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인사를 나누세요김범영 출판소설 소개

 로그인  회원가입

김범영의 아카시아꽃피면 제4회 사라진천사
유리넷  2015-11-08 11:07:22, 조회 : 123, 추천 : 15

    김 범 영 문학소설

                         아카시아 꽃피면.


                 제4회 사라진 천사.

녀석의 말대로 위치가 좋았기 때문일까. 지나가다 찾아 문의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녀석이 사무실로 쓰기위해 하나 구입한 중고 컨테이너 박스에 하루 종일 앉아서 전화도 받고 손님들 문의하면 친절하게 답변까지 한다. 해서 녀석에게 붙여진 이름이 하나 더 생겼다. 손님들 사이에서 녀석은 조경박사로 통한다.
해서 녀석을 부를 땐 모두 성박이라 부른다. 성은 성씨고 박사란 뜻이다. 해서 언제부터인가 전화를 하는 손님이 거기 성박이죠? 하고 묻는다. 좀 황당하지만 그래도 난 녀석이 기특해서 좋다.
그러나 시골 마을 전체를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날부터. 갑자기 조경 공사는 중단됐다.
겨울철엔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혁은 겨울철엔 집에 가서 지낸다 하며 서울로 올라갔다.
녀석은 방학을 했다. 마치 자유를 얻은 듯. 녀석 표정은 밝아졌다.
“오빠! 이젠 일도 없고 나도 방학을 했으니 여행 한 번 하자. 응?”
“어디로?”
“나 아직 안 가본 곳 많아. 비행기도 안 타봤고.”
“그럼 제주도 갈까?”
“비쌀 텐데........”
“배타고 가면 돼! 트럭도 끌고 가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으니 좋지.”
“무슨 소리야? 트럭을 배에 싣고 가면 돈이 많이 들어. 얼마나 있다가 온다고. 트럭까지? 그냥 가서  빌리는 것이 쌀걸.”
“가서 오래 있다가 오려고. 너 방학 끝날 때 쯤.”
“아주 살림을 차려라. 돈이 좀 모였어요. 그래서 언제 서울로 진출 할래?”
녀석이 토끼눈을 치뜬다.
“그게 아니라 여기선 어차피 일이 없잖아. 제주도는 겨울이 춥지 않으니 일거리가 있을 것 아냐?”
“아! 맞다! 언제부터 오빠가 이렇게 똑똑해졌지?”
“다 너한테 배웠다. 쳇!”
“헤....... 알긴 아는구나. 그러고 보면 내가 오빠 선생님이야 그렇지? 헤헤.......  스승과 제자.”
녀석이 자신과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트럭을 끌고 가야 일거리가 있으면 일을 하지. 참! 먼저 왜?”
“아! 제주도에 별장을 진다던 그분?”
“그래! 전화번호 있지?”
“아마 있을 걸. 내가 찾아서 전화 해볼게.”
녀석은 쪼르르 컨테이너 박스로 들어갔다.
난 아랫마을 구멍가게로 향했다. 오늘은 얼큰한 라면 생각이 나서다. 구멍가게는 가깝게 있었다. 약 5분 걸어가면 길가에 다 쓰러져가는 옛집을 몇 달 전 헐고 새로 조립식으로 지은 곡수리 부녀회가 운영하는 구멍가게가 나온다.  사람들은 다 이기적이라서....... 늘 입버릇처럼 술과 담배는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녀석과 죽이 맞아 장구치고 북치던 아주머니들이 이젠 장사를 한답시고 술과 담배를 판다. 녀석이 그 아주머니들에게 이것들은 왜 팔아요? 하고 묻자. 아주머니들은 이거 안 팔면 돈이 안 돼. 하고 대답했다며 녀석이 한심하다는 투로 나에게 말했던 기억이 있다.
“에고. 눈이 와서 일거리가 없나봐? 어쩌고 있어?”
나보다 녀석을 걱정해서 묻는 아주머니들. 그 만큼 녀석의 인기는 동네 아주머니들 사이에서도 최고였다.
“여행가자네요.”
“여행?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야. 할 일도 없는데 한 번 다녀와!”
“그럼! 그럼! 겨울방학인데 좀 데리고 갔다 와.”
내가 한마디 하자 아주머니들은 한목소리로 녀석을 데리고 여행을 가라고 한다. 정말 모를 녀석이다. 어떻게 하면 아주머니들이 자기 자식보다 더 챙길까.

