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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영의 아카시아꽃피면 제6회 도깨비방망이
유리넷  2015-11-08 11:09:34, 조회 : 102, 추천 : 11

  김 범 영 문학소설

                         아카시아 꽃 피면.


                      제6회 도깨비 방망이.

“어디 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좀 할까요?”
그녀가 날 찾아온 용건이 있나보다. 시험을 보며 몇 번 스치듯 만난 것이 전부였는데. 이렇게 찾아온 것을 보면 뭔가 중요한 용건이 있는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 그러지.”
난 그녀에게 반말을 한다. 나이가 내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가. 사법고시 1차 시험을 보던 날이었다. 시간에 쫒기다보니. 지하철에서 내려 급히 뛰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타세요.”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니 여자가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나에게 뒤에 타라는 것이다. 그게 여지였다. 난 누구냐고 물었고. 그녀는 사법고시 시험을 봐야하지 않느냐고 하며 타라는 것이다. 시간은 없고 해서 급히 그녀 뒤에 올라탔는데.  아직도 의문이 가는 것은 어떻게 그녀가 날 알아봤느냐 하는 것이다. 난 분명 그녀를 처음 만났는데. 내가 사법고시를 보러 간다는 것을 알고 날 태웠느냐 하는 것이다. 그녀는 날 태우고 가며 자기 이름과 나이를 밝혔고. 나도 내 이름과 나이를 밝혔다. 그때부터 그녀는 나에게 또박또박 존댓말을 하고 난 반말을 했다.
난 그녀와 같이 잠깐 걸어서 조용한 찻집으로 같이 들어갔다.
“우리가 이번이 꼭 4번째죠?”
그녀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뭐가요?”
나도 자리에 앉으며 그녀 말이 무슨 듯인지 몰라 반문했다.
“우리가 만난 횟수 말이에요. 4번째 맞죠? 처음은. 1차 시험 때. 2번째는 2차 시험 때. 그리고 연수원 입구에서. 세 번째 만났고. 오늘이 4번 째 맞죠?”
그녀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내 눈을 응시하며 물었다. 이건 뭔가 내게서 알아보려는 속셈을 갖고 있는  눈이었다.
난 잠시 생각을 했다. 그녀와 내가 처음 만난 것. 그리고 오늘까지. 그렇게 생각을 하자 한 가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저 눈. 어디서 본 기억이 있다. 그때 그 소녀다. 나에게 지하실로 안내를 하던 소녀. 내가 그 지하실에서 법학 책을 얻어 공부를 하게 되었던 그 때. 그 소녀다.
“아니! 5번째 같아. 처음엔 여지가 어린 소녀였는데........”
“햐! 이제 생각이 나셨군요? 냄새나고 더러운 몰골의 거지 아저씨. 큭큭.......”
“아이고. 창피해.”
난 너스레를 떨었다.
“창피하긴요. 이렇게 훌륭한 변호사가 되셨잖아요. 사실 전 그때 그 지하실에 우리 아빠가 쓰시던 책들이 모두 법학 책이란 걸 알았죠. 해서 보시라고 드린 거 에요.”
“응? 내가 누군 줄 알고? 일부러 그 책을 내게 줬다 이거야?”
“네! 언젠가 봤어요. 다 낡은 법학통론. 형법. 두 권의 책을 갖고 다니시는 걸.”
“아! 그거.........”
대규 녀석이 가짜 법대생 노릇 하라고 준 그 책을 본 모양이다. 어째서일까. 다른 것은 다 곡수리 집에 처박아 놓고 그 책은 들고 왔다. 그래서 간혹 술이 취해서 그 책을 들여다 본 모양이고 그걸 여지가 봤던 것이다.
“난 책을 살 돈이 없어서 그런가 하고 엄마에게 사정해서 그 책을 드린 거 에요. 다행히 그걸 가져가 목욕도 하시고 술도 끊고. 공부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무척 기뻤죠. 헌데 겨우 나와 같은 해 합격을 하시다니 좀 실망하긴 했죠.”
여지가 나도 모르게 날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난 5번째지만 여지는 계속 날 지켜봤다는 거야?”
“네!”
“왜? 불쌍한 아저씨라서?”
“아뇨........”
미지는 말끝을 흐린다.
“그럼?”
“내 이상형이었거든요.”
“내가? 미지 이상형이라고?”
“네! 맞아요! 그때나 지금이나. 큭큭........ 이게 뭐냐. 고백을 이렇게 재미없이 하고.”
그녀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흠.........! 하지만 앞으론 변할 거야. 이젠 검사님이 됐으니 청혼도 많이 들어 올 것이고.”
“왜요? 내가 싫어요? 이건 내가 차인 건가........!”
“농담 그만 하고. 찾아온 용건이 있을 텐데?”
난 그녀의 고백을 무시할 수도 없고 당장 좋다 오케이 할 수도 없었다. 해서 말머리를 돌린 것이다. 그녀가 농담이든 진심이든 고백을 했는데. 내가 뭐라고 그녀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마귀할멈이 시퍼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좋다 할 수도 없었다. 그랬다가는 마귀할멈에게 여지가 봉변을 당한다. 허나. 어쩌면 마귀할멈이 내게 결혼 이야기를 못 꺼내게 하려면 여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여지를 이용하는 꼴이 되므로 내 양심상 그 것도 못할 짓이다.
“변호사를 찾아 올 때는 변론을 맡기려고 왔겠죠. 그냥 왔겠어요. 부탁할 게요. 변론 하나만 맡아줘요. 보수는 이미 드렸으니 거절하시면 안돼요.”
“보수? 아하! 내가 공부를 한 그 책?”
“네! 그게 얼마나 비싼 책인지 아세요? 대여료는 받아야죠.”
“사건이 뭔데? 한 번 들어나 보자.”
난 여지가 의뢰하는 변론을 한 번 맡아 보기로 했다. 이건 나를 향한 시험이었다. 내가 과연 얼마나 할 수 있나 시험을 해보려는 것이다.
