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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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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0 13:18:25, 조회 : 1,018, 추천 : 141 |
강 다혜 그녀가 핸드폰 번호를 따간 뒤 2시간 정도 흐른 점심시간이 다돼서 내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난 얼른 전화를 받았다.
생선 장수가 가장 한가한 시간이지만 내겐 바쁜 시간이다.
생선을 구워 팔기 때문에 점심시간엔 더욱 바쁘다
모두 생선구이를 주문하는 것이다.
“여보세요? 큼직한 자반 하나만 구워서 배달 좀 해주시오.”
나이가 지긋한 남자 목소리다.
무척 점잖게 말했다.
“아! 네! 어디로 가져다 드릴까요?”
“좀 한가한 시간이 언제입니까?”
“네! 12시가 넘으면 한가합니다만.”
“그럼! 12시 넘어서 k아파트 113동 507호로 갖다 주시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옆 메모지에 시간과 배달을 할 주소를 적었다.
“어! 거긴 아까 그 아가씨집인데.”
옆에서 생선을 구워달라고 주문을 한 아주머니가 내가 메모를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그래요? 그 아가씬 도대체 누구에요?”
“모르고 게셨군요? 그 아가씨는 강회장 외동딸이라오. 공부를 잘해서 얼마 전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사법고시에 합격을 했다오. 그래서 우리 아파트가 들썩 거렸다오.”
“아! 그렇군요! 강회장님이란 분은?”
“이런! s제화 강회장님도 모르다니.”
“s제화?”
“그렇다오. 구두하고 가방을 만드는 회사지.”
“네! 알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가장 튼실한 기업으로 소문이 났다고 하던걸요.”
“아마 돈도 엄청 많을걸요.”
나와 아주머니 대화에 생선구이를 기다리던 젊은 남자가 끼어들었다.
미녀는 설거지를 다 끝내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집에 가려고?”
수다스러운 아주머니가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오면서 말을 걸었다.
“네!”
“오늘은 좀 기다리라고 하던데.”
“왜요?”
사장님이 오신다고 다들 좀 기다려 달라던데.“
“사장님이요?”
“그래! 그러고 보니 색시는 사장님 아직 못 봤지?”
“네!”
“오늘 보고 가. 얼마나 잘 생겼다고. 색시도 사장이 주방장한테 쓰라고 했다던데. 색시가 사장이 누군지 모른 다는 게 이상하지.”
“저를요?”
“그래! 그렇다고 말들 하던데. 색시하고 사장하고 무슨 사이냐고. 다들 수군대던걸.”
“누굴까?”
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사장이 누군지 적당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았다.
“두 아주머니도 이리 오세요! 사장님 오셨어요.”
홀에서 서빙을 하는 아르바이트 여학생이 쪼르르 달려와 말했다.
미녀는 옷을 갈아입고 청소부 아주머니를 따라 홀에 들어섰다.
“..........!?”
홀에 들어서던 미녀는 사장이란 사람을 발견하고 멍하니 섰다.
박 유진 바로 그자다.
전에 살던 집 주인 남자.
비록 술이 취해 비몽사몽간 치러진 정사지만 남편과 살아가면서 어 날부터인가 그 첫 번째 정사의 대상이 어쩌면 박 유진 저자가 아닐까 스스로 생각하던 미녀였다.
특히 현제 남편의 등물을 해주면서 남편 등에 검은 사마귀가 없다는 것을 알고 더욱 더 그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해서 부랴부랴 박 유진이 없는 곳으로 이사를 했던 것인데.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이 저 박 유진의 가계라니 어이가 없었다.
“사장님이세요. 인사들 하세요.”
주방장이 인사를 시켰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청소부 아주머니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아니 어쩌면 비굴하게 인사를 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주머니가 이곳에 오래 붙어 있으려면 우선 저 사장한테 잘 보여야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전 오늘부터 이곳을 그만 두겠어요.”
미녀가 획하고 돌아섰다.
“잠깐만요!”
박 유진이 홀을 나가는 미녀를 따라 나섰다.
“무슨 일이에요?”
