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인사를 나누세요김범영 출판소설 소개

 로그인  회원가입

김범영의 아카시아꽃피면 제3회 악마의 냄새
유리넷  2015-11-08 11:06:26, 조회 : 166, 추천 : 22

    김 범 영 문학소설.
                            아카시아 꽃피면.


                   제3회 악마의 냄새.

다시 한 달이 지나갔다.
그 한 달 동안. 우리 집은 새롭게 단장을 했다.
집 현관에 간판도 달았다.
정 현 조 경.
방도 한 칸 더 만들었다. 녀석 생각이다. 잠잘 곳 없는 일꾼들을 쓰려면 방이 하나 더 있어야 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간판 글씨부터 색깔까지 녀석이 다 체크했다.
간판을 달고 그 다음날부터 난 조경업자한테서 해고를 당했다.
“호랑이새끼를 키웠네.”
그 조경업자가 날 해고 시키며  그렇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30만원을 주고 1톤 트럭도 하나 구입했다. 다행히도 내겐 면허증이 있었다. 녀석의 성화에 못 이겨 일이 없는 날 학원을 다니며 두 달 전에 2종 면허증을 획득했다.
“1종은 따지 마.”
“왜? 1종이 더 좋잖아?”
“1종을 따면 나중에 궁해지면 택시기사나 다른 기사로 취직을 해야 하잖아. 그건 싫어.”
“왜?”
“오빠가 밤에 안 들어오면 싫단 말이야.”
그 것이 녀석이 나에게 2종 면허증을 따도록 종용한 이유였다.
녀석은 우리가 쓰던 방을 난 할머니가 쓰던 방을 사용했다.
“벽에 문을 하나 뚫어.”
“왜?”
“밤에 혼자 자는 건 무섭단 말이야. 문 열어 놓고 얼굴이라도 보고 자야지.”
녀석의 성화에 녀석이 잠자는 방과 내가 잠자는 방 사이 벽에 작은 문을 하나 냈다.
잠자리에 누워서 서로 얼굴을 볼 수 있게 만든 문이었다.
“쳇! 이게 무슨 방을 따로 쓰는 거냐?”
내가 불평을 털어 놓으면. 녀석은 한마디도 지지 않는다.
“따로 쓰는 것 맞잖아? 옷 갈아입을 땐 문 닫으면 되지 뭘 그래?”
가끔 녀석이 능글맞아 보인다.
간판은 나의 이름 끝 자와 녀석의 이름 끝 자를 따서 정현조경이라 이름 지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녀석이 직접 홈페이지도 만들어 인터넷에 광고를 시작했다. 그 결과 간판을 달고 홈페이지를 오픈 한 지 꼭 3일 만에 첫 고객이 문의를 해왔다. 고객이 견적을 요구하는 장소는 강원도 땅이다.  양동에서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간 시골 마을이다. 강가에 휴양시설을 지어놓고 정원을 꾸미려는 것이다.
“첫 손님이니깐 잘해! 사업은 이미지가 중요한 거야. 머리를 써서 예술품으로 만들어. 돈보단 이미지가 중요하니깐.”
시어머니 같은 마귀할멈 녀석이 견적을 넣으러 가는 날 아침부터 잔소리가 심했다.
“알았어!”
난 정말 이상하게 변했다. 녀석의 잔소리가 정말 너무 좋았다. 잔소리를 듣지 않으면 뭔가 허전했다. 이상한 병에 걸렸다.
작지만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을 따라 꼬불꼬불 한참을 내려가니 시골 학교도 있고 제법 큰 마을이 나왔다.
판대.
마을 이름이다. 그 마을에서 조금 더 내려가니 높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 싼 계곡으로 휴양주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었다.
내가 견적을 넣으러 간 곳은 그중 가운데 정도에 위치한 제법 규모가 큰 건물이었다.
“제주도 가 보셨나?”
주인은 나이가 거의 60은 돼 보였다. 나를 만나자마자 그런 질문을 먼저 했다.
“아뇨. 아직 안 가봤는데요.”
“그래요? 그럼 사진을 보여 드리지.”
주인은 자신들이 제주도 여행을 갔던 사진을 꺼내 그중 하나를 내게 보여줬다.
“그 사진이 제주에 있는 우리 천주교 성지인데 아치 형식으로 돌을 쌓은 문 보이지요? 우리 정원에 그런 문을 화단으로 통하는 곳에 만들고 싶은데 가능하실까?”
주인이 준 사진을 보니 타원형으로 아치를 만든 돌탑이었다.
“뭐 나무와 꽃이야 생각해서 자리를 찾아 심으면 그만이지만. 난 특별한 정원을 만들고 싶네. 가능하면 부탁드림세.”
주인이 다시 말했다.
“네! 가능합니다.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난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직 한 번도 만들어보지 못한 건축물이지만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었다.
“그거 이쪽과 이쪽으로 두 개만 만들어 주시고. 아! 크기는 일정하지 않는 게 좋겠소. 그래야 자연스러우니까. 여긴 작은 연못 하나를 만들고. 흔한 물레방아 연출 보다는 돌 사이에서 물이 나오는 방법을 한 번 연구해 보는 것이 어떻소?”
주인이 여기 저기 정원을 돌아다니며 자기 구상을 이야기했다.
“네! 연못은 8자 형식으로 하나는 좀 크고 하나는 좀 작게 만들면 자연스러울 것 같고요. 한 쪽에서 물이 나오는 것 보단 가운데서 이렇게 큰 바위를 연출하고 그 틈새에서 물이 떨어지면 자연스러울 것 같네요.”
난 나의 생각을 주인에게 전했다.
“오! 젊은 사람이 예술적 재능이 있으시네. 좋아요. 한 번 같이 연구해서 멋진 정원 한 번 꾸며 보도록 합시다. 공사비 지불은 어떤 방식이 좋으실까? 일당으로도 좋고. 아님 얼마 하고 딱 잘라 받으셔도 좋고.”
주인은 내가 무척 맘에 드는 모양이다. 난 공사비 계산을 하느라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너무 싸게 해주려고 하다간 실패작이 나와. 너무 비싸게 견적을 넣으면 맡기지도 않을 테고. 그래서 견적이 어려운 거야.”
마귀할멈 녀석의 잔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정말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고민이었다.
“이렇게 합시다. 일을 하다보면 자꾸 손 볼 때가 생기고. 만들고 싶은 것도 생기고. 만들다 보면 뜯어 고치고 싶을 때도 있고. 그렇다고 맘에 들지 않는데 그냥 지나치기도 그렇고. 허니....... 일당제로 합시다. 대신 일당은 후하게 치고. 사장 인건비는 기술자 인건비의 두 배로 받고. 응?”