라면을 사가지고 집으로 오니 녀석이 싱글벙글 하는 꼴이 제주도 별장공사를 하러 간 사람과 통화가 잘된 모양이다.
“뭐래?”
난 다 알면서 물었다.
“방하고 먹을 것 다 대준다고 오래. 자동차도 준대. 갈까?”
“너 벌써 다 간다고 대답 했지?”
“아냐! 오빠가 허락을 해야 약속을 하지. 오빠하고 의논 한다고 했어.”
“어쩐 일이래? 우리 마귀할멈이? 내 허락을 받으려 하고?”
“히히........ 이건 이 근방 일터가 아니잖아. 제주도까지 가야 하는데........ 한 번 가볼까?”
“이건 여행이 아니잖아? 일하러 가는 것이지.”
난 노란 양은 냄비에 수돗물을 받아 가스 불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오빠가 라면이 먹고 싶었구나?”
“응!”
“날씨가 쌀쌀할 땐 라면 국물이 최고지. 히히.......제주도 조경은 3~4일이면 끝난데. 그럼 며칠 신나게 구경하고 오면 돼. 어때?”
“그래? 오! 그럼! 돈 안들이고 여행하는 거네?”
“맞아! 히히........ 오케이?”
“응! 그래!”
내가 승낙을 하자 녀석은 얼른 다시 전화를 하고 있었다.
“박 사장님! 오빠가 승낙 했어요. 내일 비행기로 내려갈게요. 3~4일 일 끝나면 며칠 구경도 하다가 올 건데. 방도 그렇고 차도. 며칠만 더? 감사해요.”
녀석은 역시 빈틈이 없었다. 녀석은 전화를 끊으며 나에게 눈을 찡끗 했다.
“잘했어!”
난 녀석을 칭찬해줬다.
“난 준비할게.”
녀석은 방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내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려는 것이리라. 자기 것만 아니고 내 것까지 꼼꼼히 챙길 것이다.
“라면 다 됐다! 라면 먹자!”
라면이 다 끓고 녀석을 부르자 쪼르르 나와 라면을 번개같이 먹어 치우고 생글생글 웃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렇게도 좋을까! 여행을 저렇게 좋아 하는데. 앞으로 시간 있을 때마다 자주 여행을 데리고 가야지.”
난 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여행 한 번 가다고 하니 저렇게 좋아 하는 모습을 보니 녀석은 영락없는 어린애다. 마귀할멈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천진난만한 어린애로 돌아 온 녀석.
다음날. 난 그런 녀석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눈보라가 심하게 몰아치는 김포 공항에서 비행기를 탔는데.......
제주도를 오니 마치 봄 날씨 같았다. 녀석은 심하게 멀미를 해서 1시간 내내 고통스러워했다.
멀미약을 준비 안 한 내 잘못이다.
“히히....... 괜찮아.”
녀석은 제주공항에 내리며 내가 멀미약을 챙기지 못해 미안해하는 마음을 알고 괜찮은 척 했지만. 얼굴은 말이 아니다. 너무 핼쑥해진 녀석 얼굴이 마치 환자처럼 보였다.
“어! 성박! 얼굴이........? 어디 아프신가?”
공항까지 마중 나온 박 사장은 녀석 얼굴을 보며 걱정하는 눈치다.
“괜찮아요. 멀미를 해서........”
녀석이 밝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 멀미.......! 지독하지. 암! 비행기를 첨 타면 그야말로 죽을 맛이지. 아무튼 고생했네. 갑시다.”
박 사장이 몰고 온 회색 승용차를 타고 우린 박 사장이 인도하는 대로 어디론가 갔다.
처음 오는 곳이라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어느 마을 하얀 색 통나무로 지은 깨끗한 펜션 앞에 도착을 한 박 사장은 자동차를 주차장에 세웠다.
“다 왔네. 성박! 멀미는 괜찮으신가?”
“네 괜찮아요.”
녀석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형! 여긴?”
난 차에서 내리며 박 사장에게 물었다. 박 사장은 나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난다. 해서 그냥 형이라 부른다.
“신풍리란 곳이네. 자! 들어가지. 배가 무척 고플 텐데. 짐 풀고. 어디 나가서 저녁부터 먹자고.”
박 사장 말을 듣고 핸드폰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6시가 다돼간다.
“네!”
녀석이 냉큼 대답하며 박 사장이 열어주는 방으로 짐을 들고 들어갔다. 나도 무거운 짐을 들고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무척 넓고 깨끗한 방이다.
“뭐 구경도 하다가 간다고 하니 10일간 방을 빌렸네. 끌고 다닐 차는 내일 현장에서 주지. 좀 고물차지만 쓸 만하다네.”
“감사합니다.”
녀석이 얼른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형!”
나도 감사의 인가를 했다.
“고맙긴. 나도 일꾼이 없어서 짜증나던 판에. 성박 전화를 받고 마치 구세주를 만난 느낌이었네.”
“제주도엔 일꾼이 없나요?”
“아니! 일꾼이 없다고 하기보단. 육지에서 온 사람들을 심하게 경계한다고 봐야 할까! 아니면. 불신한다고 봐야 할까. 육지 것들! 육지 것들! 하면서 곱게 대하질 않아! 일도 잘 안하고. 약속도 안 지켜. 자기네들끼리는 약속을 잘 지키는지 모르지만. 육지에서 온 사람과의 약속은 지키질 않아. 대부분 그래.”
“아니! 어찌 그럴 수가? 그래서 어떻게 거래를 해요?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도. 맡아하는 업자도 다. 약속을 중요시해야 거래가 이뤄지죠. 정말 그래요? 약속을 안 지켜요?”
“그렇다니깐. 내일 틀림없이 일을 해 준다. 약속하고 아침이 되면 누가 돈을 많이 준다면 그 곳으로 가고. 아는 사람이 일을 해 달라면 그 곳이 먼저고. 동네 잔치집이 있다는 핑계도 있고. 5일장이라는 핑계도 대는데. 5일장이 무슨 상관이냐? 물으면 5일장인데 막걸리 한 잔 해야죠. 한다니깐.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박 사장 말을 들으면. 정말 타지에서 공사하나 하느라 무척 애로사항이 많았던 모양이다.
“자기 아버지 앞에서 담배나 피우고. 입에 존댓말은 배우지 못했는지 반말이나 찍찍하고....... 아무튼 후레자식들이야.”
박 사장 눈에 제주도 사람들은 나쁘게 각인된 듯하다.
“오빠랑. 내가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생겼네.”
녀석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한 번 풀어보자.”
내가 웃으며 말했다.
“수수께끼라니?”
박 사장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게 있어요.”
녀석이 배시시 웃는다. 설명하기 곤란하다는 뜻이다.
“아무튼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참! 하나 주의할 점이 있는데. 이곳은 뱀을 믿는 동네야. 사람들이 예수님이다. 부처님이다. 하며 믿는 종교랑 같은 분류로 보면 돼. 여기 사람들은 뱀을 그렇게 숭배하는데. 방에다 항아리 같은 것을 놓고 그 속에서 뱀을 모시는 것을 안칠성. 밖에서 항아리 같은 그릇에 뱀을 모시는 것을 바깥 칠성. 이라 부르지. 즉 칠성신이라 해. 허니 남의 종교를 무시하는 말은 절대 금물이고. 뱀을 모시는 항아리 같은 그릇에 비가 안 들어가게 짚이나 어떤 뚜껑을 만들어 덮은 곳을 보면. 회손 하거나 열어보면 큰일 나니까 조심. 알았지?”
“햐! 그런 종교도 있어요?”
녀석이 호기심을 갖는다.
“어떤 종교나 마찬가지로 자신들이 믿는 것만 세상 최고라 하듯이 이곳엔 칠성신이 세상 최고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은 믿는 사람이 없고 나이든 분들만 간혹 믿는데. 많이 사라지고 있는 종교라 할 수 있지. 사람들은 이기적이라서. 자기가 믿는 종교는 참이고. 다른 사람이 믿는 종교는 거짓이다. 이단이다. 하며 하찮게 여기는데. 그게 바로 종교 전쟁의 불씨가 되는 것이지.”
녀석이 호기심을 보이자 박 사장은 아는 지식을 모조리 털어내기 시작했다.
“언젠가 전설의 고향 드라마에서. 이곳  옆 동네 토산리를 배경으로....... 처녀가 시집을 갔는데. 첫날밤. 신랑이 불을 끄고 신부와 달콤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처녀가 잠든  베개 옆에  뱀이 한 마리 똬리를 틀고 있더라는 것이야. 칠성신은 믿는 사람이 어딜 가든 따라간다는 전설이지. 그 드라마가 나가고 이곳 처녀들의 혼사 길이 막혔다는 후문이지.”
“정말 그런 건 아니죠?”
녀석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박 사장을 바라본다. 역시 순수한 어린애다. 그걸 믿다니 말이다.
“그거야. 성박이 생각 하시기에 달려있지 않을까?”
박 사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펜션에서 밖으로 나온 우린 박 사장 차를 타고 다시 어디론가 갔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가는 것인데. 오랜만에 만나서 일까. 아니면 녀석을 대접하려는 박 사장 생각인가.
“생선회 좋아 하시나?”
박 사장이 녀석에게 물었다.
“네! 좋아해요.”
녀석이 냉큼 대답했다. 해서 박 사장은 바닷가 횟집으로 우릴 안내했다.
방금 종교문제로 거론된 토산리라는 마을 바닷가였다.
“종교를 생각하지 말고 음식만 생각하시게.”
박 사장이 회를 시켜놓고 녀석에게 은근슬쩍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건 왜요?”
“뱀을 생각하면 음식 맛이 떨어지니깐.”
“엥? 생각 하라는 거 에요? 말라는 거 에요? 잊고 있었는데 상기 시키시는 이유가 뭐죠? 회를 시켜놓고. 절 먹지 못하게 만들려고요? 아까우셨구나?”
녀석이 박 사장 농담을 제대로 받아들인다.
“하하........ 역시 성박 말솜씨를 따라갈 수가 없어.”
박 사장이 두 손을 번쩍 들며 항복하는 시늉을 한다.
“헤헤........ 죄송해요. 어른께 농이나 하고.”
녀석이 얼른 사과한다. 아마 그 것이 박 사장을 더욱 꼼짝 못하게 하는 녀석의 고단수였다.
“으으....... 내가 말을 말아야지. 이거 또 졌군. 아무튼 성박이 왔으니 이제 우리 정원이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탄생될 것이라 기대가 되네.”
“엥? 저도 부려먹으시려고요?”
“아니 그럼! 내가 성박이 온다고 하니 좋아했지. 동생이 온다 하면 아마 생각을 더 해 봤을 거야. 성박이 와야 믿음이 간다니깐.”
박 사장이 녀석 몰래 나에게 눈을 찡끗 거렸다. 그건 녀석을 놀리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미안하다는 뜻이다. 정말 박 사장은 녀석을 좋아했다. 물론 박 사장 뿐만 아니라 모든 손님들이 녀석만을 좋아 했다. 녀석이 귀여워서가 아니다. 녀석은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었다. 탁 보면 머릿속에 설계가 그려지는 모양이다. 어린 녀석이 그 방면엔 타고 난 천제였다.
회가 나오자 녀석은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이미 비행기 멀미 후유증은 사라진 모양이다. 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녀석이 아프면 내가 아픈 것처럼 내 몸도 아프다. 정말 이상한 병에 걸렸다.