“1년 전에 대형 교통사고가 하나 있었어요. 버스와 덤프트럭이 추돌했는데. 모두 6명이 사망했어요. 당시 경찰은 사망을 한 덤프트럭 운전자 과실로 수사를 종결하면서 버스 승객 5명의 보상을 덤프트럭 운전자와 그 보험사 a에게 청구를 하게 됐죠. 그 과정에서 버스승객 유가족 대표를 정했는데. 한모씨에게 대표로 위임을 해 줄 때 유가족들이 제출 한 그 인감증명서가 문제가 된 사건이에요.”
“인감증명서가? 대표로 위임을 할 대 왜 인감증명서가 필요하지?”
“a라는 보험회사에서 요구를 한 모양이에요. 헌데. 사건은 재수사가 되고 가해자가 뒤바뀌는 판결이 나왔죠. 버스가 신호위반을 한 증거가 어느 운전자가 자신의 블랙박스를 공개하면서 밝혀졌죠. 결국 덤프트럭 운전자 가족이 버스가 가입한 보험사를 상대로 보상을 청구하게 됐는데. 문제는........버스 유가족 한모씨가. 이미 a라는 보험회사에서 일부 보상을 타먹고 자취를 감춘 뒤였어요. 해서 a라는 보험회사에서 버스 유가족을 상대로 한모씨가 타 먹고 달아난 보상금을 돌려받으려고 재산을 압류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중이고요.”
“그러니까 나보고 그 쟁쟁한 보험회사를 상대로 유가족들 변론을 하라 이거야?”
“그렇죠. 그 정도는 돼야. 변호사로서 자실을 인정받지 않겠어요?”
“으으........ 우리 마귀할멈보다 내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군.”
“마귀할멈이요? 결혼 하셨어요?”
여지가 무척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아니 내 동생 별명이 마귀할멈이야.”
“여동생이 있었다고요? 난 한 번도 못 봤는데.........?”
“7년간 떨어져 있어서 그래. 지금 내 집에서 짐을 싸고 있어.”
“짐이라니요? 이사 가요?”
“응! 여주 근방인데. 여동생과 같이 사업이나 하려고.”
“무슨 사업인데요?”
“조경공사를 맡아하는 건축계통이지.”
“재미있겠다. 변론도 맡아 하시고. 사업도 하시고. 부탁해요.”
“그래! 일단 유가족부터 만나보고.”
“언제요? 지금 만나 보시겠어요?”
“아니! 지금은 안 돼! 마귀할멈에게 나 혼나거든. 흐흐......... 이사 해놓고  연락할게.”
“여기 제 전화번호에요.”
그녀가 명함을 내밀었다. 새로 만든 빳빳한 검사 명함이다.
“늦어도 이틀 후엔 전화를 할게.”
“네! 그럼 기다릴게요.”
그녀와 난 찻집을 나왔다. 근처 슈퍼에 들려 테이프를 사고 같이 걸어서 그녀 자동차 있는 곳까지 왔다.
“갈게요.”
“그래! 운전 조심하고.”
그녀는 날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승용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고 차창을 내렸다.
“어서 들어가요. 동생이 무섭다며.”
그녀가 입을 삐쭉 내밀어보이고는 차창을 올리고 떠나갔다.
그녀가 떠나가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난 집으로 들어갔다.
“킁킁........ 어라! 금방 나갔다가 또 여시를 만났네. 누구야?”
참 녀석 코는 정말 알아줘야 한다니깐. 녀석이 내 몸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더니 토끼눈을 뜨고 노려본다.
“어라! 커피향도 나고. 여시랑 커피까지 마셨네. 누구야? 말 못해?”
“같이 사법고시 패스를 한 동료인데 변론을 맡기고 갔어.”
“변론? 변호사 안 한다며? 여시가 맡기니까 냉큼 받아 버렸어? 남자가 줏대가 없어요. 줏대가. 저래가지고 어떻게 내 남편감으로 만들지. 으으......... 앞날이 캄캄하다.”
“한 번 시험해보려고. 내가 과연 어느 정도 변호사 자격이 있나. 없다고 판단되면 얼른 그만 두려고. 흐흐..........”
“저 웃음은 뭔가 뒤가 구릴 때. 날 속이려고 웃는 웃음인데. 뭐지........! 그 여시와 어떤 관계지? 몇 번 만났어? 이름은 뭐고? 나이는 몇 살이야?”
녀석이 날 노려보며 캐묻는 표정이 이건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눈엔 이미 눈물을 가득 담고 있었다.
“그. 그게........ 이제 5번. 그러니까. 나이는 25살이고. 이름은 여지. 민 여지. 아직 아무 관계도 아니야.”
도대체 내 꼴이 이게 뭐야. 녀석에게 꼼짝을 못하고 말까지 더듬으며 모조리 털어놓고 있다니. 내가 갑자기 바보가 된 느낌이다.
“그 여시도 사법고시를 패스 했어? 오빠랑 같이? 설마 같이 공부도하고 시험도 여러 번 같이 본 것 아냐?”
“아니야! 여지는 대학교 졸업하면서 한 방에 패스했어. 지금은 검사고.”
“검사? 오빠가 싫어하는 직업이네?”
“응!”
“그럼 여지도 싫어해?”
녀석 물음에 난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뭐야? 싫어해? 아님 좋아해?”
“그. 그게........저어........”
“쳇! 알았어! 아직 아무 관계도 아니다 이거지?”
“그. 그래!”
“알았어! 그럼 앞으로도 쭉 그렇게 지내. 아무 관계도 만들지 마! 알았어?”
“알았어!”
“그럼 얼른 집부터 싸! 얼른 싸서 여길 떠나야지. 이거야 원! 어디 불안해서 여기 있겠어? 곡수리 위치는 절대 가르쳐주지 마! 만약 가르쳐주면 알지?”
“아. 알았어!”
“으앙.........”
갑자기 녀석이 울음을 터뜨렸다.
“왜? 왜 울어? 응?”
난 얼른 녀석 어깨를 두 팔로 감싸며 녀석을 달랬다.
“으앙......... 오빠가 내 말에 무조건 응. 응. 알았어. 하는 것은 그 여시랑 뭔가 있다는 증거야. 말도 더듬고. 으앙........”
“아. 아니야! 절대 그런 것 아니야. 나도 오늘 처음 알았어.”
“뭘? 뭘 처음 알아?”
“여지가 날 좋아한대. 어려서부터 지켜본 모양이야.”
