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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영 애정소설 [엄마는 사채업자 제2편]
유리넷  2013-10-17 21:25:19, 조회 : 309, 추천 : 16

김 범영 애정소설

                 엄마는 사채업자

제2편 한을 품고

깊은 계곡 입구.
커다란 바위에 하얀 글씨로 이렇게 쓰여 있다.
무수막골.
억새풀이 사람 키를 훌쩍 넘어 바람에 일렁이는 사이로 좁은 길이 꼬불꼬불 나 있었다.
탕. 탕.
계곡 안에서 총소리가 간혹 들린다. 억새풀은 총소리에 더욱 심하게 흔들리며 좁은 길마저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총소리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니 넓은 공터나 나타났다.
공터에는 청년과 아주머니가 서서 옥신각신 하고 있었다.
“보세요. 총이면 다 해결되는데. 이게 뭐에요? 표창에. 단검에. 이런 걸 왜 해야 하냐고요?”
청년이 아주머니를 보며 답답하다는 투로 말했다.
“답답한 녀석아! 총을 들고 돌아다니면 바로 잡혀간다니깐. 원시적이긴 하지만 총보단 표창이. 긴 칼보단 단검이. 훨씬 휴대하기가 편하다는데 왜 어미 말을 안 들어.”
아주머니가 청년을 야단치고 있었다. 청년과 모자 사이 같았다.
“도대체 누굴 죽여야 하는데 이 생고생을 해야 하나요?”
“다 배우면 가르쳐 준다니깐. 총 이리주고 어서 해봐. 표창으로 저기 가운데를 맞춰봐.”
아주머니는 손가락으로 공터 한 쪽에 라면박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라면박스엔 조잡하게 색연필로 원이 그려져 있었다. 아주 조그맣게. 500원 동전 크기의 둥근 원이 달랑 하나 그려져 있었다.
청년이 서 있는 위치에선 30미터는 떨어진 거리였다.
“여기서 저걸 어떻게 맞춰요.”
청년은 투덜대며 총을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표창을 손에 들었다.
“쉽게 맞출 때까지 연습해라. 그래야 그년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 내 사랑을 빼앗아간 그 년들을.......”
청년은 투덜대며 표창을 던지는 연습을 하는데. 아주머니는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먼 하늘을 처다 보며 회한에 젖기 시작했다.
“그래 20년은 됐지. 19년인가. 저 녀석. 내 아들이 이제 만 19세니까........”
아주머니 눈에 지난 과거가 환상처럼 비추기 시작했다.
자기만 사랑해주던 한 남자. 허 동인. 그 남자를 그 년들이 하나 둘 나타나 조금씩 빼앗아갔다. 그리고 어느 날. 그 남자도 사라졌다. 뱃속에 그 남자의 씨앗만 남긴 체.
“그 년들은 날 미친년 취급을 했어. 내가 칼을 들고 설치면 무서워서 도망치던 년들이. 나 몰래 그 남자의 사랑을 빼앗고 있었어. 그리고 끝내 날 미친년 취급을 했어. 내 부모도. 그 산부인과 의사 녀석도. 내 아기까지 없애려 했어. 내가 미쳤다고. 호호호......... 그래! 이 미친년이라 무시했던 황 정은이 무서움을 똑똑히 보여주마. 기다려라.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려라. 호호호.........”
아주머니는 미친 듯 웃기 시작했다.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보니 한 여자가 떠오른다. 바로 동인 만화가계 앞 정육점집 딸 정은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던 그녀. 바로 그녀가 이 아주머니였다.
강제로 아기를 지우려고 했던 부모님들 손에서 도망을 쳐서 홀로 아기를 낳아 키우며 동인이 자신을 버리고 사라진 이유가 동인이 씨앗을 갖고 있던 또 다른 여자들 때문이라 생각하고 한을 품고. 아들에게 복수를 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황 민수. 바로 황정은의 아들. 지금 표창던지기 연습을 하는 청년이다.
민수는 안다. 어머니가 정신분열증 환자라는 것을. 해서 어머니 뜻을 거절 못하고 시키는 대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연습을 하기 싫어서 총을 가지고 나와 총을 쏘며 좋은 방법이라고 말해도 먹혀들지 않자. 하는 수 없이 투덜대며 다시 연습에 몰두했다.
