라는 것이 스승님 말씀이셨어.”
언제부터 아리 곁에 있었나. 정미가 아리가 혼자 하는 말을 다 들은 모양이다.
“어! 언니! 언제부터 내 곁에?”
아리는 아무리 자신이 넋을 놓고 있었다 해도 정미가 곁에 있는 것도 몰랐다는 것이 놀라웠다.
“조금 전에. 네가 들어오지 않아서 찾으러 나왔다.”
정미가 아리 곁에서 함께 걸으며 말했다.
“잘됐어. 한 가지만 물어볼게.”
“그래! 오늘은 우리 아리가 뭘 물어 보려고?”
“전에 이라크에서 유나 언니를 돕던 사람들......... 큰언니는 누군지 알지?”
“그래! 알지만 말을 할 수는 없구나. 언젠가 유나가 스스로 말을 할 것이다. 그때까지 참아 주면 안 되겠니?”
“알았어! 그 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대충 알 것 같으니까.”
“그래! 네 생각이 맞다. 아마도 네 생각 그대로일 것이야.”
“그럼 한 가지 부탁이 있어. 들어줄 거지?”
“아니. 네가 무슨 부탁을 할지 아니까. 그것만은 안 돼.”
“왜? 왜 안 돼? 나도 언니가 있는 그 단체에 들어가고 싶어.”
“넌 내 동생이니까. 영원히 내 동생으로 남아야 하니까. 위험한 일은 시킬 수 없어. 그러니 언니 마음을 이해하렴. 응?”
“그럼 이건 말해줄 수 있지? 무슨 단체야?”
“한 가지 약속을 하면 말해줄게.”
“뭔데?”
“유나에겐 절대 비밀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지 마라. 그렇게 할 수 있어?”
“쳇! 그건 안 되겠다. 난 비밀은 못 지키거든. 특히 언니들한테는.”
“그래. 그래서 아직 네게 말을 못해준 것이다. 언니를 이해할 수 있지?”
“알았어. 나에겐 큰언니가 이젠 엄마잖아. 딸이 엄마를 이해 못하면 안 되지.”
아리가 얼른 정미 품으로 안겼다.
정미가 아리를 두 손으로 포근히 감싸주며 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미 눈엔 살짝 눈물이 맺혔다.
“이 언니가 반드시 우리 아리 부모님이 누군지. 누구 손에 돌아가셨는지 꼭 밝혀낼 것이다. 언니와 같이 있는 사람들이 그 일을 하기위해 언니를 돕는 사람들이라 생각하면 될 거야. 아리를 위해..........”
“알았어! 큰언니.”


지현은 같이 움직인 학생들을 데리고 빵집에 들어가 한 턱 내고 있었다.
같이 수고한 답례를 하는 것이다.
빵집 밖에는 현태가 아버지 전화를 받고 있었다.
“찾아서 말을 해 줬느냐?”
“네. 그랬는데........”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네! 죽었어요.”
“죽다니?”
“그 윤 대칠이란 사람과 같이 다니던 사람까지 모두 죽었어요.”
“자세히 말을 해 봐.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친구들이 좆아 갔는데.......... 그들이 도망을 갔는데......... 배를 타고 갔는데. 배가 폭발을 해서..........”
“뭐? 배가 폭발을?”
현태 아버지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현태는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야! 현태야 거기서 뭐해? 얼른 들어와!”
“아.......알았어! 들어갈게.”
용현이 부르는 소리에 현태는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 수고들 했어! 지금부터 이 지현이 쏜다.”
지현이 콜라 잔을 높이 들고 외쳤다.
“그런데. 난 무서워. 정말 그들이 죽었으면 어떡해?”
지현이 옆에 늘 붙어 다니는 여학생이 겁먹은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가 뭐 그렇게 했니? 우리도 모르는 일이잖아. 천벌을 받은 거야. 자! 우린 전부 모르는 거다. 오늘 우린 아무것도 못 본 것이야. 알았어?”
“그래! 우린 오늘 그 섬에 간 사실도 없는 거야.”
용현이 맞장구를 쳤다.
“그래! 맞아. 우린 오늘 만나 적도 없는 것이고.”
현태도 맞장구를 쳤다.
이미 자기가 아빠에게 다 보고를 하고서........


