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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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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21 01:32:49, 조회 : 1,024, 추천 : 1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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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게 노을 진 석양을 등지고 긴 생머리를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그녀 모습은 마치 요정 같았다.
간혹 바람에 날리는 긴 생머리는 요정에 날개가 아닌 가 착각이 든다.
작은 바람에도 휘어질 것 같은 가는 허리는 출렁이는 큰 가슴을 받치고 있기엔 힘겨워 보인다.
다행인지
가는 허리 아래 넓고 큰 그 무엇이 허리를 받쳐주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호리병 같이 보이는 몸매.
그녀가 나의 섹시한 여친.
미녀다.
얼굴이 잘생겨서 미녀가 아니다.
그녀 이름이 미녀다.
그렇지만 정말 그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무척 큰 두 눈은.
유난히 검은 눈동자.
볼엔 양쪽 다 깊은 웅덩이가 있고.
코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알맞은 것이 너무도 예쁘다.
입은 유난히 작고 입술은 도톰한 것이 하트를 닮았다
무척 수줍어하는 성격에 마음은 천사다.
그녀가 무서울 때가 있다.
바로 나와 짝짓기를 할 때다.
너무 저돌적이기 때문이다.
무슨 여자가 자신의 옷 보다 내 옷을 먼저 모조리 벗긴 다음 나의 알몸을 감상하고 나서야 자신의 옷을 벗는다.
그녀와 내가 만난 것은 1년 전이었다.
아니 정확히 11개월 전이다.
지금이 낙엽이 거의 떨어진 초겨울이니까.
그녀를 만났을 땐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
휘잉.........
무학여고를 지나 왕십리역으로 나는 택시를 몰고 있었다.
눈길이라 차는 술 취한 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마땅한 취직자리가 없어서 1년 이상 백수 노릇을 하다가 큰 결심을 한 끝에 취직한 곳이 택시회사였다.
“우라질. 오늘도 입금을 못 채우겠군.”
나는 담배 재떨이를 열고 그 속에 들어있는 만 원짜리 3개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투덜거렸다.
쪼르륵.
점심부터 쫄쫄 굶은 나는 저녁 9시가 넘자 배속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며 쓰리기까지 했다.
11시에 교대를 해야 하므로 입금액을 맞추려면 2시간 동안 로또라도 당첨이 되지 않고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비틀거리며 달리는 나의 택시 앞에 로또 복권이 하나 날아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비틀비틀.
술이 취한 듯 비틀거리는 여인.
나의 택시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여긴 술집도 없는데........!”
주택가에서 나타난 술 취한 여인.
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인 앞에 바싹 택시를 세웠다.
조수석에 쓰러지듯 올라탄 여인에게선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어서 오세요 손님!”
난 최대한 예의를 다해 나의 로또 복권을 맞이했다.
“어디까지 모실까요? 손님?”
난 다시 예의를 다해 로또 복권을 확인했다.
“가고 싶은 데로 막 달리세요. 초고속으로 달려요.”
로또 복권은 빠른 것을 원했지만 도로 사정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얼른 차를 유턴해서 성수동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실 것 아닌가요?”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했다.
“이 아저씨 웃겨. 집에서 택시를 탔는데 왜 집으로 가? 아저씨 같으면 그렇겠어? 집에서 집으로 가는데 택시를 타겠어? 그렇겠냐고? 날 웃기려고 하는 말이지? 그렇지?”
이 아가씨 술이 취했어도 반말은 하지 말아야지 처음엔 존댓말 하더니 왜 반말인데?
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의 로또 복권을 그렇게 대할 순 없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난 꾹 참으며 상냥하게 물었다.
“아저씨 귀먹었어? 아까 말했잖아! 가고 싶은 데로 막 달리라고. 입 아프게 말시키고 있어!”
이 아가씨는 운전석 쪽으로 기는 자세로 조금 다가와 내 얼굴은 빤히 들여다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지가 잘났다고 날 버린 그놈보단 잘생겼네. 아저씨!”
그녀가 날 불렀다.
아마도 누군가에 버림을 받은 모양인데.
그래서 홧김에 술을 마신 모양이다.
“네!”
난 짧게 대답했다.
“나랑 사귈까?”
그녀가 술 냄새를 확 풍기며 내 얼굴 가까이 입술을 가져와 말했다.
“으........ 씨!”
난 차 창문을 열며 길가에 차량을 세웠다.
한양대학교 앞이었다.
“왜? 여기서 하자고? 이 아저씨 성격도 급하긴.”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그녀 얼굴을 처음으로 자세히 보았다.
무척 아름다운 얼굴이다.
“화.......! 이건 로또가 아니라 선녀군!”
갑자기 내 가슴이 심하게 뛰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방망이질을 하듯 숨이 콱콱 막히고 몹시 아팠다.
“그래! 그럼 뽀뽀 정도는 해주지.”
그녀는 갑자기 내 머리를 두 손으로 잡고 잡아당기며 키스를 했다.
“.........!?”
갑자기 차 안이 조용해졌다.