다음날 아침부터 녀석은 나를 따라나섰다.
박 사장의 별장 정원에 조경을 설계하려는 녀석의 생각이다. 어린 녀석이 아무튼 별종이다.
박 사장이 건축하고 있는 별장은 신풍리 우리가 잠자는 펜션에서 조금 걸어가면 약간 언덕진 곳에 있었다.
이미 건물은 다 지었고. 배관이나 기타 페인트 같은 것들 조금 남은 상태였다.
“흠........!”
녀석은 마치 어른들처럼 정원을 꾸밀 자리를 돌아다니며 심각하게 보고 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감을 잡은 표정이다.
“성박! 감이 오시나?”
박 사장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녀석을 보며 물었다.
“이름이 성박이에요?”
현장 책임자 목수가 박 사장한테 묻는 말이다.
“아니! 성이 성씨고 박사란 뜻이야.”
“네? 박사요?”
“보면 알아! 척 보면 감을 잡는다고. 그러니 박사지.”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녀석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박 사장에게 다가왔다.
“일거리가 늘었네요.”
녀석이 몹시 미안한 표정을 현장 책임자 목수에게 보이며 말했다.
“.......!?”
“정원에 매립한 흙을 치워야겠어요.”
“엥? 왜 그러시나?”
박 사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가 보니까 자연적인 암반이 형성되어 있더라고요.”
“그렇지. 전부 바위라고. 그 위에 집을 지었으니.”
“그러니 천연적인 조경을 저런 흙으로 덮어서야 쓰겠어요? 다시 걷어내고. 잘 닦아서 멋진 정원을 꾸며야죠.”
난 녀석의 의도를 알았다. 그건 내 생각과 녀석의 생각이 일치했다. 바위가 생긴 대로 바닥의 흙을 깨끗이 치우면 자연적인 바위가 정원 바닥이 된다. 그것보다 더 좋은 정원이 어디 있을까? 그게 저 녀석과 내 생각이다.
“흠......! 듣고 보니 그 것도 좋겠군! 동생 생각은 어떤가?”
박 사장이 내게 물었다.
“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암반이 생긴 대로 정원 바닥을 만들고. 좀 깊은 곳 한 쪽으로 숲을 조성하면 좋겠네요.”
짝.......짝.......
“아주 좋아! 역시 성박이야!”
박 사장은 매우 만족하는 표정이다.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그럼.......! 배관도 바꿔야 하는데........”
현장 책임자 목수가 귀찮은 표정이다.
“그래서 일거리가 늘었다 했어요. 미안해요.”
녀석이 꾸뻑 인사까지 하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다! 아니야! 괜찮아!”
오히려 현장 책임자 목수가 미안해했다.
“으흐흐........”
박 사장이 웃음을 터뜨린다. 말은 안 해도 녀석이 현장 책임자 목수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이 신통하다는 웃음일 것이다.
“그럼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지?”
현장 책임자 목수가 녀석에게 물었다.
“아! 장비를 사용하면 바닥의 암반에 상처가 나니까. 사람으로 일일이 흙을 치우고 물청소를 우선해야겠어요. 그래야 바닥 생김새를 보고 다음 구상을 하죠.”
“오케이! 좋았어!”
녀석 말에 박 사장이 즐거워한다. 내가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다. 참 녀석은 알 수 없는 마귀할멈이다.
“내가 용역 사무실에 가서 사람을 좀 데려오지. 여긴 용역들도 7시가 넘어야 움직이더라고. 아! 그리고 자넨! 여기 성박 모시고 아침 대접 좀 하게.”
박 사장은 현장 책임자 목수에게 나와 녀석의 아침 식사를 부탁하고 용역을 데리러 갔다.
바로 현장 아래 작은 시골 식당이 있었다.
“윽! 이게 뭐야? 먹는 거야?”
녀석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식당 밥도 그렇지만 반찬이 너무 맛이 없었다. 특히 제주도 전통 음식이라는 몸국은 정말 맛도 없이 끓였다. 돼지고기가 수놈이었는지 노린내까지 난다. 대충 물에 밥만 말아서 억지로 한 공기 먹고 나왔다. 녀석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 매일 저걸 먹으라고? 차라리 우리 컵라면 먹자?”
녀석이 정말 먹기 싫었나보다.
아무튼 억지로 밥을 먹고 현장으로 오니 박 사장이 용역을 5명 데리고 왔다. 보니 모두 제주도 사람들이다 하나같이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다.
“이리들 오세요! 여기 오셔서 삽으로 바닥 흙을 다 퍼내세요. 저쪽 구석으로.”
녀석이 시킬 수 없어서 내가 노인들에게 작업을 지시했다.
“이건 장비로 해야지. 사람이 어떻게 해?”
“맞아! 사람이 뭐 기곈가.”
노인들은 이을 할 생각도 안 하고 투덜거리기만 했다.
“아. 그냥. 하세요. 장비로 하면 암반이 긁히잖아요.”
난 다시 말했다. 조금 짜증나지만 그래도 어른들이니까.
“야! 이걸 삽으로 어떻게 퍼내? 장비로 하면 금방인데. 왜 사람이 해?”
“이런 건. 하루 10만원은 받아야 돼. 호미로 풀만 깎아도 7만원인데.”
다시 투덜대기만 한다. 움직이지 않는다. 한 쪽에서 박 사장이 묘한 시선으로 날 지켜본다. 마치 여기가 그렇다니깐 하는 표정이다. 네가 어떻게 할 것이냐 묻기도 하는 표정도 포함되었다.
“오빠! 할아버지들이 일하기 싫으신가봐! 잘하시면 10만원씩 드리려 했는데....... 싫다고 하시면 용역회사에 전화를 걸어 다른 사람으로 바꿔 달라고 해.”
녀석이 슬쩍 끼어들었다.
“누가 하기 싫대. 맹랑한.”
“아! 일하기 싫다고는 안 했어. 쉽게 하면 좋다는 것이지.”
노인들은 투덜대며 일을 하기 시작 했다.
박 사장이 녀석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참! 녀석은 재주도 좋다. 어떤 때는 내가 녀석보다 많이 모자라는 느낌이다. 가끔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도 난 녀석이 좋다. 너무 좋다.