“뭐라고? 어려서부터? 오빠를 지켜봤다고? 그래서 오빠가 좋다고 고백했어?”
“응!”
“그래서 오빤 뭐라 했어? 좋다고는 안 했지?”
“그럼! 절대 그런 말 안 했어.”
“그럼 싫다고 하지. 그 말도 못했지?”
“응! 못했어.”
“바보! 다음부턴 똑 부러지게. 좋아하지 않는다. 하고 말해 알겠지?”
“아. 알았어!”
“이것들이 어디서 감히 오빨 넘봐 넘보길. 죽을라고.”
녀석이 울음을 그쳤다. 내 품을 벗어나 다시 짐을 싸며 투덜대는 모습이. 마귀할멈으로 다시 돌아 온 모양이다.
난 녀석이 울면 가슴이 아프다. 해서 녀석 눈에 눈물만 보여도 난 녀석에게 꼼짝을 못한다.
“뭐해? 어서 박스에 테이프 붙여야지.”
녀석이 장난기 가득한 말투를 보니 내 기분도 좋아졌다.
“알았어! 얼른 짐 싸서 이사 가자!”
“이삿짐센터 전화해. 당장 오라고. 1톤 트럭이면 되겠어.”
“지금?”
“그래! 지금 당장! 그래야 그 여시가 못 따라올 것 아냐!”
녀석의 말대로 그날 오후 벼락같이 이삿짐을 싣고 난 곡수리로 이사를 했다.

오후 늦은 시간이다.
이미 저녁을 먹고. 난 남은 짐을 정리하고 있었고. 녀석은 설거지와 청소를 하고 있었다.
“대충해놓고 자야겠어. 피곤해.”
녀석이 피곤한 모양이다. 대충 청소를 마친 녀석이 내 방 침대 정리를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남긴 말이다.
난 갑자기 허전함이 느껴졌다. 녀석이 자기 방으로 들어갔으니 내일 아침이나 돼야 녀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밀려왔던 것이다.
“오빠도 일찍 자. 내일 새벽에 강촌까지 가야돼.  여기서 5시 출발이야.”
녀석이 자기 방에서 방문을 살짝 열고 말했다. 내일 일을 같이 가자는 뜻이다. 나도 내일은 녀석과 같이 오랜만에 조경 일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나도 대충 짐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드르륵.
갑자기 침대 옆 벽면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라서 보니 녀석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히히......... 전에 할머니 집에서도 우리 이렇게 하고 잤잖아. 밤에 혼자 자면 무서울 것 같아서 내가 여기에 문을 만들었지. 히히.........”
녀석이 자기 방 침대하고 내 방 침대하고 사이에 있는 벽에 작은 문을 하나 만들어 놓은 것이다. 날 기다리며 언젠가 오면 이렇게 자면서도 서로 얼굴을 볼 수 있게 하려고 만든 문일 것이다.
나도 녀석이 보이자 무척 평온해지는 내 마음을 느꼈다.
“녀석! 나 없을 땐 잘도 잤으면서........”
“오빠가 뭘 알아? 내가 그동안 밤에 잠을 자면 아침이면 온 얼굴이 눈물로 얼룩지고 그랬단 말이야. 오빠 보고 싶어서 울었거든. 밤마다.”
“그랬어? 이젠 네가 오빠 때문에 울지 않게 해줄게. 앞으로는 절대 울지 않게 해줄게.”
난 녀석에게 하는 말이라기보다는 스스로 다짐하고 있었다.
“고마워........! 어서 자자. 내일이면 오빠가 무척 놀랄 일들이 많을 테니까. 미리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히히.........”
“무슨 일일까? 궁금해지네.”
“그냥 참아. 내일이면 다 알 텐데. 조급하긴. 히히....... 우리 손잡고 잘까?”
녀석이 문으로 손을 내민다. 나도 손을 내밀어 녀석 손을 잡았다. 거칠어진 손. 녀석은 이제 한창 고와야하는 20세 처녀다. 그런 녀석 손이 너무 거칠어졌다. 사업을 하느라 손수 일을 많이 해서 생긴 굳은살이다. 녀석 손을 잡고 있는 내 손이 부끄러웠다. 오히려 내 손이 더 부드러웠기 때문이다. 불쌍한 녀석. 난 가슴이 메어지고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오빠 손은 항상 부드러워. 무슨 남자 손이 이래? 여자 손 같아.”
“그래? 네 손은 많이 거칠어졌다. 다 오빠가 늦게 와서 그렇게 됐구나. 미안하다. 미안해.”
“쳇! 또 그 소리. 미안하다 하지 말고. 앞으로나 잘해. 그럼 되지. 응?”
“알았어! 이제부터 오빠노릇 정말 잘할게.”
난 오빠노릇이란 말에 더욱 힘을 줘서 말했다. 녀석이 혹시나 다시 결혼하자는 말을 못 하도록 미리 일침을 놓는 것이다.
녀석과 난 오랜만에 서로 손을 맞잡고 그렇게 잠이 들었다.

새벽 5시. 녀석이 날 깨웠다.
녀석은 이미 트럭에 시동을 걸어 놓고 간단하게 아침 식사까지 끝낸 상황이었다.
난 대충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가 녀석이 운전을 못하도록 내가 운전석에 앉았다.
“오빠가 운전 하려고?”
“그래! 먼저 비 오는 날 네 뒤를 따라오며 무척 놀랐다. 무슨 운전을 그렇게 난폭하게 하냐?”
“히히........ 마귀할멈이라며? 마귀할멈은 원래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 거야.”
녀석이 조수석에 올라타서 안전벨트를 맸다.
“출발?”
“응! 출발해. 다른 사람들은 더블 캡으로 현장으로 올 거야.”
“트럭이 두 개야?”
“아니 3개. 이래 뵈도 난 사업가야. 트럭이 3개는 돼야 사업가지. 히히........”
“우아! 놀랐는데. 트럭이 3개라. 승용차는 없고?”
“난 낮은 차량은 못 타겠어. 꼭 길바닥에 앉아 가는 느낌이거든.”
“흐흐........ 나도 그래. 습관인가 봐. 처음부터 높은 차량을 타고 다녀서........”
“응! 아마도 그런 것 같아. 음........! 여기서 양평으로 가서 서울 쪽으로 가다가 경춘고속도로를 달리면 강촌으로 갈 수 있어.”