정은이는 민수를 키우며 정신분열증이 많이 낳았지만. 이상하게도 복수심은 더욱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탁. 탁.
정은이 민수가 가지고 나온 총을 바위에 내리치며 부셔버린다.
“총으로 쏴 죽일 수 있으면 벌써 내가 했지.”
정은이 총을 다 부셔버리고 민수가 연습을 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내 아들로 하여금 복수를 하게 하려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다. 이 미친년이 아니고. 내 아들의 멋진 복수를 말이야.”
정은이 민수가 연습하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공터 옆에 억새풀 속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 아담한 초가집이 한 채 있었다.
“민수가 연습하고 나면 배고플 테니 먹을 것을 해줘야지.”
정은이 초가집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엔 아궁이 위에 시커먼 무쇠 솥이 큰 것과 작은 것이 두 개 걸려있고 그 옆에 항아리 하나와 조그만 찬장 하나가 놓여있고. 한쪽에 아이스박스가 하나 있었다. 정은이 아이스박스를 열고 그 안에 미리 준비해둔 돼지고기를 작은 무쇠 솥에 넣고 다시 아이스박스에서 김치를 꺼내 돼지고기 위에 넣었다. 항아리에 있는 물을 바가지로 떠서 솥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다시 찬장을 열고 쌀을 꺼내 바가지에 담아 씻어 큰 솥에 넣고 물을 부었다. 뚜껑을 닫고 앉아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초가지붕 위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은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민수는 열심히 표창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 간혹 라면박스에 명중되던 표창은 어느 순간 동전크기의 원안에 하나가 박혔다. 민수 표정이 흐뭇해진다.  다 던진 표창을 수거해서 다시 던지는 연습을 하는 민수.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내가 저 원안에 백발백중을 해야 어머니가 이 산골을 나갈 것이다. 난 그걸 안다. 이 지긋지긋한 산속을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백발백중으로 이 표창을 원안에 꽂는 것이다.”
민수는 어머니 정은이 뜻을 알고 있었다. 해서 하는 수 없이 다시 연습을 하는 것이다. 정신분열증까지 앓으면서 자신을 키우신 불쌍한 어머니의 뜻을 어머니 앞에서 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불쌍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는 것과 자신이 이 지긋지긋한 산속을 벗어나는 길이 같은 방법뿐이라는 것을 민수는 알았다. 해서 어느 때보다 열심히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탁. 탁.
차츰 중앙 원안에 들어가는 수가 조금씩 늘어갔다.


서울 성내동.
45층의 우남빌딩.
금융재벌 우남의 본사 사옥.
우남은 우남저축은행과 우남보험. 우남증권. 등을 운영하며 신흥 재벌로 급부상했다.
화창한 아침.
현관 경비를 맡은 최씨는 경비 복을 단정히 입고 출근하는 직원들에게 열심히 인사를 하고 있었다. 이곳에 입사를 한 지 벌써 6년. 수백 명이 되는 직원들 하나하나를 최씨는 모두 꿰고 있다. 1년에 겨우 한 번 모집하는 신입사원들도 지난해 입사한 지 이미 11개월이나 돼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앞으로 한 달이 지나면 새로 신입사원을 모집할 것이기에. 그때가 되면 한 동안 모르는 사원이 있어 얼굴을 익히려고 신경을 좀 쓴다. 하지만 지금은 걸음걸이만 봐도 어디에 근무하는 누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헌데. 모르는 사람이 하나 현관을 들어서는 것을 발견하고 최씨는 얼른 가로막았다.
“잡상인 출입금지입니다.”
최대한 미소를 지으며 앞을 가로막고 섰다. 하얀 바탕에 청색 줄무늬 셔츠를 입고 카키색 캐주얼 바지를 입은 20대 청년이었다. 파란색 염색 머리를 한 모습이 날라리 같아보였다.
“잡상인 아닌데. 그냥 비키시지.”
청년이 입 꼬리를 살짝 걷어 올리며 기분 나뿐 표정으로 말했다.
“못 비키겠다면?”