녀석 말처럼 일거리는 많아졌다.
건축을 하면서 많이 매립이 됐기 때문에 장비도 아닌 사람 손으로 퍼내는 것도 일이지만. 배관을 했던 것을 다시 철거하고 방향을 바꿔야 했다.
다시 파내는 작업은 3일을 계속했다.
“와! 마치 거북이 등 같다.”
난 드러난 암반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이렇게 좋은 자연을 왜 묻어 버리고 뭘? 조경을 하겠다는 건다. 이제 자연 그대로 조경을 하고 부족한 부분만 나무와 꽃을 심어주면 최고의 조경이 완성 될 것 같다.
“오빠! 이거 거북이 등 같이 생겼으니. 저 쪽에 거북이다리처럼 계단을 만들면 어떨까?”
“아주 좋은 생각이야. 역시 내 동생이야.”
녀석의 생각은 참 참신했다. 난 녀석 생각처럼 돌을 다듬으면서도 자연미를 그대로 살려. 거북이다리처럼 계단을 만들었다. 나무 몇 그루 심고. 꽃을 심으니 환상적인 정원이 완성됐다. 꼭 5일째 되는 날이었다.
“고마워! 특히 성박! 너무 고마워! 자 고생했어. 대신 관광비는 내가 부담할게.”
박 사장은 관광비 하라고 인건비를 100만원 줬다.
“오빠가 들고 다녀.”
녀석이 갑자기 돈을 나보고 관리하란다.
“.........!?”
“내가 들고 다니면 소매치기 당할지 모르잖아.”
녀석 가끔은 아주 가끔은 너무 맘에 든단 말이야.  마귀할멈처럼 보이지도 않고. 헌데........ 아직도 비행기 멀미 후유증이 남았나. 녀석 얼굴이 하얗다. 핏기가 없어 보인다. 난 걱정돼서 녀석 이마에 손바닥을 대 봤다.
“히히....... 괜찮아! 난 건강하잖아. 그리고 이건 만약인데. 정말 만약인데. 내 노트북 비밀번호가 오빠 출생 년 월 일 잊지 마?”
“그건 왜? 나보고 컴퓨터 하라고?”
“히히........ 만약이라고 했잖아.”
“무슨 말이야?”
“히히........”
녀석은 그냥 웃기만 한다.
“노트북에 뭐 일기라도 썼어? 오빠 나쁘다고?”
“으으......... 날 어떻게 보고 내가 오빨 얼마나 좋아 하는데........쳇!”
“농담이야 농담.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나?”
“내가 전에 말했지? 우리 새 엄마 아주 나뿐 여자라고?”
“응! 그건 왜?”
“그 말도 잊지 마.”
“녀석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고 그래. 기분이 이상해지잖아.”
“알았어! 오빠! 우리 내일부터 구경이나 실컷 다니자!”
“그래! 그래!”
녀석의 말이 좀 이상하긴 했으나 난 그 말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처음으로 녀석과 난 제주도 구경에 나섰다.
제일 먼저 찾아간 것은 펜션에서 가까운 섶지코지였다.
멀리 일출봉이 바라보이는 바닷가 길이다. 영화. 드라마. 촬영을 많이 한 곳으로 유명한 장소였다.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것이 가장 좋은 관광자원인데........ 훼손이 많이 됐네.”
난 안타까운 모습들을 군데군데 보았다. 자연을 훼손하며 사람이 다니기 편하게 만든 길이며. 건축물. 또는 지저분한 쓰레기들. 광고물 등. 자연관광이 아니라 인공건축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음식점이라고 하나 있는데. 너무 비싸다. 노동자들 하루 일당과 맘먹는 한 끼 식사요금이었다. 녀석을 데리고 다음으로 간 곳은 오르기 힘든 일출봉이었다.
“헉헉....... 오빠! 힘들어. 나 손잡고 가.”
녀석이 정말 힘든 모양이다. 철인 같던 녀석이 갑자기 너무 힘들어 한다.
“오빠! 나 그만 올라갈래. 힘들어.”
녀석 때문에 일출봉에 오르는 것은 중도에 포기했다.
미로공원이란 곳에 가서는 각자 다른 길로 들어가 미로를 찾아 나오기로 했는데. 한 번 미로에 들어간 녀석이 두 시간이 막 넘어서 나왔다. 이마엔 땀이 방울방울. 맺혀있고. 옷은 흙까지 묻어 있었다. 어디에 쓰러져 있던 녀석처럼.
너무 녀석이 걱정되어 일찍 펜션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방 하나를 쓰는데. 녀석이 잠을 자면서 다른 때완 다르게 내 품에 안겨 잠을 잤다. 평소 전혀 안하던 버릇이다. 평소 같으면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나 뭐라나. 옆에 오기도 싫어한다. 녀석이 어디가 아픈 것이 틀림없다. 내일은 녀석을 데리고 병원을 한 번 가보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녀석 평소와 같이 팔팔했다. 아주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오빠! 오늘은 서귀포 쪽으로 가자!”
녀석이 어디서 구했는지 제주도 관광지도를 하나 들고 나보다 먼저 차에 올라탔다.
“여기서부터 쭉 훑어가자! 정방폭포. 천지연을 거쳐 용머리해안까지 한 바퀴 돌자!”
“알았어! 힘들 것을 대비해서 한라산은 마지막 날 올라가자.”
“응!”
녀석이 기분이 좋은 것 같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허나....... 녀석은 오전 10시가 지나면서부터 다시 힘들어하기 시작했다. 어떤 때는 걷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결국 점심을 먹고 녀석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제주도 여행 5일 내내 녀석은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아침에서 10시 까진 팔팔하다가도 곧 힘들어하고 금방 죽을 사람처럼 아파 보였다.
정말 녀석도 이상한 병에 걸린 모양이다.
제주도 구경은 녀석의 몸이 안 좋은 이유 때문에 제대로 구경도 못하고 곡수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할머니의 딸 명이 아주머니의 아들이 장가를 갔다.
마을 잔치가 있었다. 녀석은 잔치 집에서 잔심부름을 했고. 나 역시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빴다.
“요즘 누가 전통 혼례를 치른담. 번거롭기만 하지. 예식장에서 간단히 하면 될 걸.”
말 많은 사람들은 별의 별 트집을 다 잡는다.
벌써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도 많다. 술이 취하고 사람이 모이다 보면. 노름판은 자연스럽게 벌어진다.
“어이! 조경회사 사장!”
동네 청년들 중 잘난 척 하는 준태란 사람이 날 부른다. 나보다 다 3~4세 많은 사람들이 앉아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돈 많이 번다고 소문이 났던데? 한 판 붙지 그래?”
“전 손님을 맞아야 해서요.”
난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려 했다.
“이제 손님도 뜸 한 시간이니. 앉아서 놀라도 돼.”
눈치 없는 동네 아주머니가 날 생각한답시고 한말이 나를 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자! 자! 앉으라고.”
같이 앉아서 고스톱 치던 사람들이 내 팔을 붙들고 강제로 자리에 앉게 했다. 더 이상 거절하면 욕을 먹기 때문에 일어날 수가 없었다.
결국 난 처음으로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물론 고스톱에 대해선 잘 안다. 시골에서 겨울이면 친구들이 모여서 담배내기며. 술사기 등. 내기 고스톱을 친다.
처음이라서 그런가. 신기하게도 잘됐다.
“이런! 괜히 도신을 건드렸네. 또 쓰리고에 피박 맞았네.”
모두 너스레를 떨고 있지만. 그들 속은 울화가 치밀고 있었다. 조경 사업으로 돈을 좀 번다 하니 빼앗아 먹으려고 판에 끌어 들였는데. 오히려 주머니를 털리고 있었던 것이다.
큰돈은 아니지만 시골에서 몇 만원이면 적은 돈도 아니다.
“점에 1000으로 올리지?”
그들은 도박판을 더욱 크게 만들려고 했다. 그래야 잃은 본전을 찾을 수 있다고 본 모양이다
허나........ 그들 생각은 무참히 깨졌다.
“오빠!”
녀석이 토끼눈을 뜨고 날 노려본다.
“아! 알았어! 그만 일어날게.”
난 얼른 일어나려고 했다.
“돈은 다 다고 어딜 가?”
그들은 날 못 가게 붙잡았다.
“오빠! 딴 돈 다 드리고 일어나!”
녀석이 그들이 날 붙들자. 울먹거리며 말했다.
“아! 이거 실례할게요.”
난 그들을 뿌리치고 일어났다.
“쬐끄만 계집애가 어딜 와서 까불어?”
준태가 벌떡 일어나 녀석을 확 밀었다. 녀석은 뒤로 벌렁 나가자빠졌다.
“으앙........”
녀석의 울음이 터졌다. 많이 아픈 모양이다.
“이 자식이!”
화가 난 내 주먹이 인정사정없이 준태 턱을 강타했다.
컥........
준태가 바닥에 꼬꾸라졌다.
“이 새끼가!”
준태와 같이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달려들어 날 때리기 시작했다.
“오빠 때리지 마!”
녀석이 울며 내 몸을 감싸 안고 엎드렸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들며 싸움을 말렸다. 나를 대신해서 얻어맞은 녀석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지현아! 지현아!”
난 급히 녀석을 안고 차로 달려갔다.
“오빠! 우리 처음 만났던 그 팝콘나무........”
녀석은 나에게 겨우 그 말 한마디 남기고 정신을 잃었다.
녀석이 너무 위급한 상태였기 때문에 급히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양평 병원 응급실로 녀석을 데리고 간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난 의사와 간호사를 붙들고 사정을 했다.
“죽을 정도는 아니니 걱정 마세요.”