주인이 내건 조건은 좋은 조건이다. 처음이라 견적을 넣기도 힘든데. 절대 손해 볼 염려도 없고. 작품을 만드는데 시간에 쫒길 염려도 없으니....... 한 번 멋진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해서 그렇게 주인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대충 얼마나 걸릴 것 갔소?”
주인이 공사 기간을 묻는 말이다.
“15일 정도면 가능 할 것 같네요.”
“그럽시다. 뭐 바쁜 건 없지만. 친구들이 놀러 온다고 성화니....... 아마 한글날엔 몰려들 올 겁니다. 그 전에만 마무리 되면 좋겠소만?”
주인은 시간이 넉넉한 것으로 말했지만 사실 한글날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벌써 무덥던 여름은 지나가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9월 달도 10여일 남겨두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람부터 구해야 했다. 조경업자 일이 없을 땐 대규가 도와준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력공사에 의존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아카시아 꽃피던 5월 말경 마귀할멈을 만났으니 벌써 마귀할멈과 내가 이곳에 정착한 지 4개월이 되었다.
첫 공사를 맡은 기쁨으로 즐겁게 집으로 돌아오니. 마귀할멈 녀석도 기뿐 소식을 들고 왔다.
“왜?”
녀석이 생글생글 웃고 있어서 내가 물었다.
“오빠가 첫 공사 맡은 것 축하해 주는 의미에서 내가 먼저 번 기말고사 성적을 공개 하겠어.”
“뭐? 그게 언제 쩍 이야긴데 이제 해.”
“사실 나........ 전교 1등 했다. 뭐 그러려고 양평중학교에 들어간 거였지만.”
“오! 축하해! 헌데? 그러려고 양평중학교에 들어갔다는 것은 무슨 뜻이야?”
“사실은.........”
녀석은 말을 꺼내려다 머뭇거린다.
“뭔데? 빨리 말 안 해? 얼른 해.”
난 녀석 옆구리를 꼬집으며 독촉했다.
“사실은 말이야. 그 무서운 새엄마 아들이 올해 양평중학교에 들어갔다고 들어서. 아! 뭐. 그 얘 보고 싶어서는 아니고....... 매일 자기 아들 자랑을 해서. 공부도 늘 1등을 하고. 생기기도 잘생기고 착하고. 하면서........”
“해서?”
“내가 그 여자 아들보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흑........”
녀석이 갑자기 내 품에 안기며 울기 시작한다. 난 잠시 녀석을 그냥 포근히 안아 주기만 했다. 뭐라 녀석을 위로해야 하는데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오빠한테 미안해.”
잠시 울던 녀석은 얼른 눈물을 손으로 대충 닦으며 나에게 미안하단다.
“뭐가? 네가 뭐가 미안해?”
“오빠한테 미리 이야기 못해서....... 그리고 어쩌면....... 어쩌면........”
“뭔데?”
“내가 자기 아들을 이겨서........ 내 위치가 그 여자한테 발각될지도 몰라.”
“그게 뭐 어때?”
“어쩌면 날 다른 곳으로 쫓으려고 하지 않을까? 아님 찾아와서 못살게 하지 않을까? 아무튼 어떤 방법이든 다 동원해서. 내가 자기 아들과 같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막을 거야.”
“음.......! 그럼. 학교를 옮기자? 그럼 너도 덜 힘들고. 네 새엄마도 널 괴롭히지 않을 테니까.”
“아니야. 이미 늦었어. 여길 뜨기 전엔 안 돼. 이미 학교에 내 거주지가 기록돼 있는데. 찾아오려면 못 찾겠어?”
“그럼! 서울로 갈까?”
“안 돼. 여긴 오빠가 사업을 하기엔 가장 좋은 자리란 말이야. 여기서 돈을 벌어. 서울에 집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을 때까지  열심히 일이나 하셔. 괜히 내 걱정을 하는 척 하며 이사 갈 궁리 하지 말고? 알았지?”
녀석이 다시 표정이 밝아졌다. 나에게 시무룩한 표정 보이기 싫어서 억지로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이다.
“알았다! 헌데? 그 새엄마 아들 정말 잘생겼어? 네가 반할 정도로? 너! 오빠보다 그 녀석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난 녀석 마음 풀어주려고 장난을 쳤다.
“잘생기긴....... 밥맛이야. 애들도 다 그 녀석 안 좋아해. 그 여자를 닮아서 자기 잘난 척을 많이 하거든. 어떻게 닮아도 눈. 코. 귀. 표정까지 똑같아. 재수 없게.”
녀석은 새엄마에게 한이 많았다. 얼마나 못되게 굴었으면 이렇게 착한 녀석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을까. 내가 직접 그 여자를 한 번 보고 싶어 졌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여자일까 하는 생각에서.
“그럼? 그 녀석이 2등 했니?”
“히히....... 잘난 척 하다가 큰 코 다쳤지. 나 말고 여자들 2명한테 더 떨어졌어. 녀석은 4등. 자기 반에서도 2등이야.”
“3반까지 있다며?”
“응! 난 1반. 지영인 3반. 영혜는 2반 그 녀석도 2반. 영혜가 2등 했는데. 나보다 종합점수에서 26점 뒤지고. 그 녀석은 영혜보다도 14점 모자라. 히히........”
녀석은 생각만 해도 흐뭇한 모양이다. 이럴 땐 영락없는 어린애다. 애늙은이도 마귀할멈도 이럴 땐 녀석과 관계가 없는 듯 보인다.
“아무튼 축하해! 장한 내 동생 1등을 축하한다!”
난 두 팔을 벌렸다.
“히....... 알았어!”
녀석은 내 뜻을 알고 얼른 달려와 내 품에 안겼다. 녀석이 두 팔로 내 허리를 힘껏 안는다. 제법 녀석 힘이 강해졌다.
“오빠도 축하해! 사업 잘 될 거야. 우리 얼른 돈 많이 벌어서 서울로 진출하자? 땅을 사서 집을 짓거나. 집을 살 수 있을 때가진 절대 안 돼 알았지? 여기서 꼭 돈 벌어서?”
“알았어! 오빠가 약속할게. 너도 꼭 대학까지 보내주고.”
난 정말 그렇게 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고마워! 난 오빠가 없으면 이젠 못 살아. 오빠도 그렇지?”
“그걸 말이라고? 나도 이젠 너 없으면 못 살아. 그러니 우리 이젠....... 계속 같이 살자.”
“계속? 그 말 정말이지?”
“그럼! 그럼! 정말이지.”
“지금 그 말 잊지 마. 그리고 꼭 지켜.”
“암! 꼭 지킬게.”
나와 녀석은 서로 꼭 안고 서서 한참을 떨어질 줄 몰랐다.