최씨가 이런 잡상인을 어디 한두 번 격은 것도 아닌데. 비켜줄 리 만무했다. 최씨는 어깨에 힘을 주며 여차하면 힘으로 밀어낼 준비를 했다.
“그러다 다치면 아저씨만 손해죠. 좋게 말 할 때 비키시지.”
“좋게 말을 할 때 그냥 나가라!”
최씨도 지지 않았다.
“내가 내 회사에 들어가는데. 왜 나가? 나가고 싶으면 아저씨나 나가시지.”
“뭐? 네 회사라고? 그럼 네가 우남그룹 회장님이냐?”
“회장님은 아버지고. 난 그의 아들.”
청년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이 놈이! 미친놈 아니야. 우리 회장님 아드님은 미국에.......”
최씨 말에 청년이 고개를 끄떡이며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
최씨는 잠시 머뭇거렸다. 정말 회장 아들일까. 생각을 하던 최씨는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회장님 아드님이 오시면 이렇게 회사가 조용하겠냐? 너! 더 까불면 혼난다. 어서 나가!”
최씨는 사전에 회장 아들이 온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고. 잡상인들이 간혹 이런 수를 쓰기 때문에. 날라리 같은 이 청년이 회장 아들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했다. 해서 억센 손으로 청년 목뒤 옷을 움켜쥐고 밖으로 끌고 나가려했다.
“어서와!”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기획실장 목소리가 들렸다. 최씨가 청년 목뒤 옷을 움켜쥐었던 손을 놓고 고개를 돌렸다.
“형님 아니었으면 쫓겨날 뻔 했네.”
청년이 최씨 가슴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말했다.
“하하........ 회장님 아드님이십니다.”
기획실장이 최씨에게 청년을 소개했다. 이제 갓 30대가 됐을까. 젊은 기획실장. 우남이 자랑하는 인재였다. 차 도영. 30세. s명문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경제학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천재였다. 차 도영의 아버지도 유명한 박사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최씨가 얼른 고개를 숙였다.
퍽.
갑자기 청년 주먹이 최씨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아프진 않았다. 가볍게 때린 것이기에.
“난 빚을 지고는 못사는 성미라.”
청년이 말을 하며 최씨를 옆으로 밀치고 기획실장과 함께 걸어갔다.
“죄송합니다.”
최씨는 얼른 다시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기획실장 차 도영이 고개를 돌려 최씨를 바라보고 눈을 찡끗 거렸다. 괜찮으니 가서 일을 보라는 뜻이다.
“이번 신입들 모집은 기획실 소관이라면서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며 회장 아들이 도영에게 묻는다.
“그래! 아버님이 나에게 맡겼어.”
“나도 기획실에 근무할까 합니다. 형 생각은 어때요?”
“네가 있을 부서는 별도로 만들라는 지시야.”
“별도 부서라니요? 무슨?”
“특별 마케팅부야.”
“특별 마케팅부라면?”
“네 전공을 살려서 인터넷 광고와 인터넷 뱅킹 등. 인터넷을 이용한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라는 지시야.”
“하하......... 이제야 아빠가 철이 드셨나 봐요. 인터넷 중요성을 느끼시다니. 많은 발전입니다.”
청년은 밝게 웃었다.
올해 나이 25세 회장 허 동인의 외아들 허 문우. 컴퓨터에 미친 청년. 한마디로 컴퓨터의 귀재라 할 수 있었다. 다른 것은 다 몰라도 컴퓨터 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였다. 어려서부터 매일 컴퓨터만 끼고 살았다.
“그거야 네가 워낙 인터넷. 인터넷. 하고 노래를 불렀잖아. 잘해봐. 네 능력을 보고 싶다는 뜻이 내포돼 있으니깐.”
“알았어요.”
“직원도 네가 직접 보고 뽑도록.”
“정말요? 그래도 돼요?”
“그래! 이번 신입 면접 때 너도 같이 심사를 하도록.”
“고마워요. 형!”
문우가 마치 어린애처럼 좋아했다.
“고맙긴. 팀장 자리가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지. 뭐 회장님 아들이라 해서 책임이 뒤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하하........”
“책임이라니요?”