녀석 상태를 살핀 의사는 나를 안심시켰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난 의사 말을 듣고 조금은 안심이 됐다.
일단 녀석을 응급실 침대에 눕히고 난 차량 주차를 위해 급히 밖으로 나왔다.
“.........!?”
나오다가 어느 아주머니랑 마주쳤는데. 그 아주머니가 날 보는 시선이 몹시 적의에 차있었다. 난 그 아주머니를 힐끗 보고 나완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며. 바로 차에 올라탔다. 난 조금은 급한 마음이 갈아 앉았다. 무엇보다 녀석이 죽을 정도는 아니라 하니 안심을 하고 침착하게 안전한 곳에 주차를 하려는 생각이었다.
“성 기정씨?”
누군가 내가 주차를 마치고 나오길 기다렸다는 듯 내 앞을 가로막았다.
“네? 무슨 일이십니까?”
“경찰입니다. 당신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협의로 긴급체포합니다.”
경찰이었다. 바로 준태가 고소를 한 것이다. 나에게 맞은 것 보다 준태 친구들이 무차별 공격을 하면서 준태도 많이 다친 모양이었다.
“잠시만 요. 환자가 있어서........”
“연행해!”
경찰들은 내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전후사정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작정 내 손에 수갑부터 채웠다. 지역사회라 그 지역이 고향인 준태 말이 우선이었다. 난 녀석의 상태를 살펴야 하기에 사정을 했지만 결국 파출소로 끌려가고 말았다. 경찰들에게 끌려가면서 내 휴대폰은 분실됐다. 어디로 떨어졌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파출소에서도 내 의견 따위는 무시됐다. 자기들 마음대로 조서를 꾸며 경찰서로 넘겨졌다.
양평경찰서로 옮겨지면서 바로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하루 3끼 밥만 줄 뿐........ 어떤 말도. 조사도 없이. 3일을 지내야했다.
그리고 4일째 되는 날 아침.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 했으니 나가도 좋다.”
경찰은 인심 쓰듯 날 풀어줬다. 난 몹시 억울했다. 피해자는 난데. 왜 내가 피의자로 돼야 하는지 그게 억울했다.
“지랄! 내가 왜 피의자냐? 녀석 말 대로 사법고시나 봐서 검사나 될 걸 그랬다.”
난 경찰서를 나오며 정말 화가나 미칠 것 같았다.
화는 나지만 우선 녀석이 걱정되어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가 병원에 도착을 했을 때. 마침 지난번 녀석을 응급실에 맡길 때 있던 그 의사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 하시죠?”
“누구?”
“4일전 응급실로 여자아이 하나 데리고 왔던.......”
“아! 정말 안됐습니다. 그렇게 될 줄 몰랐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 아직 소식을 모르십니까? 어디 갔다가?”
“전 경찰서에 갇혀 있었습니다. 만?”
“아! 네. 그때 데리고 왔던 그 아이와 어떤 사이신지?”
“제가 오빠입니다.”
“그렇다면 더 이상하군요. 이상해요........!”
“네?”
“분명 그 아이를 제가 진찰했을 땐. 죽을 정도는 아니었는데.........그렇게 죽을 줄은........ 안타깝습니다.”
“네? 죽다니요? 우리 지현이가 죽어요?”
난 무척 놀라고 있었다. 의사가 뭔가 잘못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네! 전 바로 다른 의사와 교대를 했는데........ 그날 바로 죽었다는군요. 그 아이 어머니가 바로 화장을 해서 뿌렸다고 하던데........ 오빠라면서 아직 모르십니까?”
“그 아이 엄마? 엄마........! 그렇다면 그때 내가 병원에서 마주친 그 아주머니가.........!”
난 이제야 그 아주머니가 왜 내게 적개심을 보이나 했다. 그 아주머니가 바로 녀석이 가장 무서워하는 새엄마란 생각이 들었다.
난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천지가 노랗게 보이며 몸을 휘청거렸다.
털썩.
난 병원 화단 앞의 돌 위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뭔가 잘못된 거야. 그럴 리가 없어. 절대........”
난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 정신을 겨우 수습한 나는 병원 주차장으로 갔다. 내가 차를 세워둔 것이 생각이 났던 것이다.
“........!?”
없었다. 분명 내가 주차를 했는데. 내 트럭이 보이지 않았다.
“장기 주차를 했다고 견인조치를 했나보다.”
난 그렇게 생각하며 버스를 타기위해 큰 길로 나섰다. 큰길가에 핸드폰 가계가 보여 그 곳에 들어갔다. 잃어버린 핸드폰 때문에 다시 핸드폰을 하나 구입하려는 생각이었다. 다행히 내 주머니엔 돈이 있었다.
“먼저 번 핸드폰을 잃어버렸거든요. 다시 사야하는데........”
난 핸드폰 가계 아가씨에게 말했다.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아가씨가 내가 갖고 있던 핸드폰 번호를 묻는다. 난 내 번호를 가르쳐줬다.
“그거 해지된 번호네요.”
아가씨의 말은 날 다시 충격에 빠뜨렸다.
“무슨 말이에요?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해지를 시키지 않았는데? 누가 해지를 시킬 수 있어요?”
“글쎄요........ 저도 모르죠. 아무튼 해지가 됐네요. 새로 가입을 해야겠어요.”
“그럼 이 번호는 어때요?”
난 녀석의 핸드폰 번호를 댔다. 그 번호도 내 이름으로 만든 것이기에 내가 아니면 해지를 시킬 수 없다.
“이상하네요. 그 번호도 해지가 됐어요.”
아가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허! 참! 무슨 이런 일이.......!”
난 기막혀 할 말을 잃었다.
“새로 하나 가입하세요. 핸드폰을 최신형으로 무료로 드릴게요. 네?”
아가씨가 애교를 부린다. 난 무심코 고개를 끄떡거렸다. 우선 핸드폰이 있어야 하기에 앞 뒤 가리지 않았다.
“주민등록증을 주세요.”
아가씨는 내 주민등록증을 받아 복사를 하고 내 사인을 받는 등. 알 수 없는 서류를 몇 장 더 만들고 난 후 내게 핸드폰을 하나 줬다. 새로이 번호도 부여받았다.
그렇게 해서 내 핸드폰 번호도 바뀌고 말았다.
핸드폰을 들고 곡수리 집으로 달려간 나는 나의 한 가닥 믿음마저 무참히 사라져가는 비통함을 맛보고 말았다.
“에구! 경찰서에서 오는 길이야?”
이웃집 아주머니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날 보며 물었다.
“네! 어떻게 된 거에요? 우리 지현이?”
난 내가 들은 이야기가 제발 거짓말이기를 바라며 물었다.
“몰라! 갑자기 죽었다는 말을 듣고. 우리도 너무 놀랐어. 어쩌다가 그런 일이.......”
“정말 죽은 건가요? 정말 죽었어요?”
난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니 그 준태 녀석도 그 고물 트럭 하나를 받고. 얼른 합의를 봐주고 도망친 것이야.”
“네? 도망을 쳐요? 그리고 그 고물 트럭이라면? 제 트럭을 준태를 줬나요? 누가?”
“여기 가만있으면 자네가 준태를 가만 놔두겠어? 동생을 죽인 원순데? 총각 차는 애초부터 여기 리장님 앞으로 샀다며? 보험료 때문에? 자네는 경찰서에서 꺼내줘야 하는데 준태 합의서가 필요하다고.”
“네! 전 초보라 보험을 들으려면 어렵거든요. 보험회사들이 모두 다른 곳에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돈도 많이 달라하고. 해서 리장님 명의로 산 건데.........”
“준태가 합의 조건으로 그 자동차를 요구했어. 끌고 가려는 생각으로.”
준태는 그래서 날 고소했던 것을 취하 시키고 차를 끌고 도주를 한 것이었다.
“으으......... 죽일 놈!”
난 피가 나도록 이빨을 꽉 물었다. 눈에 보이면 정말 죽일 것이다.
“쯧....... 쯧.”
아주머니가 안됐다는 듯 혀를 차며 저 편으로 걸어갔다.
정신을 놓고 몇 시간을 그렇게 주저 앉아있던 나는 겨우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내 옷과 살림살이. 녀석의 옷과 물품을 비닐에 고이 싸서 한 곳에 보관해 놓고. 밖으로 나온 나는 방문을 못으로 단단히 박았다. 떠나려는 것이다. 녀석이 없는 이곳에 더 이상 머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어디 가려고?”
이웃집 아저씨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네! 제가 없는 동안 집을 좀 봐주세요. 부탁할게요.”
“그래! 마음이 정리되면 바로 돌아오게.”
“감사합니다.”
난 이웃집 아저씨에게 인사를 하고 버스를 타기 위해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삼거리 검문소의 경찰들이 보였다.
“개새끼들!”
난 아무 죄도 없는 전경들을 향해 욕을 했다. 듣지 못했는지 반응이 없다.
“저런 것들 꼴 보기 싫어서라도 녀석 말 대로 사법고시나 볼걸.”
난 두 눈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경찰서에 갇혀 있지만 않았어도 녀석이 죽는 일은 없었을 것 같았다. 보이는 경찰들에게 원한이 가득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까. 내 손엔 대규가 가짜 법대생 노릇 하라고 준 책 두 권이 들려있었다.
난 그렇게 곡수리를 눈물을 흘리며 떠났다.

