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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영 최신작 추리소설 여고생살수 제18편
유리넷  2012-03-23 12:59:28, 조회 : 452, 추천 : 35

여고생 살수 제19편 [토끼몰이]

“유나는 현태네 집에 가서 현태 아빠가 오면 인사하고 네 능력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까지 알아내.”
“현태네 집 근처에 정보부 요원이 잠복근무중인데 올까?”
“올 거야. 유나가 그런 것을 내게 묻다니......... 추자도에 미끼로 쓰려고 했는데 현태 아빠가 눈치 채고 도주를 했으니 정보부 조 순영이 방 대규의 밀명을 받고 눈에 불을 켜고 잡으려 하는 건 사실이지만. 현태 아빠도 그건 알아. 꽤 똑똑한 놈이거든. 허나 지금의 아내와 자신의 대물 때문에 부부관계가 어렵게 되자. 인공수정으로 낳은 아들이 현태야. 또한 현태 아빠는 선천성이 아니라 후천성이거든. 성기가 20살이 돼서 갑자기 커졌던 모양이야. 그런 이유로 현태를 빨리 장가보내고 싶어 하지. 자신의 전철을 밟지 않게 하려고. 허니 현태 여자 친구를 만나러 오는 것에 목숨까지 걸을 수밖에..........”
“그럼 어디로 올까?”
“현태네 집이 산비탈에 지어진 집이라 위쪽 건물 장독대에서 현태네 화장실 옥상으로 넘어올 수 있어. 화장실 옥상에서 주방 쪽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 올 거야. 그러니 유나 넌 반드시 현태 아빠 주머니에서 자동차 키를 훔치고 화장실 가는 척 하고 주방 쪽문으로 나가면서 현태 아빠가 벗어 놓은 안전화를 숨겨. 놈은 꼭 안전화를 신고 다니는 철저함이 있거든. 안전화 말고 임시로 신는 슬리퍼가 하나 더 있을 거야. 그건 놔둬. 그러면 네가 현태 아빠에게서 알아낼 것이 더 없다 싶으면 경찰 핑계로 현태 아빠가 도망치게 만들어. 현태 아빠는 다시 주방 쪽문을 열고 도주를 할 것이고. 안전화가 없어 슬리퍼를 신고 도주를 할 것이야. 그럼 그 순간부터 토끼몰이가 시작된다.”
“난?”
“넌 천천히 현태네 집을 나와 동네 위쪽으로 올라가면 건물들이 끝나고 숲이 생기는 지점에 오른쪽 공터를 보면 흰색 봉고차가 한 대 있을 거야. 현태 아빠가 타고 와 그 곳에 세워둔 것인데. 현태 아빠는 그 차를 타지 못하고 숲으로 도주 할 테니 네가 그 차를 몰고 워커힐 교문리 방향 밤나무골 입구에 보면 작은 계곡으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가 하나 있어. 그 도로를 후진으로 50m정도 들어가면 큰 밤나무가 하나 있는데. 거기가 미나리 논이야. 미나리를 5박스 분량을 그냥 묶은 채로 사 뒀으니 그걸 봉고차 뒤에 싣고 차 뒷문을 열러둔 체 봉고차 시동을 걸어 놓고 기다리면 현태 아빠가 몰래 봉고차 뒤에 올라타 몸을 숨기고 차 뒷문을 닫을 거야. 그럼 차를 몰고 88도로를 달려 김포시에서 대명리 바닷가에서 강화도로 가는 다리입구에서 좌측 바닷가 쪽으로 1km 가면 양어장을 하다가 버려진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창고 같은 건물이 하나 있어 그리 오면 돼.”
“왜? 그렇게 멀리?”
“오늘은 바람이 북동풍이 아주 강하게 불어.”
“아! 알았어.”
유나가 현태네 집으로 갈 때 정미가 내린 작전이다.