“인터넷이란 무한한 가상세계니깐. 네가 최고라는 생각은 버려. 너보다 뛰어난 컴퓨터 천재. 인터넷 천재가 밤하늘의 별처럼 쫙 깔렸으니까. 아차. 실수하면. 네 아버지 평생 노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형도 참. 제가 무슨 최고입니까? 흐르는 물도 뒤 물이 앞 물을 밀어내는 순리를 저는 일찍 깨우쳤다고요.”
“허! 어떻게 그런 발전을?”
“벌써 5년이나 지난 이야깁니다. 제가 컴퓨터분야에서 모든 대회 대상을 싹쓸이 하던 대학시절. 저에게서 그 자리를 빼앗은 중학생이 있었어요. 그것도 여자아이였는데. 한 번 뺏긴 자리를 전 다시 되찾지 못했죠. 그 중학생 여자 아이에게 영원히 그 자리를 내준 것이죠. 그 자리뿐이 아니었어요. 둘째 자리도 셋째 자리도. 심지어 넷째 자리까지도 다 뺏겼어요.”
“어찌 그런 일이........?”
“하하........ 더욱 기막힌 것은 뭔지 아세요?”
“뭔데?”
“내게서 그 자리를 모두 빼앗아 간 고수들이 모두 중학생들이란 것이죠. 묘한 것은 그들이 다 여자아이들이란 겁니다.”
“뭐? 여자아이들? 그것도 네 명이 다 중학생?”
문우 이야기를 듣던 차 도영이 몹시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그래요. 다 여자 중학생들이죠. 더욱 창피한 것은. 그 중학생들 모두 1년 쯤 대회를 나오다가. 다시는 대회에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난 자신을 과시하려고 대회마다 나아가 상이란 상을 싹쓸이 하려고 발버둥 치는데. 그 아이들은 대회 자체가 싱거웠다. 우습다. 아니면. 관심조차 없었던 모양입니다. 대회에 나오는 과제 자체가 그 아이들이 이미 오래전 지나간 장난감 놀이에 불과했다. 하고 보는 것이 맞는 겁니다. 그 아이들은 이미 오래전 그 과제를 장난삼아 하고 놀았던 것인데. 대회에 과제로 나오니 관심조차 없었다고 봐야겠지요.”
“설마.......! 그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는 중학생들이 있었을까? 5년 전에 말이야? 그렇다면 지금 5년이 지난 지금은 말이야. 그 아이들 능력이 어디까지일까? 상상도 못할 무서운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 아니겠어?”
“당시 무선 인터넷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아이들은 아이피가 필요 없는 무선 해킹이라는 보고서를 인터넷에 올린 것을 읽어보고 당시 저는 뻥이라고 비웃고 말았는데. 아마도 그게 사실이었을 겁니다.”
“뭐? 그럼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컴퓨터도 그 아이들은 해킹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긴가?”
“네! 당시 인터넷에 올린 글을 읽어보니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컴퓨터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고?”
“당시 글에는 소역과 광역이란 단어가 있었는데. 어떤 지역을 지목하면 작은 지역이나 큰 지역이나 그 지역 안에 있는 컴퓨터는 모두 그 아이들 손에 노출된다 했던 것으로 압니다.”
“설마? 당시 그런 능력을 가졌다면. 지금은 상상만으로도 무서울 정도네. 모든 방어시스템이 그 아이들 장난감에 불과하다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왜 아니겠어요. 반대로 전 세계가 상상도 못할 방어시스템 역시 그 아이들은 알고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그 아이들을 찾아야죠. 그리고 데려와야죠.”
“찾는 거야 쉽지.”
“쉽다니요? 전 이미 1년째 그 아이들을 찾고 있어요. 하지만 흔적도 없어요.”
“무슨 이야기야? 흔적도 없다니?”
“당시 대회 수상자들 인적사항을 찾으려 했는데. 그 아이들 인적사항만 모두 삭제됐어요. 기억을  더듬어 그 아이들이 다닌 중학교를 찾아 갔는데.”
“왜? 거기도 없어?”
“네! 그 아이들 기록은 모두 삭제됐어요.”
“그럴 수가? 하나 둘도 아닌 네 명이 전부?”