아버지가 늘 노름만 하시며 돈을 잃기만 하셨는데....... 딱 한 번 돈을 왕창 따가지고 오신 때가 있었다. 그 돈으로 아버지는 서울에 땅을 구입했다. 내 이름으로 구입한 그 땅은 내 유일한 보물단지였다. 장안평과 전농동 사이에 있는 답십리 뒤로 있는 산. 전농동 쪽은 이미 모두 개발되어 건축물로 가득 했지만 장안동 방향 답십리동 뒤로는 아직 비탈진 숲이 남아 있었다. 모두 아카시아 나무 밭이다. 그 아카시아 나무 밭 한 쪽이 바로 내 보물단지였다. 불과 52평  뿐이지만. 아버지가 유일하게 돈을 따서 구입한 땅이다. 거기 앉아 있으면 장안동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아카시아 꽃이 필 때면. 근처 연인들의 단골 데이트 장소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나와 첫 가출을 시도했던 안 치혁. 그 친구에게 했다. 그 친구가 내년에 아카시아 꽃 피면 그 곳으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 친구 부모님을 따라 돌아간 것인데........
그해. 아카시아 꽃이 활짝 피던 그 해........
난 그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했다.
녀석이 남긴 딱 한마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오빠와 내가 만났던 그 팝콘나무.......”
바로 녀석이 병원으로 실려 가며 남긴 말이다.
“혹시 녀석이 나와 그 곳에서 만나자고 한 것인가?”
난 아직 녀석이 죽었다고 믿지 않았다. 해서 난 친구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고 바로 오원이란 동네 다리 아래에 텐트를 치고. 강가 둑에 있는 몇 그루 아카시아 나무 아래 앉아서 매일 녀석을 기다렸다. 내 손엔 책이 항상 들려 있었는데....... 녀석을 기다리며 읽을 책이었다. 바로 법학 관련 책이다.
한자를 잘 몰라. 항상 한자 옥편도 같이 들고 한자를 모르면 옥편을 찾아보며 읽고 쓰고 그랬다.
아카시아 꽃이 피면 보통 15일은 지나야 완전히 지는데. 난 그렇게....... 녀석을 아카시아 꽃이 다 지고 없을 때까지 그 곳에서 녀석을 기다렸다.

