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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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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13 19:19:03, 조회 : 802, 추천 : 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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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동 달동네에 미녀와 나의 달콤한 신혼 방이 마련됐다.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그녀와 난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되었다.
왕십리 그녀가 살던 곳은 무슨 까닭인지 주인이 붙잡아도 그녀가 싫다고 떠났다.
나와 같이 나들이를 할 때나 쇼핑을 할 때도.
미녀 그녀는 항상 내 오른쪽 팔에 팔짱을 끼고 다닌다.
“왜 왼팔은?”
내가 왼 팔을 내밀면.
“난 당신의 오른팔이잖아.”
하며 애교를 부린다.
그녀는 늘 하의가 보이지 않는 옷을 입고 스타킹도 신지 않는다.
늘 하얀 살결의 늘씬한 다리를 모두 내놓고 걸어 다니기 때문에 남자들이 힐끗 힐끗 볼 때마다 난 속상하다.
“넌 언제나 나만의 것이어야 해!”
눈요기도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 내 방식이다.
“미녀가 섹시하면 오빠도 덩달아 멋져 보이는 거야!”
남자가 시골 촌티가 줄줄 흐르는 아줌마하고 데이트하면 아무리 멋진 남자라도 촌스러워 보인다는 것이 그녀 방식이다.
꼬불꼬불한 비탈길을 한참 내려가야 있는 슈퍼마켓에 가서 반찬거리를 사는 것이 매일 그녀와 나의 데이트 코스다.
난 택시 기사를 때려치우고 1톤 화물차를 구입해서 냉동고를 달고 생선장수를 시작했다.
새벽에 가락동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가져와 아침부터 팔러 다니면 오후 3시쯤이면 다 팔린다.
아니 다 못 팔아도 난 하루 장사를 마치는 시간이다.
얼른 달려와야 미녀와 슈퍼마켓에 같이 가기 때문이다.
미녀는 요즘 식당에 아침 시간만 아르바이트를 한다.
새벽 시간에 난 가락동 시장에 가면 미녀는 일어나 아침 준비를 시작한다.
가락동에 갖다오면 맛있는 우리 섹시한 미녀가 차려놓은 아침이 날 맞이한다.
미녀는 없다.
이미 식당에 아르바이트를 나간 것이다.
“무슨 식당이야?”
아무리 물어도 시원하게 대답을 안 한다.
“생선이 왔어요. 팔딱팔딱 뛰는 고등어 꽁치가 왔어요. 두 눈을 끔뻑끔뻑 거리는 오징어도 왔어요. 고등어 한 마리 천원. 꽁치 두 마리 천원. 오징어 한 마리 천원. 자 천원 판매를 하는 생선 장수가 왔습니다. 어서 나와서 구경 하세요.”
“아파트 주민 여러분! 집에서 생선을 굽어 먹기가 정말 어렵죠? 그런 고민을 하지 마세요. 여기 팔딱팔딱 뛰는 생선을 즉석에서 구워드립니다. 고등어 한 마리 천원. 굽는데 천원 합 이천 원. 꽁치 두 마리 천원 굽는데도 천원. 삼치 한 마리 천원 굽는데도 천원 자 나오세요. 소금을 적당히 살살 뿌려서 맛나게 간을 해서 구워드립니다.”
아파트촌에 내가 나타나면 아주머니들이 줄을 선다.
난 가스 불에 즉석에서 생선을 굽어 포장을 해서 판매를 한다.
아파트촌에선 인기 급상승이다.
미녀는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다.
금호동 산등성이를 넘어 신당동 쪽으로 내려간다.
아침 시간이면 날씨도 찬데 여전이 하의가 없어 보이는 옷차림이다.
상의도 앞가슴이 다 열려 가슴선이 뚜렷이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브래지어가 살짝 드러나는 옷차림이다.
섹시함 그 자체다.
그녀가 그런 옷차림을 즐겨 입는 것도 나와 혼인을 한 후부터다.
“남자한테 그저 섹시하게 보여야 남편의 사랑을 받는 거야.”
그 실없는 식당 아주머니의 말 한마디에 그녀는 그렇게 변했다.
“아가씨!”
하루에도 수없이 그 소리를 듣는다고 나에게 자랑을 한다.
정말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맞을 것이다.
허나 난 안다 그 역시 실없는 식당 아주머니가 코치를 한 것이란 것을.
그래야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 한다나 뭐라나. 참 웃기는 아주머니다.
지나가는 남자들이 힐끗힐끗 곁눈질하면 미녀는 더욱 신이 나서 걸음을 지그재그로 걸어 엉덩이까지 흔든다.
와 당 정.
신당동에서도 유명한 족발 집.
하루 보통 족발 300개가 팔린다는 꽤나 유명한 곳이다.
미녀는 그곳에서 일한다.
미녀는 나에게 그곳에서 일하는 것을 철저히 숨겼다.
그 이유는 아직 모른다.
생선 장수를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아직도 미녀는 그 식당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아마도 힘든 일을 하는 것을 나에게 보이기 싫었을 것이다.
난 그렇게 굳게 믿었다.
미녀의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시간이 늦은 모양이다.
식당 후문으로 들어선 미녀는 주방 뒤에 마련된 세척장으로 향했다.