“네! 그 아이들 기록은 어디에도 없어요. 모두 그 아이들이 손수 삭제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찌 그런 일이. 그 아이들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다는 건가?”
“네! 저도 그 아이들을 찾다가 너무 놀라운 사실을 접하니까. 내 능력이 보잘 것 없다는 사실에 비참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뭐 다른 것도?”
“그 아이들이 다니던 중학교에 가서 당시 같이 다녔을 것으로 생각되는 학생들을 찾아 갔는데. 그 아이들 이름을 알아야 누굴 찾는다 하고 묻기라도 하죠. 얼굴을 아나. 답답함에. 대회 수상을 한 아이들 이야기를 했더니.”
“했더니?”
“하하하....... 그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가 아니랍니다. 그런 아이들이 없었다는 겁니다.”
“네가 학교를 잘 못 알고 찾아간 건가?”
“아닙니다. 틀림없이 그 학교가 맞습니다. 헌데도 아는 사람이 없더라. 이겁니다.”
“그건 무슨 뜻이야?”
“그 아이들이 대회를 나오는 것 자체를 자랑거리로 생각하지 않았다 이거죠. 아무에게도 대회에 나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이런 이야깁니다.”
“흠.......! 그렇다면? 찾을 길은 없다는 이야긴데........!”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아 봐야죠.”
문우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서류 뭉치를 꺼내 도영이 앞에 놓는다.
“이건?”
“그 아이들이 다녔을 것으로 생각되는 중학교 여자 아이들 신상정보입니다. 모두 1230여 명. 아마도 이들 중에 있을 겁니다.”
“뭐? 1230여 명?”
“네! 서울 j중학교 2008년도 1. 2. 3학년 전 여학생 정보와. 인천 f여중 2008년도 1. 2. 3학년 모든 학생 정보. 다행스러운 것은 당시 그 아이들 중 셋이 서울 j중학교 출신이란 겁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가 맞는다면 말입니다.”
“네 정보가 틀리다면?”
“찾는 건 포기해야죠.”
“듣고 보니 정말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격이군.”
“하하....... 그래도 1년 동안 그 아이들을 찾아다니다가 하나는 건졌습니다.”
“오! 뭔데?”
“한 아이 이름이 윤지라는 겁니다. 고 윤지.”
“뭐? 그럼 다 찾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학교 기록을 찾으면 나올 텐데?”
“본명은 아닌 모양입니다. j중학교에도. f여중에도 그런 이름의 아이는 없었습니다.”
“이름은 어떻게 알았는데?”
“대회를 주관했던 선생님이 한 분 게셨는데. 기억을 더듬어 겨우 그 이름을 말씀하시더라고요. 상을 탄 여학생 한 명 이름이 고 윤지라고.”
“흠........!”
“신빙성이 약한 내용이죠?”
“그래! 그런 것 같다. 특히 그 1230여 명 신상 기록에도 없다며? 본명도 아니고. 그냥 부르는 이름을 가지고 대회에 나가지는 않지.”
“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컴퓨터 천재라는 네가 그토록 칭찬하는 아이들이라면 나도 한 번 만나고 싶다. 꼭 찾길 바랄게.”
“네! 고마워요.”
문우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1년 동안 찾아 헤맨 아이들이지만. 그 흔적조차 발견하지 못한 것을 다시 찾기란 정말 어려운 과제였기 때문이다.


어둠이 서서히 찾아드는 무수막골.
탁. 탁. 탁.
민수가 던지는 표창은 이제 반 이상 가운데 원안에 정확하게 꽂혔다. 나머지 표창들도 조금씩 벗어났을 뿐이다.
민수가 표창 던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정은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잘했다. 조금만 더 연습하면 되겠다. 오늘은 그만하고 들어가 저녁이나 먹자.”
“네!”
오랜만에 어머니에게 칭찬을 들은 민수가 표정이 밝아졌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산속을 떠날 때도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던졌던 표창들을 주어들고 초가집으로 향했다.
“들어와라!”
방에서 민수 어머니 정은이 목소리가 들렸다.
“네!”
민수가 얼른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
방으로 들어온 민수는 어머니 앞에 놓인 물건들을 보고 의아해했다. 민수 가방이다. 옷과 필수품이 들어있는 큰 가방이다.