몸이 아프다고 서울로 갔던 민혁이 내가 사람이 필요하다고 전화를 하자 얼른 내려왔다.
“이야! 민혁 오빠!”
마귀할멈 녀석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민혁을 발견하고 쪼르르 뛰어가 민혁이 품에 안긴다. 민혁과 난 내일부터 작업에 들어갈 재료를 구입해서 차에 실어 놓고 있었다. 당연히 나도 옆에 있었는데 녀석이 민혁이만 반갑다고 달려가 안기는 모습에 난 무척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오빠! 왜 이렇게 오랜만에 온 거야? 놀러 오고 그러지. 지현이 보고 싶지 않았어? 난 오빠 보고 싶었다.”
녀석이 민혁을 안고 애교를 부린다.
“그랬어? 몰랐네. 지현이 날 보고 싶어 하는 줄.”
“치.......! 이번엔 오래 있을 거지?”
“그래! 오래 있으마.”
“금방 올라가기만 해봐.”
“알았어! 오래 있을게.”
“자! 약속!”
녀석이 새끼손가락을 민혁에게 내민다. 민혁이 녀석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고 있었다.
녀석이 힐끗 나를 보며 눈을 찡끗 거린다. 젠장! 저러니 마귀할멈이지. 민혁이 저 녀석한테 꼼짝없이 잡혔잖아. 내가 사람이 없다는 걸 알고 녀석이 수작을 부린 거야. 민혁이 넘어간 것이고........ 난 녀석이 왜 민혁에게 쪼르르 달려가 안기며 아양을 떨었는지 이제야 알았다. 모두가 내 사업을 돕겠다는 녀석의 깊은 속내였다.
“내일부터 일할 준비는 다 됐어?”
녀석이 민혁이 품에서 벗어나며 나에게 물었다.
“그래! 다 준비했어.”
“이건 뭐야?”
녀석이 화물차 적재함에 있는 에폭시 본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건 에폭시 본드라는 것인데. 돌을 붙이는 본드야. 아치형 돌탑을 만드는데 시멘트를 넣으면 나중에 오래되고 비를 맞으면 시멘트 물이 흘러서 꼭 백화현상처럼 보기 싫단 말이야. 그래서 본드로 시공하려고.”
“해본 거야?”
“아니! 이번에 처음 시공해 보려고.”
“오! 오빠가 제법 멋있어 보이는데. 맞아 사업을 하려면 남이 안하던 방식을 접목시키는 것도 중요한 수단이고 포인트야. 제법인데.”
녀석이 내 옆구리를 주먹으로 툭 치며 말하는 꼴이 이건 애들인지 어른인지. 구분이 안가는 모습이다. 역시 마귀할멈이 맞다.
“하하.......”
녀석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민혁이 웃음을 터뜨렸다.
“남이 안하던 방식은 창조적이라 좋은데. 문제는 안전성이야. 공사는 항상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이 본드로 붙이면 안전하기는 한 거야?”
“하하하.........”
녀석의 한 술 더 뜨는 참견에 민혁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암! 안전하지 돌이 깨지면 깨졌지 떨어지지는 않아. 아주 단단하게 접착되거든.”
난 민혁이 웃든 말든 녀석에게 설명을 했다. 늘 있는 녀석의 참견이고. 난 그런 녀석이 좋았으니깐. 그런 녀석의 참견에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 재미로 산다고나 할까. 난 그렇게 이상한 병에 걸렸다.
“흠.......! 좋은 재료야! 좋은 재료를 쓸 때는 작업도 좋아야해. 접착되는 부분을 매끈하게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거야?”
“.........!?”
민혁이 웃음을 그치고 호기심 있게 내 얼굴을 바라본다. 둘 이야기가 신기한 모양이다.
“그라인더로 자르면 자연미가 없어서 해머드릴로 다듬어서 붙이려고.”
“그러면 면이 일정하지 않을 수도 있어. 내가 보기엔 가장자리는 오빠 생각대로 자연미를 살리기 위해 해머드릴로 다듬더라도 가운데 접착부분은 그라인더로 일정한 면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보는데? 그래야 본드로 붙여도 접착이 단단하게 될 것 아냐?”
“와! 지현이 너! 언제부터 그렇게 기술자가 된 거야?”
녀석의 참견을 듣고 있던 민혁이 놀라워했다.
“히....... 오빠가 하는 일인데. 내가 관심을 가져야지. 우리 오빠가 매일 일하고 들어오면 그건 이랬으면 좋았을 걸. 저랬으면 좋았을 걸. 하면서 수다를 떨거든. 그래서 주워들었지. 히히........”
“그랬냐?”
녀석의 말을 듣고 민혁이 나에게 묻는다. 난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렇다 해도 지현이 넌 천재다. 네가 예술적인 재능이 우리보다 뛰어나.”
민혁이 그냥 녀석을 치켜세우느라고 한 말인지. 정말 민혁이 보기엔 녀석이 그런 재능이 있는지. 모르지만 난 그런 것에 관심을 갖지 않고 무심코 흘려보냈다.
“오빤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잘 거야?”
녀석이 새로 만든 방을 힐끗 보며 묻는다.
“그래! 왜? 불편하냐?”
“아니! 불편하지 않으니깐 오래 있어?”
“알았다!”
“오빠! 난 저녁 준비할게.”
녀석이 날 보고 눈을 찡끗 하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허! 너보다 저 녀석이 더 어른 같아! 저거 애가 맞아?”
민혁이 내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작은 소리로 묻는다. 혹시나 부엌으로 들어간 녀석이 듣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모양이다.
“그래서 저 녀석 별명이 애늙은이고 마귀할멈이잖아.”
“뭐? 마귀할멈? 하하........”
민혁이 재미있다는 듯 웃는다.