“경춘고속도로?”
“응! 다들 그렇게 불러. 새벽에 달려보면 지나가는 택시들. 장난 아니야. 마치 총알 같아. 고속도로보다 더 빠르거든. 차량들이.”
“그래서? 고속도로라 부른다고?”
“응! 먼저 번 내 차를 일하는 아저씨들이 다 끌고 가서 난 택시를 탔는데........ 그때 난 어떤 여자가 됐게?”
“응? 어떤 여자라니?”
“수수께끼니깐 풀어봐.”
“글쎄........!”
“히히......... 총알 탄 여자.”
“뭐? 하하........”
“정말 그렇더라. 마치 총알 타고 날아가는 느낌이야. 너무 무섭고 겁이 나서........ 오줌 쌀 뻔 했다니깐.”
“켁! 숙녀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다.”
“오빤데 뭐 어때.”
녀석과 웃고 떠들며 새벽길을 달려 강촌에 도착을 한 것은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와우!”
난 현장에 도착을 해서 그 큰 규모에 놀랐다. 무슨 대통령 별장도 아니고. 개인 별장이라는데. 그 규모가 엄청났다. 건축물을 3층에 연건평 200여 평 돼 보이지만. 녀석이 맡은 공사는 3000평은 돼 보이는 넓은 정원을 꾸미는 작업이었다. 현장엔 굴삭기도 한 대 있고. 작업 인부들이 다 나온 것 같은데 모두 13명이었다.
“장비는?”
“히히........ 그 것도 내가 샀어.”
“와! 너 대단하다. 언제 사업을 이렇게 키웠대? 일하시는 분들도 많고.”
“정규 멤버는 4명뿐이야. 나까지 5명. 이젠 오빠까지 6명 히히....... 나머진 다 용역회사에서 그때. 그때 충당해.”
“헌데........!?”
난 현장을 살펴보다가 작업을 하는 분들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여가가 있었다. 그 것도 녀석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 젊은 아가씨가 이런 일을 한 다는 것이 참 힘든데. 이런 현장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야! 지영아! 이리 와봐!”
내가 그 아가씨를 발견했다는 것을 녀석이 눈치 챈 모양이다. 녀석이 그 아가씨를 불렀다.
“응? 왜 그래?”
쪼르르 달려와 나와 녀석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이제 갓 20세는 돼 보이는 아가씨다. 헌데 어디서 본 듯하다.
“우리 오빠야. 알지?”
녀석이 나에게 인사를 시키려고 부른 모양이다.
“응!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오랜만이죠? 저 지영이에요. 한 번 뵌 적이 있는데........ 순대 국 집.”
“아하! 그 순대 국 집 딸 지영이?”
“네!”
그 아가씨는 바로 녀석과 톱 스쿨인가 뭔가 하는 모임을 같이 해체시킨 녀석의 친구 지영이었다.
“그래! 지영이. 반갑다. 헌데 네가 왜?”
난 지영이가 왜 여기서 노동일을 하고 있는 지 그게 궁금했다.
“저도 지현이와 같이 대학은 포기 했어요. 저도 사업을 배우려고요. 해서 돈도 벌면서 지현이한테서 배우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도 여자가 하기엔 힘든 일인데........”
“아뇨! 즐겁고 아주 좋아요. 막 자유를 찾은 느낌이에요. 새장에 갇혀 있다가 세상 밖으로 나온 느낌 뭐 그런 거.”
“오! 그래? 난 다른 사람과 틀려서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제일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은 이 시대의 엘리트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 지영이 넌 대단해. 좋아! 좋은 생각이야.”
난 정말 녀석은 물론 지영이 역시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고마워요. 우리 엄마도 찬성을 했어요.”
“그래! 잘됐구나.”
“오빠 없을 때 지영이가 나하고 같이 밤에 있어줬어. 내가 무섭다고 막 붙잡았거든. 히히........”
“그랬어? 그래서 우리 지현이가 덜 무서웠겠네. 고맙다 지영아.”
“제가 뭘........ 그럼 전 일하러........”
지영이가 나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고는 작업을 하러 갔다.
“쟤 정말 열심이야. 저 굴삭기도 쟤가 운전해. 얼마 전에 면허증 땄어.”
“뭐?”
난 무척 놀랐다. 어린 지영이가 굴삭기 면허라니. 남자들도 어렵다던데. 역시 마귀할멈 친구들도 다 마귀할멈을 닮아가는 모양이다.
녀석이 정규 멤버라는 4명을 지영이 포함해서 모두 소개를 시켜줬다.
지영이만 안면이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다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사람들이 끈기가 없어. 다들 오래 일할 것 같이 오지만 다들 3~4개월이면 떠나서 새로운 사람들로 바뀌고 말아. 지영이만 지금 1년이 넘었어.”
“뭐? 그럼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너하고?”
“응!
“괜찮은 아이구나! 다시 봐야겠는데........”
“엥! 혹시 오빠 지영이한테 관심 있는 것 아니지?”
그렇게 말하는 녀석은 비록 입가에 미소는 짓고 있지만 표정은 무척 심각했다.
“관심이야 있지. 우선 착하고. 건강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얼굴도 예쁘네. 누구한테 시집을 갈지 신랑 복 터진 것이지.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심은 아니니깐. 걱정마라!”
난 빙긋 웃으며 녀석을 안심 시켰다.
“히....... 그럴 줄 알았어. 사실 쟨 매력은 없어 다들 그래. 남자 같아서 싫다고.”
“누가?”
“동네 오빠들도 그렇고. 일하러 오는 오빠들도 다 그러더라.”
“다 바보들만 있었네. 네가 옆에서 있어서 그런가........!”
“무슨 말이야? 내가 옆에서 있어서 뭐가 그래?”
“네가 너무 뛰어나서 지영이가 안 보이는 모양이지.”
“뭐? 이제 보니 오빠가 날 놀렸네. 죽을래?”
녀석이 날 발로 차려고 한다. 난 혀를 날름거리며 도망갔다.