따라 나오는 박 유진을 차갑게 돌아보며 미녀가 물었다.
“이제 그날 일을 기억하시나 봐요?”
박 유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혹시나 홀에 있는 직원들이 들을까봐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다.
“그날일? 그래요? 내 생각이 맞았어요? 대체 그날 들고 온 술에 무슨 짓을 한 거죠?”
미녀도 작은 소리로 물었다.
“중국에서 들여온 미혼약이라던가. 해서 시험을 좀 해봤죠.”
박 유진이 징그럽게 미소를 지었다.
“당신 사람도 아니에요. 고발할거에요.”
“고발? 그럼 지금의 남편과 행복한 가정이 유지될까?”
“뭐에요? 정말 당신이란 사람은?”
“그러니 그냥 이곳에서 일해요. 지금 떠나면 난 당신 남편한테 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지금 날 협박하는 거 에요? 이런! 짐승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도 이해를 좀 해요. 오죽 했으면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사랑? 당신 부인과 가족들 생각은 안 해요? 이 사실을 알면 아마도 이혼을 하자 할 텐데?”
“그래도 난 당신이 좋은 걸 어찌하오? 다른 짓은 안 하리다 그냥 여기 내 곁에 머물기나 하면 되오.”
“말도 안 돼! 내가 여기 있을 것 같아요?”
“안 그러면 남편하고 못살게 만들 것이요. 그러니 날 더 이상 추하게 만들지 말고 여기 그냥 있으시오.”
박 유진의 표정은 진지했다.
그러나 미녀 눈엔 그저 한 마리 짐승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파트 113동 507호.
점심시간이 넘어서자 생선구이 주문은 끝났다.
난 고등어자반을 가장 큰 것으로 골라 잘 구워서 강회장 집으로 가져갔다.
“들어와요.”
강 다혜가 현관문을 열어줬다.
기업 회장댁 치곤 무척 소박하게 꾸며져 있는 것을 보고 난 강회장의 사람 됨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앉으시오! 할 이야기가 있으니........”
이제 막 50 문턱에 온 듯. 나이가 든 중년 남자 모습은 자상해 보였다.
평범한 소파에 걸터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폼이 생선구이를 지금 먹으려고 시킨 것 같지는 않았다.
이미 식사를 마친 것 같았다.
난 나에게 무슨 할 이야기가 있어서 배달을 핑계로 만나려는 것을 알고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럼 잠시 실례를 하겠습니다. 몸에서 생선 냄새도 나도 구이 냄새도 날.........”
난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했다
강 회장이 그만 말을 하라는 손짓을 했기 때문이다.
“아! 그만! 생선 장수가 생선 비린내가 나는 건 당연하지. 난 구두와 가방 장수니 늘 구두약 냄새와 가죽 냄새가 난다오.”
강 회장이 날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강 회장이 날 자꾸 처다 봐서 난 내 눈을 어디다 둘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호! 무척 진실한 젊은이구만! 좋아요! 내 하고 싶은 말을 하겠소.”
강 회장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막 시작 하려는데 강 다혜가 차를 내왔다.
“녹차에요. 몸에 비린내를 잠시 잊게 해준다고 하더군요.”
강 다혜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내 곁에 앉았다.
“우리 다혜가 이번에 회사에 새로 신설되는 제품 기획실 팀장으로 일하게 됐다오.”
“아! 그렇군요. 사법고시에 합격을 했다고 하시던데?”
“내 나이가 더 먹기 전에 회사 일을 좀 배워둬야 할 것 같아서 내가 떼를 썼다오.”
강 회장이 다혜 눈치를 살피며 나에게 말했다.
“아! 네!”
“해서 젊은이에게 부탁을 하나 하려고 이렇게 오라 했다오.”
“무슨 부탁을?”
“회사에 인재들은 많으나. 내 딸이 신설된 부서를 맡으니 낙하산이다 뭐다 하여 흠집을 내려고 하는 일은 많지만 협조를 해서 도우려는 자들은 없다오. 특히 회장 딸이다 보니 더욱 다른 곳에 마음이 있어서.........”