현태네 집은 망우리에서 남쪽에 있는 산비탈의 북쪽 방향으로 늘어선 건물들 중간 지점에 있었다.
유나가 현태네 집에 도착을 한 것은 어둠이 밀려오는 오후 7시가 조금 넘어서다.
“안녕하세요?”
유나가 현태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어서 와요.”
현태 엄마가 유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아빠야 인사드려.”
소파에 앉아있던 현태 아빠를 현태가 소개했다.
유나가 공손히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현태 아빠 눈이 반짝 이채를 띤다.
유나가 한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아가씨가 아니었어?”
현태에게 묻는다.
“응! 아빠는 한국인 엄마는 인도. 그래.”
“아! 그래........! 반갑다. 앉아라.”
현태 아빠가 말했다.
유나가 다소곳이 현태 아빠 앞 소파에 앉았다.
“흠! 아주 예의가 바르군! 가정교육을 잘 받았어.”
현태 아빠가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속으로는 흡족하지 않지만. 어떡하든 유나를 현태와 맺어줘서 얼른 대를 잇게 만들려는 속셈이다.
“그래! 부모님은 살아 계시고?”
“아닙니다. 제가 어렸을 때 두 분 다 돌아 가셨습니다.”
“저.........저런!”
무척 안타깝다는 현태 아빠의 표정 뒤엔 만족함이 깃들어 있었다.
사돈이 없다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일을 처리하기가 쉽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현태 아빠는 얼른 현태와 유나를 맺어주고 대를 이을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저........ 화장실 좀.”
유나가 긴장을 한 모습으로 현태에게 말했다.
“응!”
현태가 주방 쪽문으로 데리고 가서 화장실 위치를 가르쳐 줬다.
정미가 지시한 대로 현태 아빠의 안전화를 숨기고 다시 돌아 온 유나는 현태 엄마가  음식을 차려놓고 부르자 식탁으로 가려는 현태 아빠에게 슬쩍 부딪히며 차 키를 빼내고 있었다.

***밤새 뛰고 도망 다니려면 배가 불러야 하니 밥은 다 먹거든 도망치게 해라***
정미 말대로 유나는 현태 아빠가 밥을 다 먹은 뒤 현태에게 경찰이 다가온다고 귓속말로 했다.
“경찰와요 경찰!”
호들갑을 떠는 현태 때문에 현태 아빠는 급하게 주방 쪽문을 통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아가! 나중에 보자!”
도망치면서도 유나에게 다정한 말을 남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한 마디 때문이었나. 유나가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동네 맨 위 숲속 근처
흰색 봉고차가 서 있었다.
현태 아빠가 비상시 타고 도주를 하려고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둔 봉고차다.
***아리는 흰색 봉고차 주위를 몸을 최대한 낮추고 서성이고 있기만 해라. 그럼 의심이 많은 현태 아빠는 경찰에게 발각된 것으로 알고 차를 버리고 급히 숲속으로 도주를 할 것이다.***
정미 지시대로 아리는 흰색 봉고차 주위를 몸을 낮추고 서성이기 시작했다.
“헉! 제기랄!”
현태 아빠는 자신의 차량 근처에 사람 그림자가 보이자 바로 숲속으로 도주를 시작했다.

***토끼는 사람이 미리 덫을 놓고 그 덫으로 토끼를 몰아가는 형식이다. 아리와 난 그냥 몰이꾼에 불과하다. 아리는 즉시 그 자리에서 움직여 망우리 북동쪽 산길을 봉쇄해라. 산 위에서 쉿. 쉿. 하며 조심해서 움직이는 사람 소리만 내면 될 것이다. 그럼 나는 남서쪽 능선에서 길을 봉쇄하고 토끼를 산  너머 밤나무골로 몰 것이다.***
“덫은 누가 놔?”
“모내에게 부탁했다.”
“모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되니 어려울 것도 없다.”
정미 말을 기억하며 아리는 아직도 걱정이 됐다.
모내가 어떻게 덫을 놓을 수 있을까.

