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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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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4 21:44:46, 조회 : 866, 추천 : 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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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졸업 했어요?”
미녀가 강가 자전거 도로 경계석에 앉으며 내게 물었다.
“저런! 옷 버려요.”
난 얼른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펴서 경계석 위에 깔아 주었다.
“택시 기사가 언제 손수건까지 준비 했어요?”
그녀가 다시 날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이제 졸업한지 꼭 1년 됐네요. 취직자리가 없어서 택시라도 몰아야 될 것 같아서........ 후후.........”
난 씁쓸한 표정으로 웃었다.
“대학교에 다니는 것 하나만도 저보단 나은 거죠. 전 중학교도 겨우 다녔어요. 먹고 살기가 바빠서 돈을 벌어야 했거든요. 가난한 집안에다 노름꾼 아빠를 둔 딸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전 모든 남성들에게 장난감처럼 취급됐죠. 좋아한다. 사랑한다. 아름답다. 숱한 말들을 들었지만 그 진실을 들여다보면 모두가 한낱 하룻밤 상대로 저를 원하는 그런 남자들뿐이었거든요.
그런데 정국 오빤 그냥 저를 좋아하는 진실이 보였어요. 그런 눈길 처음이에요. 물론 제 가정 사정을 모르는 상황이니 그럴 수도.........“
미녀가 다시 내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난 그녀의 이야기를 믿을 수 없어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미녀.
그녀를 누가 감히 장난감으로 취급 했단 말인가. 아무리 가난해도.
“호호........ 역시 오빤! 착해........!”
미녀가 내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녀가 웃을 땐 그녀 입술은 꼭 하트를 만든다.
“..........!?”
난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빤 방금 내 말에 충격을 받았잖아? 내가 눈만 보면 그걸 알 수 있다니깐.”
미녀가 다시 배시시 웃는다.
“헉! 그럼? 진실인지 아닌지 그걸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생각까지 읽는단 말이야?”
난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물었다.
“엥?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내가 무슨 초능력이라도 있단 말이야? 그게 아니고......... 오빠 표정이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단 말이야. 쳇!”
미녀가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하면서 다시 배시시 웃는다.
그녀가 웃는 모습만 봐도 내 심장은 콩콩 뛴다.
그녀를 만나면서부터 내 심장엔 그런 병이 생겼다.
“아하! 그런 거였어?”
난 미녀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미소를 짓고 있지만 조금 전 정말로 내 생각까지 읽는 줄 알고 놀란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뭔가에 눌린 듯 답답함이 풀리지 않았다.
만약에 그녀가 내 생각까지 읽는다면 어디 무서워서 같이 사귈까. 정말 같이 있기도 무서울 것이다. 모처럼 내 스타일이고 마음까지 맞는 여자를 만났다 싶었는데........ 어떻게 사귈 수 있을까 도망쳐야 하나 그런 답답함에 멍하니 있었던 것이었다.
미녀는 다시 내 두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배시시 웃는다.
“........!?”
난 그녀를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배고파요. 밥 사줘요.”
미녀가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미녀는 경계석에서 일어나 내 손수건을 탁탁 털어 잘 접어서 그녀 주머니에 넣었다.
“왜요? 오늘 수입이 없었나요? 아무리 그래도 밥은 사줘요. 배고파.”
그녀가 말했다.
“아! 알았어요. 가요.”
난 얼른 그녀에게 앞장 설 것을 몸짓으로 요구했다.
“따라와요!”
미녀가 앞장을 서서 걸었다.
난 무심코 그녀 뒤를 따라갔다.
“.........!?”
앞장서서 걷다가 갑자기 획 돌아서서 내게 다가오는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 앞으로 다가온 그녀가 갑자기 배시시 웃는다.
“왜요?”
내가 물었다.
“우리 사귀기로 했잖아.”
그녀가 갑자기 내 오른팔에 그녀 팔을 집어넣고 팔짱을 끼었다.
난 갑자기 콩콩 가슴이 뛰었다.
“호호........”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는다.
“또! 왜요?”
난 그녀를 보고 물었다.
“호호......... 얼굴이 빨개.”
그녀가 다시 웃었다.
“그리고 그게 뭐야? 우리 사귀기로 했으니깐. 말 놓자. 응? 오빠?”
그녀가 내 두 눈을 바라보며 이채를 띠었다.
“그래! 그러자!”
난 그녀가 팔짱을 낀 손을 왼손으로 꼭 잡으며 말했다.
“호호........ 가자! 맛있는 저녁 먹으러.”
그녀가 밝게 웃었다.
하얀 치아가 가로등 불빛에 반짝 거렸다.
치아를 내보이며 웃는 모습은 처음이다.
그녀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식당이 아니라 s마트였다.
“여긴?”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녀는 배시시 웃는다.
“뭘 사려고?”
내가 다시 물었다.