“아! 네!”
“해서 하는 말인데......... 이름이?”
“네! 윤 영국입니다!”
“그래! 윤 영국. 젊은이가 좀 도와줄 수는 없을까?”
“제가요?”
“그렇다네! 생선구이를 해서 판매를 하는 것도 그렇고 참 똑똑한 젊은이 같아 하는 말인데. 우리 딸 좀 도와주게. 응?”
강 회장은 진실을 담아 부탁을 하는 느낌이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전 가방이나 구두를 만드는 일을 전혀 해보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렇겠지. 그래서 자네가 딱 제격이네.”
“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가장 초심으로 생각해야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법이지. 전문가는 전문가다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초보는 초보다운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이야. 해서 젊은이가 필요한 것이네.”
어느새 강 회장은 나를 자식처럼 생각하는지 말을 놓고 있었다.
“허면? 제가 무슨 일을 도와드리면 되나요?”
“고맙네! 화통해서 좋군!”
“네?”
“이렇게 승낙을 해주니 고마워!”
강 회장은 이미 내가 승낙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정말 내가 뭘 도와드리면 되냐고 묻는 물음이 이미 승낙을 한 셈이 된 것이다.
“윤 영국!”
“네!”
갑자기 강 회장이 내 이름을 불러 나도 모르게 대답을 하고 말았다.
“그대를 이 시간부터 s제화 신설 제품 기획실 b팀장으로 임명한다.”
“b팀장이라면?”
“우리 딸은 a팀을 자넨 b팀을 명목상 맡고 옆에서 도와주면 되네. a팀은 구두를. b팀은 가방을 담당할 것이네. 허나 그 것은 명목상이고 자넨 우리 딸 다혜를 잘 도와만 주면 되네. 하지만 이건 명심하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싶으면 언제든 자넨 해고될 것이네. 즉 아무런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으면 바로 해고 된다 이것이지.”
강 회장이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말에는 단호함이 곁들여 있었다.
“또한 자넨 회사에 대하여 잘 모르니 팀원 구성은 다혜가 알아서 할 것이네. 무슨 할 말 있나?”
“아닙니다!”
“없다고? 월급을 얼마나 줄 것인가 그 것엔 관심도 없나?”
“아! 네! 얼마나 주실 겁니까?”
난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
“난 항상 공평한 걸 좋아하네. 자네도 내 딸과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네.”
“그러실 것 같아서 묻지를 않았습니다.”
“호오! 뭔가 통하는 데가 있군!”
강회장이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근로계약서다.
난 내가 쓸 곳을 찾아 천천히 써내려갔다.
년 봉 6천만 원으로 한다.
난 그 항목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왜? 팀장이란 이름 치곤 적다 이건가?”
강 회장이 물었다.
“아닙니다! 보너스와 성과급등을 고려하면 큰 액수가 맞습니다. 다만.........”
“다만 뭔가?”
“제 능력도 모르시면서. 년 봉을 정하신 것은 모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암! 모험이지. 하지만 모험을 안 하고 어찌 원하는 것을 얻겠는가? 난 특히 모험을 좋아하네. 인제를 찾는 일엔.”
“아! 네!”
“전해주거라!”
강 회장이 다혜에게 말했다.
다혜는 주머니에서 뭔가 거내 내 손에 쥐어줬다.
자동차 키다.
“이건?”
“생선 장수 트럭을 끌고 출근을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명색이 팀장이. 팀장이란 부장급이야. 이건 미리 투자를 하는 것이니 옷도 좀 사 입고.”
강 회장이 봉투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난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았다.
봉투를 열어보는 것은 실례 같아서 그냥 소중히 주머니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제가 보답을 할 수 있을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도 부탁이 하나 있어요.”
강 회장 아파트를 나오는데 다혜가 따라 나오며 내게 말했다.
“무슨?”
“회사에 나오시면 제 애인 역할도 같이 해주세요.”
“네? 그게 무슨?”
“제가 실수를 하나 했거든요.”
“실수라니요?”
“사실은..........”
다혜가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며 이야기를 했다.
그녀 첫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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