***모내는 산 능선에서 밤나무골로 내려가는 계곡 능선 큰 나무 아래 첫 번째 덫을 놓아라!***
정미가 모내에게 지시한 내용이다.
현태 아빠는 아리와 정미가 몰아가는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계곡 쪽은 가시넝쿨이 많으니 저기 큰 나무를 지나 능선을 따라 내려가자.”
현태 아빠는 그렇게 첫 번째 모내가 놓은 덫으로 향했다.
철컥. 철컥.
갑자기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현태 아빠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크윽!”
엄청난 고통에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 본 현태 아빠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런! 누가 노루 잡으려고 놓은 덫이다.”
짐승들 발목을 날카로운 톱니로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덫. 그 덫 두 개가 현태 아빠 양쪽 발목을 파고들었던 것이다.
“크윽!”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현태 아빠는 급히 덫을 발목에서 빼냈다.
위족 능선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급해진 현태 아빠는 능선을 따라 산 아래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
달리던 현태 아빠가 걸음을 급히 멈췄다.
바로 앞 뭔가 사람이 낙엽을 방금 만진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놈이 편안한 능선으로 도망치게 할 수는 없다. 모내는 능선 위로 사람이 만진 흔적을 많이 만들어 놓고 계곡 쪽 가시넝쿨 사이 비탈진 공간에 두 번째 덫을 놓아라!***

현태 아빠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능선을 따라 도망치지 못하고 계곡 쪽 비탈에 가시넝쿨 사이로 공간이 보이자 그 곳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윽! 크윽!”
현태 아빠 비명이 이어졌다.
넓은 판자에 큰 못을 박아 날카로운 못 끝이 위로 올라오게 만들고 그 위에 낙엽과 풀로 위장을 해 놓은 것이다. 비탈진 곳에서 못을 밟은 현태 아빠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다가 옆구리 전체를 못에 찔리고 긁힌 것이다.
발목에서도 피가 천천히 흐르고 발바닥은 흥건하게 피로 물들었다.
“저 아래서 소리가 들렸어.”
누군가 위에서 쫒아오는 소리에 현태 아빠는 가시넝쿨이고 뭐고 발을 절뚝거리며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계곡이 갑자기 높은 바위로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 놈은 거기서 갈 곳은 오로지 좌측 풀밭이다. 길이 편하고 우선 몸이 아프니 도주하기 쉬운 길을 택할 것이다. 그 곳에 3번째 덫을 놓아라!***
감자기 현태 아빠 뒤 쪽에서 사람 쫒아오는 소리가 급박하게 들려왔다.
아리와 정미가 몰이를 하는 것이다.
현태 아빠는 가파른 바위가 길을 막자 급한 마음에 넓고 편한 풀밭으로 정신없이 달렸다.
“아악!”
날카로운 큰 낚시 바늘이 풀 전체에 매달려 있었다.
현태 아빠 다리엔 수많은 낚시 바늘들이 바지를 찢으며 살을 파고들었다.
“저 아래다!”
다시 뒤에서 들리는 소리.
아픈 몸이지만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다시 도주를 시작했다.
***풀밭이 끝나면 오솔길이 나타날 것이다. 산 아래로 내려가는 편안한 길이지. 놈은 그곳으로 도주를 할 것이다 그 곳에 4번째 덫을 놓아라!***
“편안한 길이다. 이젠 살았다.”
일단 한 숨 돌린 현태 아빠는 오솔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악! 악!”
다시 전해지는 발바닥의 고통.
“누가 이런 짓을!?”
오솔길 바닥에 수 없이 뿌려진 쇠붙이들. 날카로운 침들이 뾰족하게 돋은 것들이 널려있었다.
발바닥에서 피 묻은 쇠붙이를 떼어낸 현태 아빠는 다시 계곡 쪽으로 굴러내려 갔다.
***놈이 이젠 발바닥이 아파서 걷기 보다는 계곡 아래로 굴러갈 것이다. 그 곳에 5번째 덫을 놓아라!***
“으악.........!”
처절한 비명이 터졌다.
뭔가 땅 바닥이 꺼지며 현태 아빠 옆구리를 엄청난 고통과 함께 찔렀기 때문이다.
계곡물을 이용해 농사를 지으려고 판 도랑위에 풀로 위장을 하고 그 아래 날카로운 쇠창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
“크윽! 왜 이런 것이..........여기에?”
“저쪽이다.”
다시 산 위에서 추격하는 소리가 들리고.
쇠창에서 몸을 빼낸 현태 아빠는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손으로 피를 지혈하며 다시 계곡 돌 틈새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다음은 계곡을 다 내려 온 놈이 넓은 밭을 통해 멀리 보이는 봉고차로 향할 것이다. 그 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마지막 함정을 만들어라!***
함정.
모내는 그 곳에 넓이 2미터 정도 되고 깊이 1.5미터 되는 함정을 팠다.
그리고 함정 바닥에 나무를 뾰족하게 만들어 위로 향하게 여러 개를 박아 놨다.  
그 위에 가느다란 나뭇가지와 풀을 덮고 흙을 살짝 덮었다.
급하게 도망치던 현태 아빠는 그 속으로 빠졌다.
“크악!”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뾰족한 나무가 항문과 성기를 뚫고 복부까지 들어왔다.
정신이 가물가물 해진다.
도저히 빠져 나올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저기다.”
추격하는 소리가 근처에서 들린다.
마지막 죽을힘을 다해 나무창에서 몸을 빼낸 현태 아빠는 앞으로 구르다시피 도망을 쳐서 겨우 봉고차 뒤까지 도착했다.
가물가물한 상태에서 앞에 보이는 차량 뒷문이 열려있자 얼른 올라타고 뒷문을 닫았다.
미나리 단을 풀러 자신의 몸을 그 속에 감췄다.
다행히 차량이 바로 움직인다.
이젠 살았구나 하는 긴장이 풀리며 현태 아빠는 차츰 정신을 잃어갔다.