다음날. 아침 일찍 녀석이 잠에서 깨기도 전에 서둘러 민혁과 나는 첫 고객의 정원을 꾸며주기 위해 일터로 향했다.
아직은 낮의 기온이 몹시 따갑기 때문에. 새벽에 일을 하는 것이 능률적이라고 녀석이 슬쩍 내게 일러줬다. 녀석은 참 모르는 게 없다.
나이도 어린 녀석이 어디서 들은 것은 많아서. 귀엽게도 옳은 말만 골라서 한다.
먼동이 트는 이른 아침이라 오가는 차량도 없는 시골 도로를 난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윙. 윙.
산골 작은 집 마당엔 일찍부터 말린 벼를 탈곡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아직도 옛날 발로 밟아서 탈곡을 하는 탈곡기는 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집이 아닌 서울에서 전원생활을 위해 내려와 집에서 먹을 것만 심어 탈곡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기계를 부르면 바쁘다는 핑계로 잘 오지 않고. 삯도 많이 줘야 하므로 옛날 탈곡기를 사서 발로 밟아 탈곡을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고 한다.
새벽부터 주인 혼자서 열심히 말린 벼를 탈곡하는 것을 보면 이 집도 전원생활을 위해 내려온 사람들 같았다.
긴 커브 길을 돌아 강가에 도착을 하니 낚시꾼들이 보인다. 견지낚시라 하던가. 물살이 센 곳을 골라 실타래 같은 것으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새벽부터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은 오늘이 휴일이란 뜻이다.
일요일.
우리 마귀할멈이 하루 종일 집에서 뭘 하고 놀까. 갑자기 난 녀석이 생각났다.
“일요일인줄 알았으면 녀석을 데려 오는 건데.”
내가 혼자 중얼거렸다.
“뭐? 지현이를? 그 애를 왜?”
민혁이 내 중얼거림을 듣고 내게 물었다.
“집에 혼자 있으면 심심할 건데. 여기 따라오면 물고기라도 잡으며 놀잖아.”
난 녀석이 걱정됐다. 할머니라도 있을 땐 같이 나물이라도 뜯으러 다녔는데. 할머니 돌아가신 후로는 녀석이 일요일이면 부쩍 외로워한다.
“그래서 어제 지현이가 나보고 족대를 사다 달라고 했나.......!”
“뭐? 민혁이 너보고 족대를?”
“그렇다니깐. 차에 실어놓고 아직 못 줬는데.......”
민혁이 거기까지 말을 했을 때다.
“으....... 시끄러워! 누가 내 말을 하지?”
우리가 앉은 의자 뒤에서 녀석 소리가 들렸다.
“엉! 너 거기 있었어?”
“히히....... 새벽에 여기 들어와서 잤지. 오빠랑 같이 가려고. 쳇! 난 오빠가 근처에만 있어도 냄새를 맡는데. 오빤 날 등 뒤에 두고도 모른다니....... 으으........”
녀석이 투덜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너도 자동차 기름 냄새와 매연 연기를 맡아 봐라! 다른 냄새가 맡아 지는지.”
“그걸 변명이라 해? 저래가지고 무슨 사업을 한다고. 사업하는 사람은 변명도 그럴싸하게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오빤 한참 배워야겠어.”
“알았다! 알았어! 운전 중엔 말시키면 안 된다며? 자기가 그렇게 말해놓고. 쳇!”
“아! 그랬지. 히히....... 어린애가 가끔 실수를 할 때도 있는 거야. 어른이 돼서 그것도 이해 못하냐? 오빠가 돼 가지고 동생이 실수 한 번 했다고. 쳇!”
“하하......... 기정이 네가 졌다. 하하........”
녀석의 능청에 민혁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
여름 휴가철이 지난 지 오래 됐는데. 일요일이면 강가에 텐트가 늘어서고 낚시와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이 있다.  

“안녕하십니까?”
현장에 도착을 한 나는 주인에게 인사를 하며 차에서 재료들을 내렸다.
“뭣부터 시작 하시려오?”
주인이 커피를 두 잔 타가지고 나와서. 나하고 민혁에게 주며 물었다.
“여기도 있는 데요.”
녀석이 주인에게 하는 말이다.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며.......
“허! 꼬마 일꾼이 있는 줄 몰랐네. 잠시 기다리려. 따끈한 음료수라도 가져올게.”
주인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주인은 금방 데운 우유를 한잔 들고 나와서 녀석에게 줬다.
“아이고 미안! 꼬마 손님이 너무 작아서 보이질 않았다오.”
주인도 넉살 좋게 농담을 했다.
“대신 제가 오늘 물고기 잡아서 나눠드릴게요.”
녀석이 차에서 족대를 내려 들고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오! 기대 되는데. 고마워요.”
주인은 미소를 지으며 녀석에게 눈을 찡끗 했다.
“우유 잘 마셨어요. 이따 점심도 줄 거죠?”
“암! 당연할 걸 물으시나?”
“헤......... 그럼 전 물고기 잡으러. 슝.......”
녀석이 주인에게 인사를 꾸뻑 하고는 물가로 달려 나갔다.
“저런! 아직 추울 텐데........ 해라도 뜨면 물에 들어가지.”
주인이 녀석 등 뒤에 대고 안쓰러운 듯 중얼거린다.
“잰 철인이에요.”
민혁이 걱정 말라는 투로 말했다.
“오늘은 우선 아치형 돌탑을 만들 받침부터 제작해서 세우려고요. 내일부터 좀 시끄러울 겁니다. 그라인더와 해머드릴을 써야 하니까요.”
내가 아까 주인이 질문한 대답을 이제 했다.
“괜찮아요. 내일은 나도 볼일이 있어서 서울 갔다가 3일 후에나 옵니다. 집도 부탁합니다. 여긴 도둑이 없는 마을이라 누가 뭐 훔쳐가진 않지만 가끔 불량 청소년들이 집에 들어와서 술과 담배를 하고 쓰레기를 버려서 그게 좀........”
주인은 그런 일을 한 번쯤 당해본 모양이다.
“네.......! 문단속 잘하고 퇴근할게요.”
난 대답을 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우선 합판을 돌탑 넓이가 되는 60cm로 잘라 둥글게 휘어 아래 철로 단단히 받쳤다. 그래야 그 위에 돌이 올라가 본드가 굳을 때까지 버텨주기 때문이다. 또한 아래 양쪽에 기초를 50cm 깊이로 파고 콘크리트를 넣고 철근을 몇 개 세웠다. 기초가 튼튼해야 돌탑이 오래 견디기 때문이다. 하나는 아치형 돌탑 문 넓이를 4m로 하나는 3m로 해서 크기가 다르게 만들기로 했다. 하나는 들어가는 문 역할을 하나는 나가는 문 역할을 하는 위치에 세우기로 했다. 건물 오른쪽에 천연적인 큰 바위가 있으므로 그 아래 연못을 만들기로 했다. 아치형 돌탑에서 작은 도랑을 만들어 그 속으로 물이 흐르게 할 생각이다. 도랑은 소나무를 반 바퀴 돌아 연못으로 들어가도록 만들 계획이다. 내 의견에 민혁도 만족하는 표정이다. 주인은 나보고 알아서 잘 설계를 하라고 했는데. 그게 더 부담이 된다. 잘못해서 주인 맘에 들지 않으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난 종이위에 대충 펜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주인에게 보여주고 만족 여부를 물어보려는 생각인데. 그 마귀할멈 녀석이 나타났다. 목마르다고 물이 필요하다는 것이 녀석이 물가에서 일터로 온 이유였다.
“이게 무슨 설계도야? 마치 지렁이 기어가는 것 같잖아. 보면 뭐가 뭔지 알겠어? 이리 줘봐!”
녀석이 내 손에 든 종이를 빼앗아 한쪽 돌 위에 앉아 한참을 뭘 하고 있었는데. 녀석이 그런 재주가 있었는지 정말 몰랐다.
“봐! 이 정도는 돼야지.”
녀석이 가지고 온 설계도를 본 나는 무척 놀랐다. 그림을 예쁘게 잘 그렸기 때문이다. 돌탑모양도. 연못도. 나무 하나 하나를 정성들여 그렸다.
“허! 그렇게 조경을 할 생각이신가?”
내가 녀석 솜씨에 놀라 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주인이 그 그림을 본 모양이다.
“아! 네! 맘에 드십니까?”
“흠.......! 설계는 맘에 드네. 아주 맘에 들어. 그림 솜씨도 일품이구먼.”
주인은 그 그림을 내가 그린 것으로 착각을 했다. 난 녀석이 그린 것이라 막 설명을 하려는데 녀석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며 쏜살같이 냇가로 달아났다.
그 모든 것을 민혁이 다 지켜봤다. 민혁이 역시 나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것이 아니가.
결국 녀석 덕에 난 주인에게 칭찬을 받는 꼴이 됐다.