점심을 먹고 난 여지한테 전화를 했다. 그 변론을 맡기로 마음을 굳혔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그 유족들을 만나보려는 생각이다. 해서 녀석 일이 생각보다 바빠 보이지 않으므로 내일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물론 여지한테 전화를 거는 것도 녀석이 보는 자리에서 걸었다. 녀석의 허락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녀석이 오해라도 하면 녀석이 울 것이고. 녀석이 울면. 나도 슬퍼지니까.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여시가 뭐래?”
“여시가 아니고 여지라니깐.”
“여시나 여지나 그게 그거지 뭘 그래.”
“뭐가 그게 그거야? 쳇! 아무 말도 안 했어. 그냥 내일 만나서 같이 가자고만 하더라. 할 이야기야 내일 만나면 할 모양이지.”
“분명히 말해. 오빤 여시 싫다고. 딱 잘라서 말하라고. 알았지?”
“알았어!”
“또 미적미적 끌다가 코만 꿰어봐라. 흥!”
녀석이 내가 통화하는 것을 다 지켜보고 할 이야기를 마친 후에 일터로 걸어갔다.  난 오랜만에 일을 하려니까 겨우 삽이나 들고 땅 파는 일이나 거들 수밖에 할 일이 없었다.
“오빠!”
내가 나무에 물을 주기위해 나무 아래에 물이 고일 정도로 삽으로 파서 웅덩이를 만들고 있는데. 굴삭기 작업을 멈추고 지영이가 다가왔다.
“응?”
“오빠 사법고시 패스 하셨다면서요? 고등학교도 졸업을 안 하셨다고 들었는데?”
“응! 그래서 6년간 머리 싸 메고 공부했지.”
“대단하세요. 저도 그거 한번 해보고 싶어요. 오빠처럼.”
“사법고시를 보려고?”
“네! 당장은 아니고요. 시간이 나면 천천히 한번 쯤 도전해보려고요.”
“검사되려고?”
“아뇨. 저도 오빠처럼. 패스만 하고. 손 탁탁 털려고요.”
“왜?”
“오빠가 너무 멋있어 보여서요. 오빠처럼 저도 제 자신을 시험하려는 것 외엔 관심이 없어요. 검사도. 판사도. 변호사도. 다 지현이처럼 사업하는 것 보다 좋지 않다고 보거든요. 전 자유가 좋아요. 제 능력껏 뭔가 이루고 싶기도 하고요. 제 작품을 남기고 싶기도 하죠. 누군가에 구속되는 것은 제 적성에 맞지 않아요.”
“그래! 너 참 멋있는 생각이다. 아주 멋있어.”
“여자한테 멋있다 그러는 것 아니에요. 아름답다 그래야죠.”
“그래? 알았다! 너 참. 아름답다. 예뻐.”
지영이가 날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오빠와 지현이는 남매 사이죠?”
“그럼! 그럼!”
“절대 사랑하는 사이 그런 것 아니죠?”
지영이가 나에게 그렇게 물으며 바라보는 눈에 반짝 이채를 띤다.
“물론. 남녀 간의 사랑 그런 건 아니지. 남매 사이에 사랑 그런 건 맞지만....... 지현인 내 친동생이야. 비록 피는 다르지만........”
“알았어요.”
지영이 눈에 이채를 띠며 무척 환한 미소를 보인다. 그 순간 난 아차! 하고 내 실수를 깨달았다. 지영이 눈에 사랑이 듬뿍 담겼기 때문이다.
“지현이가 그 동안 오빠 이야기 참 많이 했어요.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 매일 오빠 이야기뿐이에요. 언제 오려나. 어디서 뭘 할까. 매일 그런 걱정뿐이었죠.”
“그랬어?”
“네! 너무도 많이 들어서 지겨울 정도였는데. 이젠 오빠를 정말 만났네요. 저도 지현이 이야기를 들으며 오빠를 꼭 만나고 싶었거든요.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만나보니 정말 지현이가 자랑할 만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빠 정말 멋져요.”
지영이가 그 말을 남기고 얼굴을 붉히며 다시 굴삭기로 올라갔다.
요즘 여자들은 나이가 어리거나. 나이가 들어도. 고백을 저렇게 쉽게 하나. 하는 생각에 잠시 멍하니 서서 지영이가 장비를 움직이는 것을 지켜봤다.  여지도 그렇고 지영이도 그렇고. 녀석도 그렇고. 갑자기 왜 저럴까. 마음이 혼란해지기 시작했다. 해서 난 굳은 결심을 하나 하게 됐다. 이번 변론 맡은 것을 끝내고. 바로 애인을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해서. 녀석에게 친남매 사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금을 그으려는 것이다.
“오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는 나에게 녀석이 다가왔다.
“.......!?”
“나 견적 넣으러 갈 건데. 내가 저녁에 여기 못 오면 아무 트럭이나 같이 타고 와.”
“견적 넣으러 가려면 나도 같이 가자.”
“아니. 거래처 사장인데. 이게 좀 웃겨. 꼴에 남자라고 내 옆에 남자가 있는 꼴을 못 봐. 괜히 거부감 느끼게 하면 이로울 것도 없어. 나 혼자 갔다 올게.”
“어! 그럼 너 위험할 수도 있는데?”
“걱정 마. 그 사장 내 한주먹 거리도 안 돼. 히히.......”
녀석은 혼자 트럭을 끌고 사라졌다. 녀석이 꼬불꼬불한 도로를 저 멀리 벗어나 보이지 않을 때가지 난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현이 오늘 여기 못 온다고 하나요?”
지영이가 굴삭기를 세우고 내게 다가와서 물을 때가지 난 녀석이 사라진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견적 넣으러 간다더라. 어디로 가는지 알려나주고 가지 녀석 참.......”
나는 걱정이 가득 담긴 음성으로 대답했다.
“리조트 공사를 맡아하는 윤 사장이라고 있어요. 안성 쪽에서 새로 리조트 공사를 하는데 지금쯤 완공이 다 됐을 거 에요. 아마 거기 견적 넣으러 간 모양이에요. 오빠를 데려가면 그 윤 사장이 아마 거래를 끊을 가봐 혼자 갔을 거 에요.”
“내가 가면 거래를 끊어? 왜?”