그 다음해도. 난 역시 아카시아 꽃이 피면 항상 그 자리에서 녀석을 기다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 다음 해도. 그리고 그 다음해도........
녀석이 떠난 지 4년 째........ 답십리 아카시아 밭 내 보물단지에는 아담한 주택이 하나 지어졌다. 큰길에서 약 20미터 들어오는 좁은 도로 끝에 내 보금자리가 하나 만들어졌다. 그 사이 아버지는 내 예상대로 부부도박단이 되어 돌아다니시다가. 하필이면. 내가 보금자리를 다 만들고 아버지에게 자랑을 하려고 할 때. 불의 사고로 돌아가시고 말았다.
파릇파릇한 봄이 오던 그해. 난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고. 올라오는 길에. 우연인가. 자동차 바퀴가 펑크가 났다. 바로 오원이란 마을에서.
조그만 카센터로 차를 몰고 간 나는 정비사가 펑크를 때우는 동안 말을 걸고 있었다.
“혹시 이 동네 분이세요?”
“그럼요. 여기서 나고 여기서 자랐는데요.”
“그럼.......! 혹시 강 지현이라고 아세요? 이제 17살 정도 됐을 텐데?”
“혹시 새엄마 손에 쫓겨났던 그 아이를 말씀 하시나요?”
정비사는 녀석을 알고 있었다.
“네! 아세요?”
난 녀석 소식을 듣는 것 하나로도 무척 마음이 설레고 있었다.
“잘 알죠. 그 애 아빠하고 같이 학교 다녔는데.”
“아 그러시군요. 지금 그 아이는 어떻게 됐는지 아시나요?”
“어떻게 되다니요? 그 아이 집을 나간 지 벌써 5년은 된 것 같은데........ 그 후 나도 소식을 모른다오. 그 아이 아빠는 그 독한 새 마누라와 다시 헤어져. 누님에게 같지 아마.”
“네? 누님이시라면?”
“아 그 지현이 이모가 있어요. 나한테 먼 친척으로 누님이 되시는데. 지금 호주에 사시거든요. 아마........ 지현이 집 나가고 한 1년 됐었나........! 그 때 쯤 일겁니다. 누님이 오셔서 데리고 간 것으로 압니다. 그 독한 마누라와도 그 때 헤어졌고요. 재산은 몽땅 그 여자가 가로 챘지요 아마........! 헌데........? 그 아이는 어떻게 아세요?”
“저도 언젠가 이 동네 왔다가 알게 된 아이입니다.”
난 사실대로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지고 이야기도 길어질 것 같아서 대충 둘러대고 말았다.
차 펑크를 고쳐 타고 올라오는 난 무척 기대감에 차 있었다.
우선 녀석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서 혹시 살아 있을 지로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또 하나는 녀석 아버지가 그 무섭다는 후처의 손에서 벗어났다는 것에 안심이 됐다.
조금 더 내려오니. 녀석과 함께 라면을 먹던 그 다리가 보였다. 강가에 아카시아 나무엔 꽃망울이 하나 둘 맺히기 시작했다.
난 다리 아래로 차를 몰아 그 곳에 텐트를 치고. 다시 녀석을 기다리기로 했다.
하루. 이틀........
날짜는 계속 가고. 아카시아 꽃은 만발하여 그윽한 향기를 내 텐트 속까지 가득 채웠다.
허나....... 그해도. 녀석은 결코 나타나지 않았다.
난 다시 눈물을 흘리며 지는 아카시아 꽃을 원망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도. 또 다음해도. 난 같은 모습으로 아카시아 꽃이 피면 그 자리에서 녀석을 눈물로 기다렸다.
녀석이 내 곁을 떠난 지 7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아카시아 꽃은 올해도 나뭇가지 가득 팝콘을 매달은 모습으로 더욱 향기로운 향기를 담고 나를 반기고 있었다.
난 다리 아래 텐트를 치고 매일 아카시아 꽃 아래 앉아 녀석을 기다렸다.
다른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내 손에 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신 내 손엔 통기타가 하나 들려 있었다.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녀석을 그리는 노래다.