마귀할멈 녀석. 어딜 가나. 뭘 하나. 역시 마귀할멈이 틀림없었다. 남들은 물고기를 잡으려고 해도 잘 잡지 못하는데. 점심을 먹으러 온 녀석 손엔 공사장에서 쓰는 한말짜리 물통이 들려있었는데 반통은 잡아왔다. 큰 물고기들은 없는 강이라 피라미와 송사리 같은 작은 물고기가 반말은 됐던 것이다.
“으아! 이 꼬마 일꾼이 날 놀라게 하는구먼.”
주인이 무척 놀라워했다.
“이건 아저씨 드세요. 전 오후에 잡아 가지고 가면 돼요.”
녀석은 냉큼 물고기를 주인에게 줬다.
“아이고. 고마워라! 이거 내일 서울 가는데 가지고 가서 자랑을 해야 하겠네. 우리 손자들이 좋아 할 거야.”
“히히....... 오후 내내 손질을 해야 하실 거 에요.”
“괜찮아요. 늙은이가 할 일도 없었는데 잘됐지 뭐요.”
주인은 무척 만족하는 눈치다.
아무튼 마귀할멈은 남들과 틀렸다. 오후에 나가서 또 그만큼 잡아왔다. 특히 손질까지 깨끗이 해서 가지고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녀석은 곡수리 리장과 대평리 리장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집엔 한번 먹을 정도만 가지고 왔다.
“오빠가 매운탕 좋아 하니까 오늘은 매운탕 끓여 먹자!”
그러던 녀석이 오늘은 무척 피곤했던 모양이다. 방으로 들어간 녀석이 조용해서 들여다보니 잠이 깊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난 솜씨를 발휘해서 매운탕을 끓이고 밥을 했다.
할머니가 심어 놓은 호박 넝쿨에 요즘 애호박이 많이 열렸다. 난 물고기와 감자를 넣고 끓인 물에 호박잎과 애호박을 넣고 고추장을 풀었다. 된장도 조금 넣었다.  
“막걸리 한 잔 정도는 괜찮지?”
민혁이 막걸리를 한 병 사가지고 왔다. 술을 잘 안 먹는 민혁이지만 막걸리는 간혹 한 잔씩 한다.
“잘 됐네! 나도 한잔 하지 뭐.”
“너도? 그러다 지현이 알면 혼나려고?”
“세상모르고 잠들었어. 내일 아침에나 일어날 거야. 오늘 무척 피곤했나봐.”
“어린 녀석이 얼마나 재미있었으면 하루 종일 고기를 잡나! 아무튼 대단해.”
“아마 녀석이 휴양주택 주인에게 점수를 따려고 무척 애를 쓴 모양이야. 우리 잘 봐달라고. 그런 거지. 기특한 녀석이야 나이도 어린데.”
“기정이 너! 동생하나는 잘 뒀다. 부러워.”
“녀석이 추울 텐데 오늘은 보일러나 빵빵하게 돌려야지.”
난 얼른 보일러 스위치를 누르고 온도를 높였다.
그날 밤. 녀석은 밤새 한 번도 일어나는 것을 못 봤다. 무척 피곤해서 그렇거니 생각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 일터로 가며 녀석이 자는 방을 들여다보니 녀석이 몹시 아픈 모습이었다. 깜작 놀란 나는 방으로 들어가 녀석 이마에 손을 대 보았지만 열은 없었다.
“오빠! 난 괜찮아! 어서 일이나 가!”
녀석이 내 인기척에 잠에서 깨어 일어나며 밝게 미소를 지어줬다.
“정말 괜찮은 거야? 아픈 것 같은데?”
“응! 괜찮아! 이따 저녁에 봐!”
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녀석을 보자 녀석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건강한 척 하는데. 왠지 어색하다. 어딘가 몹시 아픈 모습인데........
“오빠는 일 갔다 올게. 학교 잘 다녀와!”
난 걱정이 됐지만 항상 건강하던 녀석을 믿기에 민혁과 일터로 갔다.