“그 윤 사장이 지현이를 얼마나 좋아 하는데요. 지현이가 맘을 주지 않아서 그렇지. 정말 윤 사장은 지현이한테 푹 빠졌어요.”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누구요? 윤 사장이요? 올해 26살인가. 그래요. 윤 사장 아버지가 하던 회사인데 물려받아서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이 자자하죠.”
“26살? 아직 총각이고?”
“네! 키도 크고 잘 생겼어요. 오빠도 보면 아마 맘에 들걸요.”
“아! 그래? 그럼 다행이고.”
“저녁에 제 트럭 타고 퇴근하세요. 저 혼자 가는데 심심하거든요.”
“그래! 고맙다!”
“그럼 퇴근 때 봐요.”
지영이는 다시 굴삭기로 올라갔다.
난 삽을 들고 열심히 작업을 도왔다. 오랜만에 온 몸에 땀이 날 정도로 일했다.
어느덧 오후 5시 퇴근 시간이 되었다. 새벽 5시에 나왔으니 벌써 12시간이 지났다. 일하는 사람들이 불평을 할 만 했다.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오후 7시는 되니까. 하루 작업을 14시간 하는 것과 같았다. 긴 노동시간이다. 멀리 가면 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면 편할 텐데.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오빠!”
지영이가 굴삭기를 세워두고 내게 다가왔다.
“그래! 오늘 고생했다.”
“고생은요. 즐거운 일인데 고생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아요.”
지영이가 얼른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난 순간적으로 몹시 당황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가요. 운전은 오빠가 좀 해줘요. 전 아직 서툴러서........ 지현인 정말 운전 잘해요. 남자들보다 더 잘해요.”
“그래? 녀석이 배짱이 두둑하거든. 남자들보다 더 깡이 있어서 그래.”
난 지영이와 함께 걸어서 작업장 밖에 세워진 청색 1톤 트럭으로 향했다.
“이 차는 제가 샀어요. 얼마 전에. 그동안 지현이한테 받은 월급을 모아 뒀다가.”
“왜? 트럭을 샀어? 하얀 지프나 요즘 나오는 신형 승용차도 많은데?”
“저도 사업을 하려고 준비 중이거든요. 트럭이 있어야 확실하게 지현이 일에 도움도 되고.”
지영이가 빙긋 미소를 짓는다. 참 지영이 미소는 예뻤다.
“마음씨가 예쁘구나. 우리 지현이 도와줘서 고맙다. 진심이야.”
“예쁘다는 단어보다 아름답다고 해주면 안돼요? 예쁘다는 어떤지 제가 어린다는 소리로 들려서요. 전 이제 성인이거든요.”
“아! 그래! 미안! 지영이 참 아름다워. 마음씨도. 아름답고. 그 미소가 아름다워. 큭....... 이거 이상하다. 뭔가 고백하는 것처럼 느끼해.”
난 부자연스럽게 웃었다.
“왜요? 전 좋은데요.”
지영이가 다시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양 볼에 보조개가 조그맣게 만들어진다. 참 아름다운 미소다. 난 지영이 미소를 보며 그렇게 느꼈다.
“키 여기 있어요.”
지영이는 트럭에 도착해서. 내게 키를 주면서 그 때야  팔짱을 풀었다. 갑자기 허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27살. 사랑이란 것을 찾기엔 너무도 바쁘게 살았던 그 7년 세월이. 너무도 외로웠던 탓이리라. 누군가 가까이 있어주면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이 들다가 조금만 떨어지면 허전하고 다시 외로워지는. 이것도 이상한 병에 속할까.
난 지영이 차키를 들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지영이는 조수석으로 탔다.
“차가 오래된 차네?”
내가 시동을 걸며 지영이에게 물었다.
“네! 인터넷 경매로 120만원 줬어요. 8년이 지난 중고 트럭이에요.”
“그랬구나. 고장 없이 잘 운행되면 되는데.......”
“아직까지는 요.”
시동은 그런대로 잘 걸렸다. 난 트럭을 몰고 천천히 경춘가도로 향했다.
“가다가 배고픈데 뭐 좀 먹고 가면 안돼요?”
지영이가 조수석에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난 녀석이 견적을 넣고 돌아오면 같이 밥을 먹자고 할 것 같아 잠시 대답을 못하고 망설였다. 지영이가 내 마음을 알았을까. 다시 살짝 미소를 짓는다.
“지현이는 아마 윤 사장과 저녁을 먹고 올 거 에요. 윤 사장 낙이 지현이랑 같이 데이트하는 거라고 하던데요.”
“지현이가 그래?”
“아뇨. 윤 사장이요. 저도 잘 알거든요. 가끔 우리 직원들 마시라고 음료수도 사 들고 오거든요. 어떤 때는 회식도 시켜주고 그래요.”
“그래? 그렇다면 뭘 먹지? 어디 맛있는 집 알아?”
“청평가면 하나 있어요.”
“뭘 하는 집인데?”
“꺽지라고 알아요? 물고기 이름인데?”
“알지. 1급수에서 살고 횟감으로 최고지. 쏘가리보다 더 맛있어.”
“네. 그 꺽지 매운탕 집이 하나 있어요. 오늘 오빠가 그거 사서 주세요.”
“오! 그래? 꺽지 매운탕이라. 군침이 도는데. 좋아! 내가 쏘지.”
“엥? 오빠도 그런 속어를 쓰세요?”
“나라고 늙은인 줄 알아? 이제 27살인데?”
“아뇨. 요즘 그런 말 안 쓰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위대한 세종대왕을 모욕하고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한글을 망치게 하려는 일본인들의 음모가 숨어있는 것을 신세대들이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엔 인터넷에 들어가면 서로 하나씩 속어를 만들어 자랑하고 그래서 한글이 뒤죽박죽이 됐는데. 요즘 세대들은 그걸 다시 원위치 시키려고 노력해요. 참 아름다운 마음씨죠?”
“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나도 모르게 가끔 그런 속어를 쓰는데. 나도 고쳐야겠군.”
지영이가 내가 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다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지영이 엄마는 지영이가 대학 포기한 것을 허락했다고?”
“아뇨! 대학 포기한 것을 허락한 것이 아니고. 지현이와 같이 사업을 배우는 것을 허락 하셨단 이야기에요.”
“아! 그렇구나! 그럼 아빠는?”
난 지영이 아빠 이야기를 듣지 못해서 그게 가장 궁금했다. 해서 그걸 꼭 물어보고 싶었다.