“뿌려놨던 덫은 치우고 모내는 집에 가서 쉬어 다행히 오늘 밤에 비가 많이 내린다 했으니 피야 빗물로 말끔히 씻길 거야.”
정미가  모내에게 내린 지시다.

유나는 차를 몰고 88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우린 어디로 가?”
아리는 유나가 봉고차를 몰고 떠나자 정미에게 물었다.
“우린 강화 제1대교 아래 바닷가로 간다.”
“유나 언니는 대명리로 가라고 했잖아?”
정미가 묘한 미소를 입가에 남겼다.
아리가 고개를 갸웃 한다.

유나의 배신.
유나가 김포에서 대명리 쪽으로 차를 몰다가 잠시 차를 멈춘다.
“언니 미안해! 난 현태 아빠를 죽일 수 없어. 나도 몰라. 내 마음이 왜 그런지. 아마도 난 가족이 없이 자라서 따뜻한 가족이 그리웠던 것 같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태가 좋아졌어........”
뭔가 결심을 한 듯 유나는 차를 몰고 통진 쪽으로 달렸다.
“정말 미안해 언니. 날 이해해줘. 나도 가족들과 어울려 살고 싶어.”
유나가 눈에 눈물을 흘리며 머리를 도리질 쳤다.
“살릴 거야. 반드시. 살려서.........! 그래! 거기로 가자! 옛날 공사를 하다가 버린 큰 하수관이 거기 있었어. 강화대교 아래 바닷가 외진 곳. 거기라면 안전할 거야. 언니도 모르고 나 혼자 갔던 곳이니 날 찾지는 못할 거야.”
유나는 엑셀에 힘이 들어갔다.
후두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미는 아리와 함께 김포 큰 마트에 들려서 시장을 보고 있었다.
“뭘 사려고?”
아리가 물었다.
“부탄가스가 많이 필요 할 거야. 그리고 배도 고프고.”
“부탄가스?”
아리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정미는 부탄가스를 한 박스를 샀다.
빵과 봉지 커피도 샀다.
조그만 냄비도 하나 사서 마트를 나섰다.
“어째서 유나 언니를 오라고 한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지?”
아리가 아리송 모양이다.
“거기가 더 좋을 것 같아서,”
정미는 더욱 아리송한 말만 한다.
“승용차 뒷좌석에 실린 저 박스는 뭐야?”
“아! 그것도 뭐에 쓰려고.”
정미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나는.
바닷가 큰 하수관 속에 현태 아빠를 옮기고 상처가 심한 것을 보고 급히 약을 사러 다시 통진으로 차를 몰았다.
유나 봉고차가 근 대로에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아리가 말했다.
“큰언니 저거 유나 언니 아니야?”
“그래 맞아!”
“유나 언니가 왜 이곳에?”
“아마 현태를 사랑하게 됐나봐. 현태 아빠를 살리고 싶어진 모양이야.”
“설마? 더럽게 어떻게 남자를.........”
아리가 급격히 실망하는 태도다.
“넌 여기 논길에 차를 세워 둘 테니 차문 꼭 잠그고 배고프면 빵 먹고 여기서 자고 있어. 누가 와서 빵빵 거려도 절대 차를 빼주면 안 돼. 차를 빼주지 않으면 다른 곳으로 갈 거야. 여기만 막으면 언니에게 아무도 접근 못하니까. 네가 언니를 지켜줘! 알았지?”
“알았어!”
아리가 다행히 쉽게 대답 했다 아리가 쉽게 대답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나올 때 아내가 부탁을 한 것이다.
“절대 큰언니가 뭘 하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줘. 마지막에 큰언니 따라가지 말고 놈은 큰언니 혼자 처리해야 하거든. 알았지?”
그 말을 생각하며 아리는 차 안에 남았다.
정미 혼자 부탄가스와 다른 박스를 들고 어두운 논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유나 네가 언젠가 저 곳에 혼자 걸어와 뭔가 생각하는 것을 보고 어떤 곳인가 하고 내가 나중에 혼자 와 봤다. 놈을 처리하기엔 가장 적한 장소였어. 넌 이곳을 반드시 생각하고 놈을 이리 데려올 줄 알았다.”
정미가 깊은 생각에 잠기며 천천히 걸어 바닷가에 도착했다.