해양 순찰함이 밝은 빛을 바다에 비추며 백도 근처에 도달했다.
순찰함엔 강 영진 형사가 동료들과 함께 탑승하고 있었다.
“어느 지점이라 했지?”
강 영진 형사가 물었다.
“저기 백도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위치랍니다.”
형사 하나가 손가락으로 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즉시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시체와 증거물을 수집해라.”
“네! 알겠습니다. 저 곳은 수심이 겨우 4~5미터 정도이며 바닥이 모래로 되어 있어서 찾기 쉬울 겁니다.”
순찰함에서 고무보트가 내려지고 잠수부들이 위치로 이동했다.
강 영진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개비 꺼내 입에 물었다.
옆 형사 하나가 얼른 라이터 불을 갖다 댄다.
벌써 미성년자 시절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다.
꼴초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강 영진은 하루에 담배를 두 갑 이상 피운다.
멀리서 잠수부들이 바다로 들어가 수색을 하는 것을 지켜보며 벌써 강 영진은 담배 두 개비를 연속 빨고 있었다.
“안되겠다. 가보자.”
강 영진이 기다릴 수 없다는 듯 서둘러 고무보트에 동료 한 명을 데리고 현장으로 가기 시작했다.
“바람도 고요한 것이 흡사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날씨네요.”
옆에 탄 형사가 몸을 부르르 떠는 시늉까지 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 안개까지 슬슬 내리기 시작 하는군.”
강 영진도 한 몫 거들었다.
하얀 안개가 순찰함 뱃머리까지 집어 삼키고 있었다.
강 영진이 현장에 도착을 했을 땐 10여 미터 앞도 분간이 어려운 상태로 안개가 끼었다.
“시체와 이것 하나만 찾았습니다.”
잠수 수색을 하던 경찰이 뭔가 들고 강 영진에게 왔다.
면도칼이다.
뭔가 잔뜩 묻어있는 그 상태 그대로다.
“.........!? 이건?”
“네! 말라붙은 피와 털 같습니다.”
그랬다. 면도칼에 묻은 것은 이미 오래되어 말라붙은 피와 솜털들이었다.
“잘 보관하도록! 시체들 상태는?”
“네! 아주 너덜너덜 합니다.”
“뭐 다른 증거 될 만 한 것들은?”
“몸에 아무것도 지니고 있지 않았나봅니다. 깨끗합니다.”
“그래! 그럼 철수한다.”
철수를 명령하는 강 영진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경찰이 물러간 그 바다 저쪽.
너무도 작은 어선 하나가 위태롭게 떠 있었다.
어선에는 두 남자가 타고 있었다.
“꼬투리를 잡힐 것 같은 물건들은 다 회수를 했지?”
“단 하나......... 이상한 것이 있었는데. 물건들을 회수하고 경찰이 오기에 물러나려는데. 이상하게도 분명 못 본 물건 하나가 뒤 바닥에 떨어져 있었어.”
“그게 뭔데?”
“면도칼 같았는데........ 경찰들 눈을 피해야 하겠기에 가져올 수가 없었어.”
“면도칼이라.......! 그 정도야 괜찮겠지. 핸드폰이나 지갑 신분증 뭐 이런 건 다 회수 했잖아?”
“응!”
“그럼 됐다! 이제 가자.”
아주 작은 어선도 천천히 그 곳을 떠났다.

그리고
백도 그 섬에서 소리 없이 보트 하나가 그 어선을 쫒아가기 시작했다.
청년.
보트를 모는 청년.
바로 여주에서 경찰들 앞을 가로 막았던 가고트럭 운전자가 아닌가.
그 청년은 보트를 몰면서 지시 내용을 점검하고 있었다.
“밤 9시부터 안개가 바닥으로부터 깔릴 것이다. 9시 20분  어선폭발현장 서남쪽  300여 미터 지점에 어선이 하나 나타날 것이다. 그 지점이 섬 바위산을 돌아 현장으로 향하기 가장 좋은 장소이므로 반드시 그 지점을 잘 살펴라. 경찰순찰함이 오는 방향은 어선폭발현장 남동쪽이 될 것이다. 넌 반드시 백도 방파제 공사장 부근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경찰순찰함이 오면 잠수를 해서 현장으로 가라! 현장 서남쪽의 어선에서 잠수부가 현장에 들어올 것이다. 그가 증거자료를 다 쓸고 간 후 경찰이오기전에 반드시 이 면도칼을 현장에 남기고 신속히 빠져 나와라. 경찰이 증거를 수집하고 돌아가면 현장 서남쪽 어선도 움직일 것이다. 절대 놓치지 말고 미행을 하도록. 또한 그 어선이 향할 곳은 백도에서 서남쪽 15km 떨어진 덕적도로 향할 것이다. 그 작은 어선이 가장 빠르게 갈 곳은 그곳이 유일하니까. a는 보트로 미행하고 b는 미리 덕적도에서 기다려라. 아마 어선을 타고 간 녀석들은 그 곳에서 묶고 아침 첫 배로 육지로 향할 것이다.
정확한 시각 정확한 경로. 정미가 내린 명은 항상 빈틈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정미가 어린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단주로 모시고 있는 것이다.
안개가 생길 시각도 경찰이 도착을 할 시각도. 상대방에서 현장에 도착을 해서 관련 증거를 없앨 시각까지.........정미는 정확히 계산해서 지시를 내린 것이다.
청년은 그런 단주 정미가 늘 존경스럽고 두려웠다.
청년은 멀리 보이는 어선을 바라보며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보인다.”
a청년한테 b로부터 연락이 왔다.
덕적도에서 기다리던 동료가 문제의 어선을 발견했다는 연락을 받고 청년은 반대로 보트를 몰고 사라졌다.
어선을 타고 움직이는 자들이 눈치를 채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
3번 게이트.
미끈한 하얀 다리를 자랑하듯 가늘고 키가 큰 미녀가 하나 내렸다.
검고 큰 두 눈은 얼굴 전체를 특이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미녀다.
눈은 검고 얼굴은 하얀 피부를 보면 분명 한국인은 아니다.
서양인도 아니고 백인종이나 분명 동양인.
“택시!”
그녀가 게이트를 나와 택시를 탔다. 한국말이다.
아주 유창한 한국말.
“어디로 모실까요?”
“장안동 장안아파트로 가세요.”
택시를 모는 기사는 연신 백미러로 그녀 얼굴을 살폈다.
“........!?”
그녀가 택시기사 생각을 읽었는지 상큼하게 웃는다.
“헉! 너무도 매력적인 미소다.”
택시 기사는 가슴이 쾅 하고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심장이 쾅쾅 요동치기 시작했다.
“백인 같은데. 한국말을 잘 하니 이상하다 이건가요?”
그녀가 묻는다.
목소리까지 애간장을 녹이는 달콤함 그 자체다.
택시 기사는 핸들을 잡은 손이 자신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음을 느끼고 정신을 수습했다.
“네! 한국인 아니죠?”
“네! 맞아요. 태생은 카자흐스탄.”
“그....... 그런데 한국말을 정말 잘하네요?”
“고마워요. 공부를 좀 했어요.”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자꾸 그녀에게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보며 택시 기사는 정신을 차리기에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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