지난 밤 장사를 하면서 더렵혀진 그릇들이 산더미다.
미녀는 비닐로 된 앞치마를 걸치고 손에 고무장갑을 끼었다.
“왔어?”
나이가 환갑은 된 듯 보이는 아주머니가 빗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바로 그 문제의 실없는 아주머니다.
식당 청소담당 아주머니.
이 실없는 아주머니도 미녀처럼 오전 아르바이트만 한다.
족발 집은 대부분 밤 1시 2시까지 영업을 한다
그런 이유로 밤에 그릇을 씻을 시간이 없어 산더미처럼 쌓아둔 것이다.
“어제 밤에도 했어?”
어째 이 실없는 아주머니 물음이 야릇하다.
“네!”
미녀가 얼굴을 붉히며 대답한다.
“거봐! 섹시하게 하고 다니니까 남편이 매일 밤마다 해주지?”
“네!”
“요즘 섹시 팬티도 나왔다는데. 그것도 사서 입어봐.”
“섹시 팬티요?”
“그래 끈 팬티로 나왔는데 그것이 훤히 보이는 망사로 돼있어.”
“큭.......!”
“왜 웃어?”
“한번 입어 보려고요.”
“그래 그럼 아마 남편이 하루에 두 번 해줄지도 모르지.”
이 실없는 아주머니는 아애 미녀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봐!”
이 실없는 아주머니가 치마를 살짝 들어 미녀에게 속을 보여줬다.
“아주머니! 그게?”
“그래 망사로 돼서 살짝 그게 보이지? 이게 섹시 팬티야.”
“아저씨도 매일 해주나요?”
“응 코피가 터져도 그건 하루도 거르지 않아!”
“연세도 많으신데 대단해요.”
“나이와 그건 상관없어! 늙어도 늘 하면 그게 잘 되거든. 늙었다고 그걸 쓰지 않으면 정말 나중엔 일어나지도 않고. 쇠퇴되고 마는 거지. 뭐든 다 마찬가지야. 자꾸 쓰면 녹슬지 않지 놔두면 녹슬어 못쓰는 것이고.”
실없는 아주머니가 미녀 옆에서 수다를 떨고 있을 때.
나에겐 문제가 생겼다.
“이걸 먹으라고 팔아?”
정말 그렇게 심술꾸러기처럼 생긴 아주머니도 없을 것이다.
정말 놀부처럼 생긴 아주머니가 자반고등어를 들고 와서 내 앞에 패대기를 쳤다.
“무슨 일이세요?”
난 영문을 몰라 물었다.
“여러분! 보세요. 이거 자반이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네요. 다 썩은 생선을 파는 이런 사람을 그냥 놔둬야 되겠어요.”
그 아주머니는 사람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난 얼른 그 아주머니가 버린 생선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
정말 썩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내가 판 생선이 결코 아니다.
“이건 제가 판 생선이 아닌데요.”
난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보세요! 뻔뻔하게도 자신이 팔고도 이젠 발뺌까지 하네요. 이런 비양심적인 장사꾼을 그냥 놔둬야겠어요? 여러분!”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며 모여 들었다.
난 어찌해야 좋을지 판단을 못하고 있을 때.
어떤 아가씨가 나타났다.
“아줌마! 아까 저 아래 생선집 주인과 쑥덕거리며 쓰레기통에서 생선을 꺼내 들고 오더니 여기 와서 횡포를 부리려고 한 것이군요.”
이제 갓 20대가 될 듯 말 듯 보이는 아가씨다.
“아니 이X이 어디서 야! 십XX아! 너도 저놈과 한패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뱉으며 달려들어 아가씨 멱살을 잡는 아주머니.
“이것 못 놔! 아래 생선 집과 짜고 죄 없는 생선 장수 오빠를 욕보이다니. 명예훼손으로 쇠고랑을 차야 정신 차리겠어?”
이 아가씨도 보통이 아니다.
“저게 누구야! 강 회장님 외동딸 아니야?”
“맞네! 그 사법고시에 합격했다는 그 아가씨네.”
사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음인가.
심술이 뚝뚝 떨어지는 그 아주머니가 아가씨 멱살을 잡은 손을 놓고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슬슬 눈치를 보던 아주머니는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쳤다.
“고맙습니다!”
난 그 아가씨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고맙긴요. 전 다혜라해요. 강다혜.”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아! 예! 전 윤 정국입니다!”
난 그녀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무슨?”
“생선을 굽어 팔려는 생각이요? 이것도 틈새시장인데. 아빠도 오빠를 칭찬 많이 하세요. 머리가 좋다고.”
그녀가 하얀 앞니 두 개를 드러내며 웃었다.
자세히 보니 무척 아름다웠다.
갑자기 가슴이 콩콩 뛰면서 숨이 콱 막혔다.
“오빠 폰 번호가 뭐에요?”
“네?”
“아빠가 알아 오라고 했어요.”
“네! 제 번호는........”
난 핸드폰번호를 알려줬다.
그녀는 자신에 핸드폰에 즉석에서 저장을 하는가 싶더니 내가 방금 가르쳐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내 핸드폰이 울렸다.
“그게 제 번호에요.”
그녀가 다시 미소를 보여주고 얼른 달아나버렸다.
강 다 혜.
그녀 이름이 그녀 얼굴이 계속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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