“사실 지금은 아빠도 엄마도 안 계세요.”
“엉?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도 아빠도 안 계신다니? 무슨 뜻이야?”
“지난해 대형 교통사고가 났었어요. 여기 경춘가도에서. 덤프트럭과 버스 추돌로. 그때 다 돌아가셨어요.”
“잠깐! 그 교통사고란 것이? 덤프트럭 운전자와 버스 승객 5명 모두 6명이 죽은 그 사고 말이냐?”
“네! 그걸 어떻게 아세요?”
갑자기 난 등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왔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내가 처음으로 의뢰를 맡은 변론 사건이 지영이와 관련이 있다니. 참 기막힌 우연이었다.
“그래 그 사건으로 아빠와 엄마 두 분이 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으로 지영이를 바라봤다.
“아니에요. 아빠만 그 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버스에 타고 계셨는데. 엄마는 다행히 뒤쪽에서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하셨고. 아빠는 앞쪽에 타고 계셨는데. 덤프트럭이 앞쪽을 받았거든요. 해서 아빠만........”
지영이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더니 주르륵 흐른다.
“그럼 엄마는 왜?”
“엄마는 그 충격으로 정신 병원에........입원해서 계시다가........얼마 전에 자살을....... 흑흑....... 제게 사업을 하는 것이 좋다고 허락도 하셨는데. 꼭 엄마 병을 낮게 해서 행복하게 해드리려고 했는데........ 그랬는데.........흑흑.........”
지영이가 울기 시작한다. 그런 사고로 모두 슬퍼하는데 유가족 대표란 놈이 돈을 타먹고 날았다고. 기막힌 이야기다. 그러니. 이제 버스회사나 그 보험회사에서도 보상은커녕 이미 타간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한 것이다. 그 사건 속에 지영이가 있었다.
난 울고 있는 지영이가 실컷 울도록 가만히 내버려 뒀다. 지영이는 트럭이 청평에 막 도착을 할 때 울음을 그쳤다.
“저 앞에서 우회전하면 산천 이라는 음식점이 나와요. 거기가 꺽지매운탕을 하는 집이에요.”
지영이가 눈물을 그치고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지영이가 알려주는 데로 차를 몰았다. 정말 큼직한 음식점이 하나 보였다. 간판 이름이 산천 (山川) 이었다. 주차장도 넓었는데.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꽉 찼다. 겨우 빈틈을 찾아 주차를 했다.
“오빠 운전 솜씨가 좋네요. 전 이런 곳에 들어오면 주차를 못해 애먹는데.”
지영이가 차에서 내리며 말했다.
“그럼 집에 지영이 혼자 살아?”
난 차문을 닫고 키로 잠그며 물었다.
“아뇨! 어떤 때는 이모네 집에서 자고. 어떤 때는 고모네 집도 가고. 음........! 한 달을 기준으로 치면 일주일은 이모네. 일주일은 고모네. 그리고 15일은 지현이랑 같이 자요.”
“그. 그랬어? 앞으로는 매일 지현이랑 같이 있어도 좋아. 그렇게 해.”
“정말이에요? 네?”
지영이가 그렇게 반색을 할 줄 몰랐다. 난 영문도 모른 체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그럼 오늘도 지현이랑 같이 자야지.”
지영이가 갑자기 입가에 미소를 띤다. 묘한 미소다.
난 지영이를 보며 마음속으로 무척 대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부모님을 잃었는데도 저렇게 씩씩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여자 몸으로서는 더욱 더.
지영이는 얼른 내 팔에 다시 팔짱을 끼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겨우 구석진 자리를 하나 발견하고 둘이 앉았다.
“여기 꺽지매운탕 2인분이요.”
난 음식을 주문했다. 값은 제법 비싼 편이었다. 1인분에 15000원.
“좀 비싸죠?”
“먹어봐야 알지. 맛을 안 보고 비싸다 하면 음식을 만드는 분에게 미안하지. 안 그래? 하하.........”
난 일부러 환하게 웃어 보이려고 노력했다. 지영이가 부모님 생각을 하며. 울고 난 뒤라서 기분을 풀어주려는 의도에서였다.
“정말 맛있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
지영이가 말했다. 주문을 하자 곧바로 매운탕이 나왔다. 미리 준비를 해둔 모양이다. 매운탕이 끓는 동안 지영이는 물 컵만 들었다 놨다 하며 말이 없었다.
“근데........ 어떻게 우이 아빠 돌아가신 그 사고를 아세요?”
매운탕이 막 끓기 시작할 때 겨우 지영이가 입을 열었다.
“내가 변호사잖아. 누가 나에게 그 사건을 변론해달라고 의뢰했어.”
“아! 그랬군요. 그 나쁜 유가족 대표자 때문에 모두 재산까지 압류 당해서 지금 울상이에요. 가족을 잃고 슬퍼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저희 엄마. 아빠와 같이 살던 집도 압류 당했어요. 어떻게 판사란 분이 전후 사정도 알지 못하고 남의 재산 압류를 그렇게 쉽게 결정하는지 모르겠어요. 보험회사 이야기만 듣고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은 그 판사들이 들고 있는 망치라 하나요? 방망이라 하나요? 그걸 도깨비 방망이라 하죠. 한 번 뚝딱 내리치면. 누군가 그 인생이 바뀌거든요.”
“도깨비방망이? 하하........ 듣고 보니 그렇기도 하다. 도깨비방망이라......... 하하........ 판사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데. 고지식해서 말이야. 방에 처박혀 책에 나온 것만 읽고. 누가 들고 오는 서류만 읽고. 도깨비방망이를 막 휘두르거든. 그래도 그건 좀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할까. 돈이 많은 재벌가엔 한없이 자애로우면서. 서민들에겐 단호한 것이 그 도깨비방망이지. 누가 혹시 아나. 돈이라도 뒤로 받아먹고 그 방망이를 사용하는지. 그건 판사나 검사나 경찰이나 다 마찬가지야. 무슨 범죄자만 잡히면 꼭 터지더라. 경찰. 또는 검사. 그들이 뒷돈을 받고 범죄자들을 양성하는 것 말이야. 우리나라 범죄자들은 대부분 그들이 양성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야. 경찰이나 검찰. 사실 그들은 우리나라 범죄단체 이름을 줄줄이 외고 그 소속 관련자들 이름까지 줄줄이 외고 있어. 어느 불법 영업장을 급습해도 관련자들은 교묘히 사라지고 없다 하거든. 자기들이 이미 뒤로 정보를 다 흘려놓고 말이지. 먹었으니 그 만큼 베풀어야지. 그러니 범죄자들을 잡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비싼 세금으로 월급을 줬더니. 오히려 주머니에 더러운 돈이나 채우며 그들을 양성하고 있는 꼴이지. 고양이 앞에 생선을 지켜달라고 맡긴 꼴이지.”