대형 하수관이 바닷가에 버려져 밀물과 썰물에 조개들만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그 속에 꿈틀거리는 물체가 보였다.
유나가 옮긴 놈이란 것을 알고 정미는 잠시 망설이더니 굳은 결심을 한 듯 하수관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유나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카멜이 잡으러 왔으니까.”
정미가 현태 아빠를 차 뒷좌석에 실었던 박스에서 붕대를 꺼내 둘둘 말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이 붕대는 특수 하게 만든 것이라 불에 아주 잘 타고 연기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도치램프를 이용해 가스 불을 붙여야 타고 안 붙이면 바로 꺼지는 습성이 있지. 화력이 강해서 널 태워버리는데 딱 맞거든.”
정미가 중얼거림을 들었는가.
“넌 누구냐?”
놈이 물었다.
“17년 전. 두 살짜리 어린 아기를 안고 남해안 충무에 신혼여행을 간 부부를 2살짜리 아기를 미끼로 그 엄마까지 태우고 무인도로 가서 강간하고 무참히 살해한 죄를 기억하느냐?”
“너.........넌?”
“난 그때 너희들이 바위틈에 던져버린 2살짜리 그 아기다. 기억나느냐?”
“으으......... 그래! 기억난다. 으으......... 죄 값을 치러야지. 그래! 어서시작해라. 어서......... 그리고 미안하다. 정말 너에겐 미안하다.”
“한 가지만 묻겠다. 바로 대답하면 나도 그냥 널 죽일 것이고 말을 안 하면 엄청난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으으..........무슨 말을 물을 것인지 안다. 나와 그 당시 같이 범행을 했던 나머지 2명 행방이 알고 싶을 테지?”
“그렇다!”
“하나는 이미 6년 전에 죽었다. 또 다른 범행을 하고 술을 먹고 돌아오다가 실족해서 바다에 빠져 죽었다.”
“나머지 하나는?”
“그자는 전임 외무부 장관이었던 방 진복이다.”
“방 진복이라면?”
“악랄하기로 소문이 난 방 대규의 동생이지. 지난번 대선에서 낙방하고 지금은 대통령 특별 보좌관으로 있다.”
“알려줘서 고맙다. 약속대로 곱게 죽이마. 잘 가거라!”
정미가 말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했다. 저승에 가서라도 네 부모님께 무릎 꿇고 사죄하마.”
“흑흑......... 그러니까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왜요?”
정미가 눈물을 뿌리며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면도칼이 놈의 목을 반 쯤 자르고 지나갔다.
피가 꾸역꾸역 나온다.
허나 놈의 눈은 편안한 표정으로 정미를 잠시 응시 하더니 천천히 감겼다.
“당신은 고통 없이 갔지만 이제부터 나는 당신 살을 한 점 한 점 태우며 고통에 몸부림 칠 것이요. 이제 당신도 한 줌 재가 돼서 그 동안 지은 죄를 뉘우치고 저 멀리 바다 여행이나 가세요. 마침 오늘은 바람이 육지서 바다로 강하게 불고 있으니 냄새도 재도 다 바다로 갈 겁니다.  잘 가세요.”
정미가 도치램프에 불을 붙였다.
놈의 발부터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마치 화약에 불이 붙듯 강한 불빛을 내며 놈의 시신은 발부터 차츰차츰 타서 없어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재가 날고 눈물이 흘러 정미 얼굴은 검둥이가 됐다.
타고 남은 뼈는 돌로 탁탁 부셔서 바람에 날려 버렸다.
휭.........
커다란 하수관 속엔 남은 것이라곤 빈 부탄가스통 뿐이다.
박스고 뭐고 다 태워버린 정미는 빈 가스통을 가득 안고 비틀거리며 논길로 돌아왔다.
“큰언니! 세상에.........! 이게 뭐야? 얼굴도 그렇고 꼴이 검둥이잖아. 갑자기 거지 중에 상거지가 됐네.”
아리가 어른 정미 옷을 벗기고 다른 옷을 그 위에 걸치게 했다.
“내가 운전할게.”
아리가 운전석에 앉아 차를 몰기 시작했다.
둘 다 아무런 말이 없었다.