그녀도 나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나도 콩콩 뛰는 가슴을 진정 시키며 멍 하니 앉아 있었다.
“강가로 가요 바람이라도 쏘여야지!”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그녀가 말을 꺼냈다.
난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데리고 성수대교 밑 한강변으로 갔다.
강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자 그녀는 차에서 내렸다.
나도 내려서 그녀 뒤를 천천히 따라갔다.
그녀는 곧바로 강변에 있는 매점으로 가더니 캔 커피를 두 개 샀다.
“드세요!”
그녀가 한 손으로 커피를 내밀었다.
무척 가늘고 하얀 손이다.
그녀 얼굴처럼 손도 무척 예뻤다.
“아저씬 결혼 했죠?”
그녀가 내 얼굴을 바라보는 두 눈이 반짝 빛났다.
“아뇨! 여자 친구도 없어요.”
내가 왜 여자 친구가 없다는 말까지 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이미 내 마음이 그녀에게로 향했다는 것이리라.
“다행이네요. 후후........”
그녀는 갑자기 혼자 웃기 시작했다.
“.........!?”
난 호기심 있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 사실 술을 못 마셔요. 맥주 한잔 마신 것이 이 모양이에요. 제가 추하다고 생각 들죠? 첨보는 남자에게 키스나 하고........”
그녀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내게 물었다.
“아닙니다! 사실 저도........”
난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나도 사실은 당신의 키스를 피하지 않고 원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말을 못하고 말았다.
“전 사실 남자와 키스도 처음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순간 나는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에게 버림을 받았다고 하더니 키스도 처음이라니 어찌 믿겠는가.
“아저씨 이름이 뭐야?”
그녀가 다시 물었다.
“윤 정국입니다!”
난 얼른 말했다.
“윤 정 국....... 난 미녀에요. 신 미녀.”
그녀가 말했다.
“미녀? 이름이 미녀라고요?”
내가 그녀 얼굴은 바라보며 물었다.
콩콩.......
또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왜 그녀 얼굴만 보면 가슴이 뛰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응! 그래요! 이름이 미녀에요. 어울리지 않죠?”
그녀가 두 눈을 반짝 빛내며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물었다.
“아닙니다! 정말 잘 어울려요. 정말 미인이신데요.”
난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정말이죠? 아니....... 당신의 말은 진실이었어요. 그럼 나랑 사귈래요?”
그녀가 다시 내 두 눈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네!”
난 얼른 대답했다.
“정말 저를 좋아하시는 군요. 그 못된 놈은 날 버렸는데.......”
그녀 눈가에 반짝 이슬이 맺혔다.
“그가 누구죠?”
난 가장 궁금한 것이 바로 그녀가 못된 놈이라 하는 그 사람 정체였다.
“아하!”
그녀가 내 두 눈을 다시 똑바로 응시하며 배시시 웃었다.
“........!?”
난 그녀의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 수가 없어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날 버린 사람 이야기를 하면서 키스도 첨이다 하니까 이상하게 보이죠?”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난 그냥 고개만 끄떡거렸다.
“아빠에요.”
뜻밖이다.
그녀 입에서 아빠 이야기를 하다니.
그놈 어쩌고 하더니 아빠란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난 더욱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돈을 벌어서 살림을 하는 나에겐 아빠는 원수였죠. 늘 고사리 같은 손으로 돈을 벌어오면 당장 내일이라도 밥해먹을 쌀이 없어서 그 돈으로 쌀을 사야 하는데 아빤 그 돈을 훔쳐서 노름을 하곤 했죠. 당장 나가 죽어! 늘 농담처럼 이야기 했는데....... 정말 죽더라고요. 오늘 화장을 해서 뿌리고 왔어요.”
그녀의 눈엔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억지웃음을 웃는 그녀지만 눈은 거짓을 보이지 않았다.
“저런! 그랬군요. 그런 사연이........”
난 어찌 위로를 해야 좋을지 몰라 안절부절 했다.
“위로하고 싶죠? 이미 위로가 됐어요. 당신은 진실만 말했거든요. 제게 특별한 재주가 하나 있는데. 그 것이 상대방 눈을 보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안다는 것이죠. 내게 다가온 남자들 모두 진실이 보이지 않았는데........ 당신은 모두 진실만 보였어요. 어때요? 저 괜찮은 여자죠?”
그녀가 다시 내 눈을 유심히 바라보며 물었다.
“네! 이상하게 당신만 보면 가슴이 콩콩 뛰어요.”
나도 모르게 그 말이 튀어 나왔다.
“몇 살이세요?”
그녀가 나의 나이를 물었다.
“이제 26살입니다.”
난 얼른 대답했다.
“그럼 오빠네요. 전 이제 23.”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요. 반말을 해서........”
그녀가 수줍은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술이 취해서 그랬잖아요.”
난 얼른 말했다 그녀가 몹시 미안해하고 있는 모습이 안 돼 보여서다.
“그럼 이제부터 오빠와 난 사귀는 거 에요?”
그녀가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눈이 내 눈에 고정된 체.
“좋아요! 사실 나도 원하는 것인데....... 말을 못해서.......”
내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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