네가 마귀할멈이라도 난 좋아.
네가 애늙은이라도 난 좋아.
네가 없는 세상은 너무 어두워.
넌 나의 천사라는 걸 늦게 알았어.

매일 여기서 울면 네가 올까?
당장 오빠! 하며 나타날까.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데.
넌 어디 있니? 어디에 있어?

매일 노래를 만들며 녀석을 눈물로 기다리는데. 지나가던 자동차 하나가 멈추더니 사람이 내려 내게 걸어오고 있었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 성 사장이었군요.”
조경공사를 시작하고 첫 고객으로 아치형 탑과 함께 정원 공사를 해 줬던 고객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이네요?”
난 반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네! 반갑군요. 여기서 뭘 하십니까? 요즘 바쁘시다는 이야길 들었는데?”
“네? 바쁘다니요? 누가?”
“아! 왜이러십니까? 소문이 자자하던데. 경기도 강원도 일대는 꽉 잡으셨다고. 이젠 전국구로 뛰신다면서요? 여기도 공사 때문에 오셨습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도통 저는.........”
난 도무지 이 고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응? 무슨 말씀을? 정원조경이 강원도와 경기도는 물론 전국적으로 유명하다는 것은 다 아는데. 인터넷에서도 아주 유명한데. 왜 시치미를 떼시나?”
그는 나를 오히려 이상한 눈으로 봤다. 난 그 고객의 말을 듣고 대충 알 것 같았다. 누군가 우리 정원조경 간판을 걸고 공사를 하는 모양이다.
“아! 전 그 일에서 벌써 7년 전에 손을 뗐습니다. 누군가 간판만 같은 걸로 걸고 사업을 하는 모양입니다.”
난 내 말이 맞을 것이라 확신을 하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요? 인터넷 홈페이지도 그대로고. 사무실 주소도 그대로고. 사장이 성박이라던데?”
그의 말을 듣고 난 엄청난 충격과 환희를 느꼈다. 정말 녀석이 살아있는 걸까. 녀석이 그 자리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걸까? 난 무척 흥분됐다.
“정말입니까?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정말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스마트폰 있으시면 한 번 검색 해보시죠. 바로 뜨던데........”
“아! 그래요?”
난 얼른 핸드폰을 꺼내들고 검색을 시작했다.
아름다운 조경을 원하세요? 아름다운 정원을 갖고 싶으세요? 그럼 정원조경으로 오세요. 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사업장 주소가 드는데....... 녀석과 같이 지내던 그 할머니 집 주소였다. 아니 이젠 그 녀석 이름으로 된 집이었다. 난 급히 홈페이지에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정원조경입니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굵은 남자 목소리다.
“전화 받는 분이 사장님이십니까?”
내가 혹시나 해서 물었다.
“사장님은 지금 출장 중이십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굵직한 목소리지만 무척 친절했다.
“혹시 사장님 성함을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난 공손히 물었다.
“정 현 사장님 말씀이십니까?”
전화를 받는 남자는 내게 말했다. 사장 이름이 정 현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난 기대감이 무너지는 허탈함에 대충 인사를 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
나에게 이야기를 전해 준 고객이 날 빤히 바라본다.  자기 말이 맞지 않느냐고 묻는 표정인데. 난 고개만 흔들었다.
“아! 아니었군요? 언제 올라가시겠습니까? 전 지금 올라가는 중입니다 만?”
“네! 먼저 가십시오. 전 천천히 가렵니다.”
난 그 사람을 보냈다. 그리고 며칠은 더 아카시아 나무 아래 앉아 녀석을 위한 노래를 만들며 눈물로 녀석을 기다렸다.
아카시아 꽃은 다 지는데 녀석은 올해도 나타나지 않았다.




  추천하기   목록보기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
사랑합니다 여러분!광고물이나 음란물. 또는 욕설등은 바로 삭제 또는 고발 조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