“앉아라!”
갑자기 어머니 정은이 목소리가 근엄해졌다.
민수가 잠시 가방을 보고 머뭇거리며 뭔가 묻고 싶은 것이 있는 눈치였지만 그냥 다소곳이 앉았다.
“지금부터 어미가 하는 말을 잘 들어라.”
정은이 잠시 천정을 처다 보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결심을 한 듯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꼭 20년 전이다. 난 당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었다. 아주 못된 종교에 잠시 발을 들여놓은 것이 화근이 되어. 몸도 망치고. 정신병자까지 되었다. 그런 나를 그분은 항상 다른 사람과 차별 없이 대하며 많이 사랑해줬다. 나도 그분을 너무도 사랑했다. 그러나 그분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해서 나는 그분에게 다른 여자들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미친 척 하며 부엌칼을 들고 난동도 피우고. 그분 가계에서 내쫒곤 하였다. 헌데........ 난 몰랐다. 그분에게 많은 여자들이 있었다는 것을.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이 내 곁을 떠났다.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당시 그분의 씨앗이 내 뱃속에 자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분에게 그 이야기 하려고 그분 가게에 갔었는데. 기막힌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 말고도 무려 5명. 임신을 한 여자들이 있었다. 그중 4명의 여자들. 그들이 내 사랑을 빼앗아. 그분이 내 곁을 떠난 것을 알았다.”
“왜? 5명이라면서 4명만이에요?”
민수가 이상하다는 투로 물었다.
“음.........! 여고생이 한명 있었다. 그 아인 불쌍하게도. 그분이 술에 취해. 나로 착각을 하고 잘못 건드린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해서 난 당시 내게 있던 모든 돈을 그 아이에게 줬다. 또한 그 4명중 하나라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가 낳은 아이도 그 아이가 기르게 했다. 나머지 3명은 산부인과에 가서 그분 씨앗을 없애버렸다. 물론 하나 그년도 아기를 없애려고 하는 것을 내가 칼로 위협까지 해서 겨우 낳도록 만들었다. 그분의 씨앗이기에 난 지키고 싶었다. 그러나 하나 그년도 아기를 낳고 젖도 한 번 물리지 않고 도주했다. 해서 난 그년들을 모두 잡아 죽이기로 했다. 하나 그년을 비롯해. 나머지 3명까지 모두 찾아야한다. 그리고 그년들 심장에 그 표창을 던져라. 반드시 찾아야한다. 그년들 이름은 김 하나. 현제 45살.  장 은지. 현제 43살. 박 희. 현제 47살. 한 아름. 현제 47살. 이렇게 4명이다.”
정은이는 방에 놓인 서랍장을 열고 거기서 누런 봉투를 꺼냈다.
“여기 그년들의 신상정보가 있다. 당시 산부인과에서 알아내어 보관해온 것이다.”
“그 여고생이란 분은?”
“그건 몰라도 된다. 알 필요도 없다. 그 아인 착하고 성실하니까 어디서 잘 살겠지.”
“그럼 전 이만 서울로 가는 건가요?”
민수는 잔뜩 기대를 품고 물었다.
“그렇게 서울로 가고 싶으냐?”
정은이 입가에 살짝 미소를 보이며 자상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민수는 어머니 정은이 눈치를 살피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왜 아니겠느냐. 한창 나이에 산속에 처박혀 겨우 한다는 짓이 예날 중국 무협영화에서나 나올법한 표창 던지는 연습이나 하고. 답답하고 짜증이 날거야. 그래! 서울로 가거라. 다만 이 어미 부탁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들어주겠다는. 그 약속만 하면 내일 당장 서울로 올라가도 좋다. 약속하겠느냐?”
“네! 약속할게요. 반드시 그렇게 할게요.”
민수는 서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천성이 착한 민수가 사람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걸 정은이 역시 모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수에게 그런 약속을 받아내는 속셈은 무엇일까.
정은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오늘은 저녁을 먹고 푹 자거라!”
“네!”
민수는 기쁜 마음으로 냉큼 대답을 했다.
정은이 한이 엉뚱하다고 밖에 볼 수 없지만. 그 한으로 민수를 앞세운 복수심은 서서히 서울로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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