유나는 약을 사러 통진에 갔다가 카멜에게 잡혀갔다.
카멜은 유나를 데리고 가서 오래전에 버려진 돼지우리 속에 처넣고 마치 초승달처럼 생긴 가위를 유나 목에 걸었다.
조금만 힘을 주면 유나 목이 무처럼 잘라질 판국이다.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네가 날 배신해? 추자도에 너도 갔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았나?”
카멜이 하얗게 웃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테러단을 이끌고 있는 자가 유나 정도가 속인다고 속겠는가.
유나도 그걸 알기에 이미 체념을 한 상태다.
“죽여요. 이젠 저도 넌덜이가 나요. 제 언니 동생을 죽이려는 것도 그렇고. 아빠가 가짜라는 사실도 그렇고. 무엇보다도..........흑흑.........언니를 배신 한 것이 정말 참을 수 없어. 어서 죽여요.”
유나가 악을 쓰며 말하고 두 눈을 감았다.
이미 삶을 포기한 것이다.
“미친......... 그래서 털 없는 짐승은 기르지 말라 했거늘.......... 내가 널 기른 게 잘못이지.”
카멜 손에 천천히 힘이 들어갔다.
“윽!”
비명이 터졌다.
유나가 아닌 카멜이다.
손목에 통증을 느낀 카멜이 자신의 손목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요녀 침..........!”
어디선가 날아 와 자신의 손목에 꽂힌 요녀 침엔 쪽지가 하나 매어있었다.
침을 빼내고 얼른 쪽지를 펼쳐보는 카멜.
***그 아이를 보내줘라! 그럼 내가 너희와 원수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찌 보면 협박인데. 어찌 보면 그건 협상이기도 했다.
“요녀가 왜? 이 아일........!?”
카멜이 의아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피식...........”
카멜이 멋쩍게 웃었다. 자신이 찾는다고 눈에 띌 요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너와 나의 인연은 끝이다. 가라! 살려주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반드시 죽인다.”
카멜이 획 돌아 섰다.
유나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천천히 사라졌다.
카멜도 떠나고 그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옥수수 밭.
“크크.......... 그 친구가 그거 하나면 해결 된다 하더니 진짜네.”
저격수 k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않아 하얗게 웃고 있었다.
“이제 약속 하나는 지킨 것인가. 아니지..........나도 살았으니 둘 다 지킨 것이지. 그럼 나도 그 친구를 살려줄 일이 있나 가 봐야지.”
저격수 k가 바람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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