“오빤 사법고시를 보시고 변호사가 된 분이 그렇게 말을 하시면.........”
“그 정도는 그래도 어떡하면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고민이라도 하겠는데. 정치인들 하수인 노릇이나 하며 서로 정적치기에 동참이나 하는 것을 보면 이게 정말 우리가 세금으로 월급 주며 그 자리에 앉혀 놓은 자들이 맞나 싶어. 거기다가 요즘은 검찰과 경찰 서로 자기들 밥그릇이나 챙기려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싸움질이나 하고 말이야. 왜? 그런 자들에겐 그 잘 쓰는 도깨비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않는지 모르겠더라. 하하........”
“오빠도 참........!”
지영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활짝 웃는다.
“그나저나........ 나도 첫 의뢰받은 것을 잘 해결해야 할 텐데........ 모두 그 도깨비방망이로부터 지켜줘야 하니까 말이지.”
“가능성은 있나요?”
“도망친 유가족 대표에게서 단 1원이라도 그 돈을 받았는지. 아닌지. 그것이 그 도깨비방망이를 피해 가느냐. 못 가느냐. 하는 갈림길이 될 거야.”
“1원이라도 라면? 밥이라도 한 끼 얻어먹었으면?”
“밥을 얻어먹은 것이야 그 돈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긴 한데. 그 유가족 대표라는 자에게서 돈을 받아  썼느냐. 안 썼느냐. 하는 거야. 단 1원이라도 받아썼다면 도깨비방망이를 가차 없이 휘두를 테니까 말이야.”
“모두 그럴 리는 없어요.”
“저쪽 a라는 보험회사에 그자 음성으로 모두에게 골고루 나눠줬다는 진술이 담긴 녹취록이 있다고 하더라. 우린 그 것이 가짜라는 것을 그 도깨비에게 밝혀서 보여줘야 할 것 아니겠니?”
“도깨비요?”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있으면 도깨비지. 하하.........”
“아! 매운탕 다 졸겠어요. 이제 드세요.”
지영이가 그릇에 매운탕을 담아 내 앞으로 놓는다.
난 수저로 한 술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아! 강원도에서 이웃집 아주머니가 끓여주던 그 맛이다. 맛이 좋구나. 너도 얼른 먹으렴.”
정말 꺽지매운탕은 맛이 좋았다.

아! 깊은 산골 냇물에 사는 꺽지.
날카로운 가시하며 먹을 건 없어도.
물고기 맛이 이러할까. 입에서 녹네.
시원하고. 개운한 국물 맛도 일품.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는 회는.
물고기 회의 왕이라 하기보단.
고운 살결에 부드러움이 더 한.
물고기 회의 여왕이라 하겠다.


지영이와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 온 시간은 밤 9시가 넘어서였다. 녀석이 문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영이와 같이 있었어?”
녀석은 내가 지영이와 같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안심이 되는 눈치다.
“그래! 너 밥 먹었니?”
“응! 거래처 사장하고........ 오빤?”
“지영이랑 같이 먹었어.”
“아! 또 그 꺽지매운탕?”
“엥? 그것도 알아? 지영이가 너도 데리고 꺽지매운탕을 먹으러 갔었니?”
“어디 나 뿐이겠어. 안 가본 사람이 없어. 안 그래?”
녀석이 지영이를 보며 묻는다. 지영이는 그냥 빙그레 웃기만 했다.
“얼른 들어가. 씻고 자야지. 너무 늦으면 집에서 서로 이야기 할 시간이 없잖아. 요즘은 일 때문에 지쳐.”
녀석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며 힘들어하는 느낌이다.
“거리가 먼 곳은 현장에서 자며 일하는 것도 생각을 해봐야지?”
내가 지영이를 앞에 방으로 들어가게 하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가며 말했다.
“요즘 방 구하기가 어디 쉬워. 특히 관광지나 경치 좋은 곳은 구하려고 해도 없어.”
녀석이 이미 시도를 해본 모양이다.
“캠핑카 생각은 안 해봤어?”
“캠핑카? 그게 얼마나 비싼데........? 혹시 오빠 생각은?”
“그래! 컨테이너를 하나 만들어서 싣고 다니는 거야. 살림도구를 싣고.”
“그럼. 2.5톤은 돼야 적재함이 크니까 잘 수 있지 1톤짜리는 너무 작아.”
“오빠가 하나 만들어 볼게. 중고로 2.5톤 트럭 하나 사면 비싸지 않아.”
“좋았어! 역시 오빠가 오니까 일이 쉽게 해결되네.”
녀석이 얼른 뒤돌아서서 내게 달려와 두 팔로 내 목을 안고 좋아했다. 지영이가 그 장면을 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 씻을게.”
난 지영이 시선을 의식하고 녀석을 떼어 놓고. 얼른 욕실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땀을 흘렸더니 옷을 모두 갈아입어야 했다. 목욕을 하니 몸이 개운해졌다.
드르륵.
또 녀석 방과 내 방 사이 쪽문이 열렸다.
“오늘은 지영이랑 같이 있으니까. 이 문 닫고 잔다. 오빠 잘 자!”
“오빠! 안녕히 주무세요.”
녀석과 지영이 문을 통해 인사를 했다.
“그래! 너희들도 잘 자라.”
내가 인사를 하기 무섭게 녀석이 쪽문을 닫아 버렸다. 난 갑자기 서운한 생각이 밀려왔다.
다시 서로 얼굴 보며 잠자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깜작 놀랐다. 난 잠자리에 누웠다. 하루 종일 좀 고단했는지 나 역시 곧 잠이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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