“난 식당에서 밥 먹는 것 아직 몰라. 그동안 돈이 없어서 사먹지도 못했지만. 왠지 내가 해서 먹는 것이 제일 좋더라. 오빤 오늘 봉 잡은 거야. 내가 해주는 밥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은 행운이거든. 호호.........”
그녀는 다시 배시시 웃는다.
그녀와 난 마트에서 간단하게 반찬거리를 샀다.
반찬거리라 해야 겨우 시금치. 무. 고등어. 감자. 양파. 정도지만. 내 입금할 돈 3만원에서 1만원이 나갔다.
그녀가 왜 자기가 해주는 음식을 먹는 것이 행운이라고 했는지.
그 이유는 그녀 집에 가서 그녀가 밥을 차려주는 것을 먹어보고 나서 알았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본 반찬 중 그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이다.
반찬이 맛있으니 밥도 왠지 특별하게 맛있는 것 같았다.
고등어조림도 최고였다.
시금치 무침도 기가 막혔다.
“맛있지?”
그녀가 물었다.
“응! 진짜 너무 맛있다.”
난 더 이상 좋은 표현을 몰랐다.
그래서 그렇게 말했다.
“호호......... 정말 맛있나보네! 나이는 어려도 살림을 맡아서 한지 벌써 15년이야. 내가 8살 때 엄마가 떠났거든.”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떠나다니?”
난 가장 궁금한 것이 그것이었다.
왜 엄마가 없느냐 하는 것이다.
“젊고 젊은 여자가 노름꾼한테 붙어 있겠어? 나라도 벌써 도망갔을 텐데.”
그녀 눈가에 반짝 이슬이 맺혔다.
저런 그녀에게 그런 사연도 있었구나.
어린 미녀를 놔두고 엄마가 집을 나간 것이었어.
난 그녀를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거렸다.
“허........! 오빤 정말.”
갑자기 그녀가 내 품속으로 뛰어 들어왔다.
난 나도 모르게 그녀를 두 팔로 꼭 안아주었다.
가만히 내 품에 안겨있던 그녀가 갑자기 머리를 들어 나에게 키스를 했다.
마치 몽롱한 꿈결을 헤매듯 그녀와 난 오랫동안 긴 키스를 했다.
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버렸을 때.
그녀는 키스를 멈추고 내 품에서 벗어났다.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얼굴이 빨개져서 앉아있는 그녀.
난 콩콩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그녀를 슬쩍 보았다.
그녀도 나를 슬쩍 보다가 내 눈과 마주쳤다.
“호오.......!”
그녀가 숨을 길게 한번 쉬더니 벌떡 일어섰다.
“아무리 좋아도 이건 너무 빨라. 이건 아닌데........ 어서 밥이나 다 먹어! 우리 좀 시간을 갖자! 응? 오빠!”
그녀가 그 말을 남기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한참을 그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그녀를 찾으러 주방으로 간 나는 그녀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 손엔 한 장의 사진을 들고 있었는데 무슨 사진인지 볼 수는 없었다.
난 그녀를 방해할 수 없어서 조용히 거실로 나왔다.
그녀가 가난하다 했는데.
그녀의 집은 꽤 컸다.
비록 왕십리 산비탈에 지어진 기와집이었지만 40여 평은 족히 되었다.
대지도 꽤 넓어 보였다.
대충 보아도 70여 평은 돼 보였다.
거실에서 밖으로 나온 나는 툇마루에 걸터앉았다.
정원에는 달랑 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데.
입이 다 떨어진 감나무였다.
그 감나무 맨 꼭대기에 빨갛게 익은 감이 두 개 달려있었다.
나머지는 이미 다 따먹고. 높은 곳에 있는 것 두 개만 남은 것이다.
감나무 밑에 긴 낚시 대가 하나 놓여 있었다.
아마도 그 낚시 대로 감을 따서 먹은 것이리라.
난 일어서서 그 낚시 대를 들고 감나무 꼭대기에 남은 감 두 개를 따려고 다가갔다.
“안돼요!”
갑자기 그녀가 사색이 되어 소리치며 내게 달려왔다.
“.........!?”
의문을 갖고 그녀를 바라보는 내게 다가온 그녀는 내 손에 들린 낚시 대를 잽싸게 뺐더니 있던 자리에 그대로 놓았다.
“건드리지 마. 주인한테 혼나.”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나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인?”
내가 물었다.
“그럼 이 집이 우리 집인 줄 알았어? 집을 지켜주며 임시로 사는 거야. 노름꾼 아빠가 집을 살 돈을 남겼겠어? 호호.........”
그녀가 허탈하게 웃는다. 눈엔 반짝 이슬이 맺힌다.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서 살며시 그녀를 안아줬다.
위로를 하려는 것인데.
가슴속에 있는 심장이란 놈은 정말 눈치도 없다.
콩콩........마구 뛰기 시작한다.
그녀도 나와 같은 사정인지.
온 몸이 뜨거워진다.
그녀와 난 어떻게 그녀 침실로 갔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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