어제는 맑고 깨끗한 날씨였는데. 오늘은 하얀 덩어리 안개가 강을 타고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강이 보이는 고갯길 정상에 올라서니 마치 어제 매운탕과 같이 마시던 막걸 생각이 났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안개가 마치 막걸리를 잔에다 따르는 그림처럼 보였던 것이다.
휴양주택 정원 조경공사를 할 장소까지 가는 동안 차량 속도를 거의 내지 못하고 기어서 갔다. 불과 몇 미터 앞에서 불쑥 불쑥 나타나는 경운기와 농기계들은 운전을 하는데 너무도 위협적인 존재였다.
운동을 한답시고 안개 속을 걸어 다니는  노인들은 더욱 위험했다. 어떤 때는 바로 코앞에서 확인이 되는 아찔한 순간이 많았다.
노인들은 특히. 차량이 스스로 비켜갈 것이라 믿는데. 그 생각이 더욱 위험했다. 운전자들이 어디 항상 앞만 보고 운전을 할까. 그들도 사람인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다른 곳을 보기도 하며. 특히 이렇게 경치가 좋은 곳을 지날 때는 구경을 하느라 고개를 옆으로 돌릴 때가 많다. 운동을 하더라도 차량 소리가 들리면 반드시 차량이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비키는 습관이 서로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더욱 안개가 자욱한 도로 위를 걷거나 뛸 때는 운전자가 사람을 잘 발견할 수 있게 안전띠라도 착용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난 운전을 하면서 그 잠깐 동안 많은 위험 요소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교통사고가 많은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현장에 도착을 하니 주인이 첫 기차를 타러 금방 떠난 모양이다. 우리가 오면 마시라고 따뜻한 커피를 두 잔 타서 끓는 물에 컵을 담가 놓고 갔다. 커피가 식지 말게 하려는 주인의 세심한 배려에 난 감사했다. 기차역이 가깝다보니 주인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다. 아마 걸어서 갔을 것이다. 이곳 판교역엔 서울 가는 아침 첫 기차가 5시 40분에 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5시 50분. 주인은 이미 20분 전에 집을 떠나며 커피를 타 놓은 것인데 아직도 뜨겁다. 일을 시키려면 사장도 일꾼들에게 이와 같이 해야 되지 않을까. 난 새삼 좋은 교훈을 하나 얻었다.
한 잔의 커피.
그 효과는 뛰어났다.
그 정성만큼이나 일을 하는 내 마음은 더욱 정성을 다했다. 기분도 좋았다. 커피 한 잔을 남기고간 그분의 마음이 고마워 더욱 정성을 다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했다.

서늘한 아침 차가운 몸을 녹일 일.
따뜻함을 담아 놓은 한 잔의 커피.
나 없는 빈자리에 올 손님을 위해.
향기 가득 마음을 담은 커피 한 잔.

정성이 커서 하루 종일 배부르고.
그 효능에 하는 일이 힘들지 않다.
피곤함을 잊고 작업에 열중하니.
최고의 작품이 아니나올 리 만무하다.

그날.
나는 아치형 돌탑을 만족할 만한 작품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민혁은 연못을 멋있게 만들었다.
하루의 작업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아직은 미완성이지만. 아주 흡족한 작업이었다. 모두 그 주인이 남기고 간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위대한 힘이었다.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놀아오니. 마귀할멈 녀석은 또다시 방에 누워 꼼짝을 안한다.
이상해서 들어가 보니 녀석이 많이 아픈 표정이다.
“오빠랑 병원에 갔다 오자.”
난 녀석을 차에 태우고 양평 병원으로 향했다.
“막 머리가 아프고. 온 몸이 쑤시고 그래.”
한 번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던 녀석이 정말 많이 아픈 모양이다.
“얼른 다녀와라! 밥은 내가 해 놓을게.”
민혁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병원으로 향하는 나에게 말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내 자동차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사라질 생각도 안하는 안개 덩어리는 한강 그 넓은 강줄기를 따라 천천히 흐르며 다행히도 도로까지 올라오진 안했다.
“오빠! 천천히 가도 돼! 바쁘다고 급하게 차를 몰면 위험한 거야.”
녀석의 버릇이 어딜 갈까. 아프다는 녀석이 또 잔소리를 해댄다.
“응! 그래! 천천히 갈게.”
난 녀석의 잔소리를 듣고 차량 속도를 늦췄다. 마음은 급한데. 녀석의 말을 도무지 거역할 수가 없었다. 정말 이상한 병에 걸렸다.
“으으.......”
녀석 입에서 고통스런 신음이 흘러 나왔다.
“많이 아파? 어디가?”
난 몹시 당황해서 급히 물었다.
“몰라! 어서 가기나 해.”
갑자기 녀석이 얼굴을 붉힌다. 뭐지? 난 고개를 갸웃 거리며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아! 축하합니다!”
녀석을 진찰한 의사가 내게 하는 말이다.
“네? 무엇을?”
“동생분이 이제 숙녀가 됐군요. 초경입니다. 생리를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생리통이 심해서 그렇지. 약을 지어 드릴 테니 가지고 가서 드시면 괜찮을 겁니다.”
“아!”
난 드디어 걱정하던 마음이 사라졌다. 무척 다행이었다. 특별히 어디 아픈 것이 아니므로 난 표정이 밝아졌다.
“헤........”
녀석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녀석!”
난 녀석 어깨를 감싸주며 병원을 나섰다.
“잠깐 빵집에 들렸다가 가자!”
“오빠! 빵집은 왜? 빵 먹고 싶어?”
“아니! 너 첫 생리 축하해주려고. 케이크 사야지.”
“으으........ 창피하게. 민혁이 오빠한테 다 알리고 싶어? 하지 마! 그럼 죽는다! 알았어? 오늘 일은 오빠와 나만 아는 거야? 절대 비밀. 알지?”
녀석이 정말 창피한 모양이다. 난 그렇지 않은데. 녀석은 그래도 여자라고. 웃겨. 정말.
“알았다! 그럼 그렇게 하자.”
난 역시 녀석 말을 고분고분 들었다.
“오늘 성과 어땠어? 작품이 될 것 같아?”
녀석이 또 나의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픈 것이 사라진 모양이다. 진통제 한 방에....... 마귀할멈을 이기는 것이 진통제가 맞나?
“응! 그래! 사실은 말이야........”
난 주절주절. 아침에 커피 이야기부터 모조리 다 했다. 정말 이상한 병에 걸린 게 맞다.
“오호! 오빠가 오늘 제대로 공부했네. 바로 그런 거야! 그게 사장이란. 가장 외롭고 고독한 직업을 향한 첫 걸음이야.”
“외롭고 고독한 직업?”
“뭐든 혼자 결정하고 혼자 책임져야 하니까. 누가 사장 편이 있는 줄 알아? 임금 인상해달라고 데모는 해도 사장이 힘들다고 돕자고 모금운동 하는 사람이 있는 줄 알아? 퇴근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나면 수당 달라고 하지만. 자기가 좀 늦으면 슬그머니 숨기려고나 하지. 하다못해 밥 한 끼라도 사장이 사줘야 한다고 믿거든. 자기들이 사서 사장을 주려는 생각은 절대 없어. 그게 사람이잖아. 그러니 사장이란 직업이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고독하고 힘든 자리야.”
“와! 너 대단하다! 마귀할멈인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다 친구들한테 주어들은 것들이야. 헤.......그럼에도. 사장은 그런 직원들을 기분 맞춰주고 달래고. 능률적으로 유도를 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가장 어려운 자리이기도 해.”
정말 녀석은 들은 것도 많다. 녀석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사장이란 직업 자체가 고독하고 외로우면서도. 힘들고 어려운 자리니까. 한 가지 더 보탠다면. 돈을 쓸 줄 알아야하고. 아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남들이 보면 가장 화려해 보이고 있어 보인다는 자리이기 때문에 먹으려는 자는 있어도 주려는 자는 없다는데 그 어려움이 더하다.
허나....... 녀석은 그 것은 알까?
청소년이란 자리도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아마 녀석은 그 것을 알기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오빠인 나를 대타로 내세우는 것은 아닐까?
“킁킁....... 이거 안 되겠어?”
녀석이 차에 올라타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수석에서 내 몸에 냄새를 맡더니 토끼눈을 치뜬다.
“또 뭐지?”
난 녀석이 트집을 잡을 짓을 하나도 안했기 때문에 오히려 녀석의 행동이 의아했다.
“어제 매운탕 끓여서 먹으며 막걸리를 마셨지?”
“엉?”
“다 알아! 온 몸에서 막걸리 냄새가 난다고. 내가 말했지! 오빠 냄새는 모조리 내 코에 저장되어 있다고. 누굴 속이려고?”
“딱 한 잔 했어. 민혁이 사온 것을........”
“또? 남의 탓으로 돌리는 못된 습관! 그게 더 나뿐 거야! 술은 백해무익하대. 몸에 좋은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야. 난 담배냄새와 술 냄새가 제일 싫단 말이야. 으앙........”
녀석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아! 알았어! 다신 술 안 마실게. 응?”
난 얼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으로 몸을 엎드려. 녀석을 안아주며 달래기 시작했다.
“그 여자가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운단 말이야. 난 그래서 싫어.”
녀석 기억 속에 있는 그 새엄마란 여자는 바로 악마 차체였다. 그렇기에 내 몸에서 그 여자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 싫은 모양이다.
“그 여자가 담배 냄새가 나는 입으로 막 욕하고 때릴 때는 아픈 것 보다 그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어서 더 힘들었단 말이야. 거기다가 술 냄새까지 합쳐지면 며칠을 난 밥도 못 먹고. 숨도 못 쉬고. 씻고 또 씻어도 그 냄새가 지워지지 않았어. 그 냄새 차체가 악마의 냄새야. 오빠도 내게 그런 냄새를 주고 싶어?”
“아니! 미안해! 잘못했어! 다신 술도 안 먹을게.”
난 녀석에게 항복을 선언했다. 그때서야 녀석이 배시시 웃는다.
동네 건달 녀석들도. 아버지의 매서운 회초리도 무서워하지 않던 내가 정말 이 녀석에겐 꼼짝을 못한다.
불쌍한 녀석. 어쩌다 그런 못된 새어머니를 만나서. 그런 슬픈 추억을 가슴속에 간직하게 됐을까. 악마의 냄새라. 좋은 표현이다. 술 먹고 담배 피우고 그 고약한 악취를 자신은 모를 테지만. 녀석 말 대로 그건 악마의 냄새다. 특히 청소년에겐 더욱 그렇다.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녀석처럼 그 냄새가 코에 저장되면 가장 아픈 추억으로 남을 수 있으니까. 가족들에겐 더욱 조심해야 할 문제다.
“그럼! 우리 이제부터. 둘이 데이트를 할까? 오빠가 지현이 숙녀가 된 기념으로 옷을 하나 사 줄게. 다니면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난 녀석의 기분을 풀어 줄 속셈이었다.
“좋아!”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허락을 했다.
난 차를 안전한 공터에 세우고 양평 시장 통으로 녀석을 데리고 갔다.
“떡볶이 먹을까?”
“내가 애들이야? 숙녀가 무슨 길가에서 떡볶이를?”
녀석이 장난기가 발동한 것을 보니 기분이 풀린 모양이다.
“그럼? 뭐 먹을래?”
“순대 국 한 번 먹어보자! 난 순대와 순대 국은 아직 한 번도 안 먹어봤어.”
“그래? 그럼 오늘 우리 동생 순대 국 맛 좀 보게 해줘야지.”
난 너스레를 떨며 녀석 손을 잡고 순대 국 집으로 들어갔다.
“어! 지현아!”
누군가 녀석을 알아보고 반가워했다. 같은 또래 여학생이다.
“어! 지영아!”
녀석도 반가워한다.
“여기 순대 국 먹으러 왔어?”
녀석이 지영이에게 물었다.
“아냐! 여기가 우리 엄마 식당이야.”
“아! 그래? 여긴 오리 오빠.”
녀석이 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지영이가 나에게 인사를 했다.
“어! 반가워!”
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았다.
“얘가 내가 말했던 3반 지영이.”
녀석이 지영이를 소개했다. 바로 3반에서 1등을 했고 전체에서 2등을 한다는 그 아이였다.
“우린 톱 스쿨이란 클럽의 같은 회원이야.”
녀석이 자리에 앉으며 내게 슬그머니 말해줬다.
“엥? 톱 스쿨이 뭔데?”
“혹시 멘사라고 들어 봤어? 라틴어로 둥근 탁자 (Round Table) 달(Month) 마음 (Mond)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멘사 는 지능지수가 상위 2%(IQ 148 이상)인 사람들의 모임이야 1946년 영국에서 지능지수 상위 0.5%인 사람들의 모임으로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인간 지능을 규명하고 발전 지능의 본질과 특징. 유용성을 연구 멤버들의 지적. 사회적 기회의 증진의 목적으로 처음 설립됐대. 멘사는 설립 이후 30년 간 1000~2000명의 회원만을 보유한 채 크게 확산되지 못했고. 이후 그 기준을 지능지수 상위 2%인 사람들로 확대 했고, 1976년 미국의 월간지인 리더스 다이제스트(Reader's Digest)에 퍼즐을 연재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회원이 크게 급증했대. 해서 우리도 학급에서 1~2등을 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앞으로 학교의 교육향상과 발전. 우리들의 미래를 위해 연구하기위한 모임이야.”
녀석의 말을 듣고 난 큰 충격을 받았다. 멘사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문제는 톱 스쿨이란 모임이다. 물론 그 취지야 좋게 시작했지만. 공부를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이 어울려 배워야하는 학교인데. 이건 잘못하면 잘하는 애들과 못하는 애들 간에. 어떤 장벽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장벽이란 한 번 생기면 다시는 허물어지기 힘든 깊은 상처로 남기 때문이다.
“그건 누구 생각이지? 처음에 누가 그런 생각을 한 거야?”
“멘사 출신 수학 선생님이.”
“뭐? 미쳤군! 머리가 나빠도 한참 나빠. 그게 무슨 멘사 출신이냐?”
“왜 그래? 오빠?”
“몇 명 되는 너희 톱 스쿨 회원을 다른 애들은 어떻게 보겠어? 부러워할까? 아님 시기하고 질투할까? 잘난 체 한다고 왕따나 시키지 않으면 다행이지. 도대체 언제부터야? 톱 스쿨이 생긴 것이 언제부터냐고?”
난 무척 흥분해있었다.
“한 10일 됐어.”
내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묻자 녀석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울먹거린다.
“혹시 벌써부터 너와 친하게 지내던 애들이 널 멀리 하거나 그렇지는 않아?”
“애들이 좀 달라졌어요. 막 뒤에서 수군수군 거리고 잘 어울리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
내 물음에 지영이가 대답하며 녀석에게 묻는다. 자기 말이 맞지 않느냐고. 녀석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봐라! 벌써 너희들은 왕따가 되기 시작했어. 오빠가 내일 학교로 갈까? 아님 네가 직접 해결 할래?”
난 녀석의 능력을 알기에 녀석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괜히 내가 나서면 녀석의 입지가 선생님들에게 나쁜 인상을 주기 때문에 내가 나서는 것은 녀석에게 좋지 않다.
“너희 오빠 말이 맞아! 우리 그 모임 그만두자. 응?”
지영이가 녀석에게 말했다.
“알았어! 오빠! 내가 내일 애들에게 말해서. 톱 스쿨 해체하자고 할게.”
“오빠 생각을 받아 들여서 고마워.”
난 녀석 등을 손바닥으로 툭 쳤다.
“뭐........오빠도 내 의견 다 받아주잖아. 당연한 걸. 히히........ 이제 우리 순대나 먹자.”
“그래! 난 너와 지영이만 믿을게.”
“네! 지현이 오빠 말이 다 맞아요. 그거 잘못된 모임이에요. 우리 둘이 내일 나가서 애들과 의논할게요.”
지영이가 녀석 얼굴을 마주보며 그렇게 하자는 표정을 지었다. 녀석도 고개를 끄떡이는 것이 잘 해결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여기 순대 국 두 그릇만. 부탁해.”
난 얼른 지영이에게 순대 국을 주문했다. 지영이 어머니는 시장 보러 나가시고 지금은 일을 돕는 아주머니 혼자뿐이었다. 지영이가 반찬도 날라 오고. 물도 가지고 왔다.
“오빠도 많이 드시고 너도 많이 먹어라!”
순대 국이 나오고 지영이는 주방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래! 잘 먹을게.”
나와 녀석은 순대 국을 먹기 시작했다.
“이거. 새우젓 넣고 먹으면 더 맛있대.”
내가 새우젓을 녀석 앞으로 밀어 줬다. 녀석은 아직도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내가 말을 한 것이 맞는다고 생각은 들은 모양인데. 그 수학선생과 모임 아이들을 어떻게 설득 하느냐 하는 고민 같았다. 하지만 난 녀석을 믿는다. 충분히 다 해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순대 국을 다 먹고 녀석 옷을 사러 옷가게로 갔다.
날씨가 쌀쌀해지므로 겨울을 대비해서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하나 샀다.
“오빠 것도 하나 사.”
녀석이 내 생각을 한다. 내가 안사면 녀석 마음도 편하지 못할 것 같아 나도 하나 샀다. 녀석과 똑같은 하늘색 옷으로 샀다.
“히히........ 꼭 커플 옷 같다.”
녀석이 옷을 들고 좋아한다. 나와 같은 옷을 산 것 역시 녀석 뜻이다.
“쳇! 난 저기 블루 색깔이 더 좋은데.......”
“아냐! 이게 더 좋아! 칙칙한 색깔은 사업에도 안 좋아. 밝은 색깔이 손님들에게 밝은 인상을 주거든.”
녀석! 이제 내일 학교에 가서 해결할 준비가 끝난 모양이다. 내 사업에 관한 잔소리를 시작하니까.
“알았어! 쳇!”
난 녀석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치는 시늉을 하고 자동차 있는 곳으로 달렸다.
“어! 오빠가 동생을 치려고 하네! 붙잡아서 혼내줘야지. 거기 안 서!”
녀석이 내 장난에 호응을 했다.

내 믿음 데로 녀석은 다음날 학교에서 톱 스쿨이란 모임을 해체시키는데 성공했다.
난 아치형 돌탑을 두 개다 작품으로 완성을 시켰다. 처음으로 맡은 조경공사. 10여일을 걸려 난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말았다. 주인은 아주 만족해하며 공사비를 지불하는 동시에. 노트북을 하나 녀석에게 선물했다. 물고기 값이라는데. 아무튼 녀석은 복도 많다.
단 하나 녀석이 노트북을 소유한 후부터. 난 점점 소외되는 느낌이었다. 녀석이 노트북을 만지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나와 놀아주는 시간은 줄었기 때문이다.  


  추천하기   목록보기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
사랑합니다 여러분!광고물이나 음란물. 또는 욕설등은 바로 삭제 또는 고발 조치합니다.